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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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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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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BY byelover 2002-01-26

-기억19-
"그의 이야기(3)"


층계를 오르던 그가 잠시 주춤하며 뒤돌아 그녀를 본다.
영은은 문득 이런 광경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힘없는 미소를 던졌다.
부모형제도,친척도 아닌 한때 그의 여자였던 사람에게
자신들의 사이를 인정해달라고 이렇게 떨리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의 뒤통수에다 대고라도 묻고 싶다.
꼭 이래야만하냐고...
하지만 영은은 아무말도 할수 없다.
그의 등뒤에서 소리치며 울던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
그가 뒤돌아보지 않고 영은에게 말했다.
"영은아!미리 말해두는데...아무것도 묻지마.그리고 아무말도
하지마.그냥...내가 하는대로 지켜보고만 있어.알겠니?"
"..."
"걔 ...지금 많이 힘들어해.막무가내일거야.네가 ...이해해줘.
그리고 이런일하게 해서 미안해...가자."
'당신이 말하는 이런일이란거...
당신 제대로 알고나 있어요?
당신과 나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던 그 여자에게
...당신 뭐라고 할건가요?나를 내세워 당신이 하려는말이 뭐죠?
나...두려워.그녀의 입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그리고 당신이 그녀앞에선 어떤 모습일지...
그녀와 당신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
이렇게 그녀를 아프게해서 당신을 가져야 한다는거...
당신...그녀를 사랑한적 없었다고 얘기해줘.그녀 혼자만의 사랑
이었다고...그래서 이럴수 밖에 없다고...'
문앞에 선 그가 영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괜찮겠니?"
'괜찮냐고...?
그러고보니 나 당신 만나서 한번도 괜찮은적 없었어.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이렇게 힘든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
그는 계단을 다시 내려올 모양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무서워요."
그와 영은의 눈길이 아프게 엉켰다.
그가 계단을 도로 내려오자 갑자기 쾅하고 문이 열렸다.
두사람은 반사적으로 열린 문을 올려다본다.
몇명의 어린 여학생들이 두사람을 스쳐 계단을 바쁘게 뛰어내려갔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서있는 두사람의 모습을 누군가가 말없이
내려다보더니 곧 그의 이름을 불렀다.
"민재!너구나!왔으면 들어오잖고...?누구...?"
영은은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받을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민재가 여자에게 잠시 웃어보이며 계단을 오른다.
"소희야!나...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여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재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팔짱을 낀채 영은의 얼굴만 빤히 내려다보았다.
"저 손님은 누구니?나랑 상관 없는 사람이니?"
여자는 영은을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영은이야."
여자는 '영은'이라는 그의 말에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아마 그는 자신의 얘기를 그녀에게 꺼낸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자의 얼굴에 떠오르는 좌절감을 읽고 싶었던걸까...?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영은...이가 누군데...?"
여자는 여전히 자신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소름끼칠만큼 낮고 차분했다.
"나한테 소개시켜줄 사람인가 보지?"
"소희야!"
민재는 그녀의 앞에 우뚝 서서 그런 그녀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려 애쓰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영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쟤랑은 어디까지니?왜 네 애라도 뱄다든?"
여자의 거친 말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자신을 향한 적개심은 여전했지만
여자의 모습은 영은이 기억하는 이미지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개방적으로 보이던 긴 파마머리는 하나로 단정하게 묶여져있었고
진한 화장은 흔적도 없이 지워진 순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도해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기운이 없어 보였다.
서로를 살피는 두사람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었다.
여자는 문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자신을 붙잡는 민재를
뿌리치며 계단을 내려왔다.
영은은 자신을 향해 계단을 한칸한칸 내딛는 여자의 얼굴만
바라볼뿐 조금도 움직일수 없다.
순간 뭔가가 와 닿았다.
소리치는 그의 음성과 여자를 밀쳐내는 그의 몸짓을 보고서야
영은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달았다.
소리도 없이 다가온 여자가 아무런 언질도 없이 막무가내로
영은의 뺨을 그것도 두번씩이나 후려쳤다.
그와 여자가 자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니 여자의 몸부림을 그가 말리고 있다고나 할까...
여자의 행동은 어찌나 거칠고 투박스러운지
그역시 당해내기 힘들어보였다.
그가 상상했던 일이 이런것이었을까...?
영은은 얼얼해진 자신의 두볼을 어루만지며 한동안 두사람을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는 무슨 말로 여자를 달래고 있는걸까...?
아니 무슨 말로 여자를 포기시키려 할까...?
무어라 여자에게 나직히,그러나 다정하게 말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니 뭔가 울컥 치밀어올랐다.
조금은 냉정한 그의 모습을 영은은 내심 기대했다.
그의 차가운 모습을 보며 아파할 여자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는 영은의 뺨을 때리고 난동을 피는 여자를 조심스럽게
달래고 있을뿐이다.
그런 그에게 영은은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을 보아주기를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도 그는 돌아서 주지 않는다.
여자는 마치 자해를 가하듯 소리치고 온몸을 뒤틀며
가끔 그의 가슴을 힘없이 칠 뿐 눈물을 흘리거나 매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그녀가 그에게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마치 이 자리에 서있는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영은은 몸을 돌려 여기를 빠져나가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뒤돌아 섰다.
'내가 이런 모욕감을 느끼게 될 거란거... 당신...알았나봐.
그래서 나에게 아무말도...아무것도 묻지 말란거였나봐.
지금 당신의 행동. 나 이해할수 없어.마치 불륜이라도 저지른
사람들처럼 왜 저 여자에게 이렇게 당해야되는거야?
왜 아무말도 하지 말란거야?당신과 저 여자...
서로 사랑했었어?당신이 나땜에 저 여잘 버리는거야?
그런거야?지난 사랑에게 작별을 고하는것치곤 유별나구나.
당신들.내앞에서 그렇게 엉겨붙어서...
나...이렇게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거야?
나 좀 봐요.좀...'
영은은 숨이 막힐것 같아 견딜수가 없다.
돌아봐도 여전히 여자는 그에게 비스듬히 기댄채 바닥에 앉아 있다.
두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것 같았다.
그제서야 그가 영은에게 고개를 돌렸다.
순간 화가 치민 그녀는 그의 눈을 외면했다.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여기가 어디라고 왔니?너...민재랑 좀 논 모양인데..."
"소희야!그만해."
여자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그래.네가 무슨 잘못이겠니.가라.가라구!"
여자가 벽에 기대 일어서자 그가 그녀를 부축했다.
영은은 그런 그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그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영은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무슨 의미야...?당신 이해할수 없어.마치...'
그는 한참동안 말없이 영은을 바라보다 여자를 끌며 돌아섰다.
기다리란 말도 없이...
여자가 영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바보같은것.니가 민재 짝으로 어울리기라도 한다고 생각하니...?"
다시 그가 화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이제 그만하라구!"
그가 다시 영은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러나 영은은 그의 신호를 알아차릴수가 없다.
그가 왜 자신을 여기 두고 여자와 함께 계단을 오르는지도
알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영은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는 빨리 그가 내려왔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영은은 건물밖으로 나오고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얘기는... 잘 된거예요?"
그제서야 그가 영은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직 손자욱이 남아있는 그녀의 볼에 손을 가져가려다
갑자기 멈춘다.
"미안해...아팠지?"
"..."
"너도 조금 느꼈겠지만...저 애...정상이 아냐."
뜻밖의 말에 영은은 놀라 그에게 물었다.
"그게...무슨 말이에요?"
그는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그냥 보기엔 멀쩡하지...나땜에 더 심해진것 같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 없다.
다만 그의 손이 조금 떨리고 있단것밖에...
영은은 그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나자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그리곤 그가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돌렸다.
"소희는...내 첫 여자야."
영은은 문득 내뱉는 그의 말에 자신의 손도 떨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영은을 빤히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남자도...사랑하는 사람과의 첫경험을 꿈꾸지.하지만..난..아냐."
영은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남자의 음성에 묻어있는
슬픔이 여지없이 자신에게 와 박히는것을 느꼈다.
다시 아파질 준비를 해야 할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