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다이스 ******************
"어머나"
은수가 룸써어비스의 안내를 받아온곳은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독립된 방갈로 였다
리조트직원의 안내를 받아 철제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다로 내려갈수 있는조그마한 사립문가진 테라스가 있고
테라스 안쪽으로 방갈로룸으로 들어가는 현관을 통해
룸으로 들어서자 리조트직원이 커텐을 젖히자
열대의 햇볕에 따갑게 방갈로 안으로 비추어 들어왔지만
이미 시원하게 틀어진 방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큼직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노오란 침대보가 방안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꾸며 놓고 있어 보는 사람의 분위기 마저 밝게 해주는것
같아 저절로 나오는 탄성을 연발하며
은수는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안내인이 거네준 돌바닥에서 신을수 있는
열대나무잎으로 만든 실내화를 갈아신으며
욕실로 들어서니 실내타월가운에서 목욕용제품까지
모든것이 아기자기 하고 예쁜 바구니에 담겨져 있을뿐만 아니라
이곳 저곳 생화로 장식을 해놓아 욕실마저 화사한 빛을 발하고
있어서 피곤에 지쳐있던 은수는 연신 탄성을 내뱉으며 차츰 생기를 되찾는다
옷을 벗고 목욕가운을 걸친 은수는 샤워를 하기전에
가방을 열어 구겨지는 옷은 옷장에 걸고
다른 옷들은 침대 앞 화장대 서랍에 정리를 해놓은후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자
시원한 물줄기가
머리 꼭대기서 부터 은수의 온몸을 적시고
은수는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을 느끼며
온몸 구석구석을 물줄기에 맞긴체
샤워를 하고 나오니
누군가가 노크하는 소리에 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얼음과 함께 물을 가지고 들어와서
저녁이 시작되는 시간을 알려주고 돌아가고
은수는 목욕후 갈증을 느끼던 차에 컵에 얼음을 채워
물을 한잔 마시고는 컵을 들고 테라스로 나간다
젖은 머리가 바람에 기분좋게 날리고
어느새 지는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들고 있었다
<태풍이 올려면 저렇게 노을이 붉다는데
설마 태풍이 오면 어쩌지...>
푸른 바다 마저 붉은 노을에 물들고 있어
한참을 그렇게 노을속의 바다를 바라보던 은수는
저녁시간이 다 되었음을 느끼고 황급히 머리를 틀어올려
옥잠으로 고정시킨후 앞머리 몇가닥을 늘여드린후
까만 소매 없는 드레스를 꺼내입는다
몸에 붙는듯 하지만 약간 파여진 가슴 부분의 비드가 불빛에
빛을 발해 디너에 어울리는 드레스였다
까만 샌들을 찾아 신고 거울을 비추어 보니
그동안 여러가지 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해서인지
약간 더 가늘어진 몸매와 드레스가 잘어울려 보였고
열심히 한 스트레칭으로 인해 약간은 쳐졌던
가슴선이 살아나서 그런지 더욱 세련미가 돋보여
은수 자신도 흡족한 마음이 되어 저녁이 되어 약간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넓은 숄을 두르고 방을 나서자
승규가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
"멋진데"
자신에게 고개를 약간 숙인후 속삭이는 그한마디에
은수는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인다
"야하지 않아요"
"아니 멋져 당장 달려들고 싶을만큼"
"그렇게 야해요 않되겠어요 다른걸로 갈아 입고 와야지"
"하하하 아니야 정말 멋져"
그렇게 말하는 그도 하얀바지에 하얀 폴로셔츠에 감색 자켓이
그의 이지적인 외모를 한층 더 빛내주고 있었다
"당신도 멋있어요"
"정말? 멋있다는 말 첨 들어보는데"
"피 설마?"
"정말이야 여지껏 나 멋있다고 한 사람 없었다니까"
두런 두런 대화를 나누며 디너를 먹기로 한 장소로 찾아가니
이미 모든 스탭이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은수와 승규가 레스토랑안으로 들어서자 각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한번씩 은수를 돌아보며 수군거린다
여자들은 은수의 드레스에 관심이 있어서
남자들이 은수의 단아한 아름다움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같은 테이블의 여성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고 있는 몇몇 테이블을 지나서
모두가 모인 자리로 가자
윤정안편집국장도 최영진카메라편집국장도,
김정화카메라부편집국장도
그리고 E-정경광고쪽의 신재욱사장과 이전명기획실장이
기다리고 있었고
기남종 E-정경패션사장과 다른 사원들은
모든 장비와 소품을 가지고 내일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동안 장소헌팅하느라 고생많았어요 신사장"
"아닙니다 즐거웠습니다 장소가 아름답다 보니
어디든 다 촬영장소가 되어서 문제였습니다"
적포도주 백포도주가 나오고
주문한 랍스터와 스테이크가 나오는 동안
간단한 전체요리로 나온 슈림프칵테일과 샐러드를 먹으며
레스토랑을 찬찬히 살펴 보니
커다란 열대야 나뭇잎으로 만든 지붕만을 제외하고
사방이 탁트여 바다를 바라다 볼수 있게 만들어졌고
식탁마다 촛불이 밝혀져 있고 라이브 원주민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은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쪽이라 한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후덥지근한 열대야
기후가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참 예뻐요 언니 회장님 지금 사석이죠 존칭붙여야 하나요"
정화의 활달한 말한마디가 약간은 약간은 어렵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었고 모두 편하게 먹고 마시며 그밤을 즐기고 있었다
"괜찮아요 정화씨 편안대로 해도 되요"
"우와 회장님 역시 멋지셔요"
"회장님이 뭡니까 편하게 가자고 해놓고"
"그럼 뭐라 부르죠"
"뭐 오빠"
"너무 하다 오빠라니 회장님과 제 나이 차이가 얼만데"
"정화씨 그건 진짜 너무한데요
여기 은수씨에게는 언니라고 하잖아요"
"그건 언니야 어머 그러네 언니도 나이가 많으네"
정화가 난처해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모두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저녁을 먹은후
리조트 안쪽의 야외바에서 라이브밴드에 맞추어 댄스파티가 벌어져
일행도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감미로운 음악에 저마다 몸을 움직이고
은수도 편안한 기분으로 등나무 의자에 몸을 맞긴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자 오늘에 주인공에게 춤한곡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승규가 다른 직원들이 혹여라도 눈치챌까봐
짐짓 정중한 목소리로 춤을 신청하자 은수는 몇번 사양을 하지만
다른 직원들에게 밀려 플로어로 떼밀려 나간다
약간은 경직된 자세로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른 은수가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자 정화와 정안 영진등이 야유를 보내고
은수는 할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고 그를 마주 본다
승규 또한 은수의 허리에 한손을 두르고 한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꼭잡는다
손과 손사이 따듯한 전류가 흐르듯 해서
은수는 정신이 혼미해져 약간 휘청거리자 얼른 은수의 허리에
둘러진 승규의 손에 그녀를 받쳐주려 힘이 가해진다
"괜찮아"
"네 술기운에 그런가봐요"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 만나요"
"그거 정말 끔찍한 말인거 알아 당신"
"미안해요 난 이말 밖에는 할말이 없어서 그래요"
"다른 사람들만 안보면 꼭 안고 싶다"
"아서요 혹여 눈치라도 채면 당신 체면 말이 아니예요"
"난 괜찮아 당신만 괜찮으면"
그렇게 밤은 흘러 가고 있었고
모두가 내일을 위하여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고
승규와 은수의 방이 같은쪽의 위치에 있어서
모두와 헤어진 둘은 바닷가백사장쪽으로 걸어서
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잠깐 앉았다 갈까?"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보긴 누가봐 모두 자러 갔고
그들방은 여기와 한참 반대편이야"
까만 밤 백사장위에 승규가 자켓을 벗어 깔아
은수가 앉기를 권한다
"그럼 5분만 이예요"
"그래 알았어"
"정말 여긴 파라다이스 같아요 걱정도 없고 슬픔도 없는 그런"
"우리 그럼 여기서 계속 살까 자 앉아 계속 그렇게 서있을꺼야"
은수가 앉아 승규는 그옆에 두팔을 벼개 삶아
드러눕는다
"아 편하다 나도 술기운이 도는지 어질한데"
"괜찮아요"
"은수야 정은수"
그가 두눈을 감고 그녀를 부른다
"왜요"
"은수 정은수 정말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이 정은수 맞니?
"...........맞아요 저 은수예요"
"왜 내가 당신을 진작 못만났을까?"
"그때 만났어도 우린 인연이 아니었을거예요"
"어째서"
"그냥 그런 느낌 우린 이렇게 운명지어진 느낌"
"은수야 난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교수가 네가 필요 없다고 이제 늙어서 너 필요 없다고
하면 얼른 데려오게"
"늙은이 데려다 뭐하시려고요"
"그래도 너 이쁠거 같아
그때 부터라고 손잡고 뽀뽀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서"
은수는 그의 감은 눈가로 흐르는 눈물을 본다
"승규씨 저 나쁜여자예요 그러니 저를 잊어요"
"그래 당신 참 나쁜여자다 나한테 참 잔인할정도로 차거운"
"그럼 어쩌라구요 그냥 당신한테 빠져서 다 몰라라 해요
그럼 좋겠어요"
은수는 벌떡 일어나 바다로 달려간다
차라리 바다에 빠져버리지 않으면 괴로워서 터져버릴것 같아서
승규가 그런 그녀를 겨우 잡아 돌려세워 가슴에 안는다
"바보야 넌 바보야"
"그래요 전 바보예요 그러니 우리 이제 그만해요 읍~"
승규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는다
그에게 그의 입술이 닿자
달콤한 포도주 향기가 난다고 느끼자
은수는 번쩍 정신이 들어
그를 밀치고 뛰어서 방으로 들어온후
문을 잠그고 그자리에 스스르 미끄러져 주저 앉고 만다
"어쩌라고 날 보고 어쩌라고
나도 당신 사랑해 사랑한다고 한승규"
승규는 은수를 쫓아 그녀의 방갈로 앞까지 왔지만
더이상 허락되지 않는 그녀의 공간박에서
쓸쓸히 그녀의 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그녀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차마 더이상
그녀에게 다가갈수 없었다
다가갈수록 그녀에게 참을수 없는 고통을 주는걸 알기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애꿎은 담배개피만 수북히 발아래 쌓여서야
은수의 방에 불이 꺼지고
그제서야 승규도 자신의 방으로 발길을 돌린다
<은수야 미안하다 나도 내사랑을 멈출수가 없다
이런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넌 아니>
다음날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방에만 있던 은수가
다른 직원들이 도착했다는 정화의 말에 보트 정박장으로 가자
승규와 다른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회장님 가방이 바뀌었습니다"
"가방이 바뀌다니요"
"네 St. Tomas에서 이곳 리조트밴을 기다릴때
가방이 바뀐것 갔습니다"
"그럼 모두 다 말입니까"
"아닙니다 다른건 다 있는데
필름이 들어있는 가방이 하필이면"
"어쩔수 없죠 이미 일어버린걸 어쩌겠습니까"
"죄송합니다 공항에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빨리 마이애미 지사에 연락을 해서 필름을 구입해서
보내라고 하십시요 만일 가방이 돌아오지 않을 사태를 대비해서요"
"예 이미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현지운송망을 이용하려면 이틀정도 걸릴꺼라고
하더군요"
"할수 없죠 이미 벌어진일인데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일도 아니고
피곤하실텐데 들어가서 쉬십시요 모두들"
승규의 경직된 표정이 좀 풀리는 듯하자
모두들 표정을 풀고 첵인을 하러 리조트 프론데스크로 가자
승규는 혼자서 백사장으로 나간다
그런 그를 따라 은수도 백사장으로 나가고
그의 옆에 서자 앞만을 바라보던 승규가 그제서야
은수를 바라다 본다
"괜찮니"
그의 굳어진 표정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말이 그녀의 핼쓱해진
얼굴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바라다보던 시선을 돌려
바다를 바라다 본다
바다는 두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 보다 더욱 푸른 빛을 띄운체 일렁이고 있었고
두사람은 잠시 모든것을 잊고
바다내음에 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