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라면 *****************************
승무원의 안내로 자신의 좌석으로 찾아간 은수는
자신의 옆자리가 아직은 비어 있음에 안도하며
자신의 자리인 창가쪽 자리에 가서 앉는다
처음 하는 혼자만의 여행길에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옆자리가 비어진체로 목적지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은수는 자신의 옆자리가 이렇게 주욱 빈자리였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참을 이생각 저생각에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때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다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승규 그가 서있었다
"어머나 한회장님"
"왜 그렇게 놀라요"
"어떻게 여길"
"말했잖아요 저도 간다고"
"일이 생겨서 못가신다고 들었는데"
"그랬는데 당신과 함께 있고 싶은 내맘이 간절했는지 일이 잘풀렸어"
그의 뜨거운 시선을 감당할수 없는 은수는 고개를 다시 창쪽으로
옮겼고 비행기는 서서히 무거운 몸체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지나다니는 승무원들에게서 젊음의 향기가 퍼져나오고 있었다
참으로 열심히 승객들을 위하여 분주히 행동하고 있는
그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은수는 한다
"참 예쁘지요"
"누가"
"저 승무원들이요 젊고 활기차고 힘들텐데 저 미소들좀 봐요"
"난 그래도 은수가 더 예쁜데"
"참 농담도"
"정말이요 정말로 당신이 제일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소"
저녁을 주는 식사에 반주용으로 나온 붉은 와인을 마시며
은수는 자신이 이렇게 편안한 기분을 느껴도 되는건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버릴수가 없어 괴롭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지 옆자리의
승규는 내내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욱 괴로웠다
정말이 취하고 싶어 그녀는 와인을 양주마시듯 들이킨다
그때였다 승규가 그녀의 꼬옥잡는다
"그러지마"
"뭘요"
"지금 괴로운거 알아 하지만 죄짓는거 없어
너와 난 아무것도 한일이 없어
그러니 괴로워 하지마"
승규가 은수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 생각하니
더욱 괴로워지는 은수였다
어찌 이토록 어긋나는 운명들이란 말인가
자신과 승규 그리고 남편과 윤교수 서로 엇갈린 운명속에서
이토록 괴로워하고 무엇도 얻어낼수 없이
마치 전쟁터에 총알없는 총을 든 병사들처럼 외롭고 힘들지 않은가
"혹시 들어보셨어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란 시"
"응 류시화씨의 잠언시집에 나오는 시말이지"
"네 맞아요 키벌리 커버거가 쓴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들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페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승규가 눈을 감고 은수의 손을 꼬옥잡은체로
낮은 목소리로 시를 읖어주자 은수는 눈에 눈물이 맺힌다
"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응 나 후회 하고 싶지 않아 은수야
네가 나아닌 다른사람의 사랑스런 아내라는걸 알아
그걸 어쩌지 못해 나도 알아
하지만 이시간 우리에게 주어진 이시간
내가 너의 손을 잡는것 뿐이 할수 없는 이시간이지만
나 이시간을 놓쳐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
사실 오지 않을까 했었어 회사일을 핑계로 너와의 만남을
꾸민 이중인격자 같기도 하고 네가 격을 아픔을 알기에
너를 편안히 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은수가 손으로 그의 입을 막는다
"알아요 저도 당신을 기다렸어요
저도 당신이 함께 가지 못한다는걸 알았을때
너무나 슬펐어요 그런데 당신이 나타났을때
저도 기뻤어요"
"은수야 미안하다 너를 나의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이런 고통속으로 끌여들여서"
"아니예요 어떤 고통이든 나중에 죽어서
지옥을 간다한들 기꺼이 격을께요
제마음이 변절해서 생긴 죄라
독수리가 제심장을 갈가 먹는 형벌을 받더라도
불구덩이를 걸어가는 형벌을 받는다하더라도
저는 당신을 받아드릴꺼예요 단지 마음뿐이라하더라도"
승규와 은수 두사람의 두눈가에 방울이 맺힌다
은수는 더이상 그를 보기 괴로워 창가로 눈길을 옮긴다
이기간만이리라 정해진 시간만 그와 동행하리라
목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한국땅을 다시 밟는 순간 그와 나는 다시 남으로 돌아가리라
그사실을 그도 알고 은수 자신도 안다 생각하며 은수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이 부셔 살풋이 눈을 뜨니 자신의 고개가
승규의 어깨에 얹어져 있었다
어느새 승규의 어깨를 베개 삶아 잠이 들었었고
비행기 안으로 새벽 여명이 잦아들고 있어 잠이 깬것이었다
얼른 고개를 들고 그를 보니
한숨도 못잤는지 약간은 피곤한 눈이지만
따듯한 미소로 그녀를 맞는다
"굿 모닝"
"잠 못잔거예요"
"응 은수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
"핏 거짓말"
"아니야 정말이야 내가 잠들면 당신이 어디론가
도망갈꺼 같아서"
"저 놀러온거 아니예요 일하러 왔어요
그래서 도망가도 일은 하고 갈테니 염려마세요"
"하하하 그래서 나도 안심은 되지만"
오랜 비행기 시간이었다
뉴욕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푸에트리코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카리비안의 St. Tomas섬에 도착했을때
은수는 지쳐서 더이상 서있을 기운도 없었다
"괜찮아요"
"응 괜찮아 윤편집장도 괜찮아"
"그럼요 그런데 언니 얼굴이 핼쓱해요"
"응 좀 피곤하네 비행기만 몇시간이야 근데 다 온거야"
"아니예요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30여분 더 가야한데요"
공항에 마중나온 리조트밴으로 옮겨탄 일행이
보트가 정박한곳으로 가자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던
리조트의 직원들이 하얀선원복장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이 전부 보트에 오르자
선원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짐을 다 옮겨 실은후에야
보트는 최종목적지인 St.John섬의 캐널베이란 리조트로
항해를 시작하였다
약간은 뜨거운듯하지만 그런데로 시원함이 느껴지는 바람이
은수의 머리결을 흐트리지만 탁트인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 한가운데가 툭 터지는 상쾌함에 은수는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를 갔을까
코발트빛 바다가운데 커다란 섬이 보이고
섬 이곳 저곳에 뜨문 뜨문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을때
선원한사람이 손짓으로 저곳이란듯이
목적지가 다가 왔음음 가르켜바라보니
하얀 백사장위에 그림같은 리조트가 서있었다
야자수 이름모를 나무들 꽃들과
리조트 앞에 떠있는 하얀돛의 돛단배들이
한폭의 그림같은곳이라 은수는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보트가 조그만 정박장에 몸체를 닫아 내리니
울긋불긋한 꽃무늬 원주민 의상차림의 직원이 나와
환영의 뜻으로 이름은 모르지만
고운 핫핑크빛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뜨거운 수건을 주며 먼길에 쌓인 먼지를 닦으라 권한다
"자 이곳에서 일주일간 우리가 해야할일이 많지만
오늘은 아무생각 없이 먹고 마십시다"
승규의 말에 모두가 환호성을 올리며
첵인을 하러 프론테스크로 몰려가고 있었지만
은수는 바다를 바라보러
모래사장으로 걸어간다
고운 모래 사장에 신발을 벗고 걸어보니
햇볕에 따듯해진 고운 모래가 기분좋게 은수의 발에 감긴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모래와는 다르게 차가운 감촉으로
발끝부터 위로 올라오는 바다기운에
은수는 온몸을 던지고 싶은걸
억지로 참으며 다짐한다
"이곳에 충실하리라 이제 부터 정해진 기간을
내감정에 충실하리라 한치의 거짓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