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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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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CKA0213 2002-04-16

하나 - 8...a
난 부푼 마음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내 옆을 총알처럼 지나는 차들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미래를 상상했다. 훈과 그의 아내는 평생을 지지고 볶으며 살아갈것이고 나와 진은 여행을 다니며 지나간 추억에 미소를 지을 것이다. 어떻게 되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진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날 그리워 하고 있겠지. 조금은 가혹하지만 어쩔수없는일 이었다. 난 동태파악을 위해 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만에야 난 낯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죄송한데 진 핸드폰 아닌가요?"
"맞는데요. 지금 진이는 여기 사모님이 오셔서 같이 사무실에 있거든요."
"그럼 제가 나중에 전화할께요."
그렇다면 지금쯤 일이 벌어지고 있을것이다. '왜 그녀는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내가 예상치 못했던 뭔가가 있는건 아닐까?'
조금씩 불안해지는 마음에 난 속력을 냈다.
둘 - 6
훈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보내며 사무실로 향했다. '혹시 나와 훈과의 사이를 눈치챈건 아닐까' 하지만 그녀의 모습 어디에도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아닐꺼야. 아닐꺼야'
세상 어떤 여자가 남편의 여자에게 침착할수 있을까? 분명 다른 어떤 문제때문에 날 찾는 걸 것이다'
그녀가 앞서 사무실의 문을 조용히 열었다. 훈이 보였다. 그의 놀란 얼굴이 날 더 불안하게 했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사무실 벽에 부딪쳐 내게 다가왔다.
"여보 여기까지 왠일이야?"
경직된 그와는 다르게 그녀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도도하게 얘기했다.
"내가 오니까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연락도 없이 와서 조금 놀랐어."
그녀에게 쩔쩔매는 그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셋이서 봐야될것이 있어서 이렇게 왔으니 모두 이리로 앉지?"
나와 훈 그리고 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서류봉투에서 꺼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충격적이였다. 훈과 나와의 은밀한 행위와 장소 시간 이모든 지금까지의 우리의 비밀은 여기서 바닥을 드러냈다. 내 머리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그어떤 행동을 하기엔 너무나 버거웠다. 그녀가 한장 한장 넘겨주는 사진이 슬라이드처럼 눈동자에 박혔다. 마지막 사진을 남기고 그녀가 일어섰다. 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개를 떨구고 물끄러미 그것을 계속 응시했다. 시간이 멈춰지길 바랄뿐... 무서웠다.
셋 - 5...a
난 훈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멍청히 사진을 바라보던 그가 나를 잡으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훈은 자기의 잘못을 빌며 진의 앞에서 나에에 애원을 했다. 통쾌했다. 난 빽에서 이혼서류를 꺼내 매달리는 그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는 자존심도 없는지 계속해서 나의 마음 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진은 그저 한순간의 재미일 뿐이라며.....
난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사무실을 나왔다.
"만일 당신이 이혼을 거부한다면 당신은 거지로 ?겨나게 될꺼야!
그러니 어떤게 당신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는 당신이 결정해"
문을 나서자 푸른 햇살이 더욱더 싱그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