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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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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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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byelover 2001-11-11

-기억5-
"변명"

어머니는 지금 자신의 얼굴속에서
몸서리치게 지우고 싶은 여자를 떠올리고 있는것 같았다.
영은은 자신을 보는 어머니의 눈속에 멍하니 떠있는
낯선 여자를 보았다.
어머니는 갓태어난 영은을 그녀에게서 데리고 온후
떠나는 여자를 이곳에 데리고 와 새옷을 해 입히셨다고 했다.
지금의 영은과 같은 나이였던 여자.
여자와 어머니도 이렇게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을까...?
'엄마!그 여자...나랑 닮은 그 사람...그렇게 잊을 수가 없으세요?
그러면서 왜 그리 지겹게 날 붙잡고 있는거야.그 여잘 왜 이렇게
끌고 다니는거냐구...?왜...?이제 그만 놓아줘.제발...!'
서로 바라보지만 마주치지 않는 두사람의 눈앞을
긴 줄자가 가로막았다.
"자!이제... 다 된것 같네."
영은의 치수를 재느라 구부렸다일어나는
선아엄마의 혼잣말에 영은은 어머니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다.
"내 이쁘게 빼줄께.걱정마.언니!몸매가 예뻐서 뭘 입혀도 예쁘겠네."
시장안에서 수선을 하다 얼마전 이근처에 양장점을 새로 낸 선아엄마.
주위의 권유로 가게를 내긴 했는데 수입이 영 시원찮은것 같았다.
평소 언니동생하고 잘 지내던터라 틈만나면
그녀는 어머니의 가게로 와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신의 단골손님들을
그녀의 가게로 연결시켜주었고, 그 고마움의 표시로
자신의 옷을 지어주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영은을 불러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시고 난 그날 이후 영은과 어머니는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일이 거의 없었다.
아버지가 안계시고 부터 어머니의 귀가시간은 부쩍 빨라지셨다.
그러나 영은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지는 자신을 느꼈다.
늘 비어있었지만 주인이 있던 그 자리.
그가 떠나고 나서야 두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깨달았다.
영은은 사실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진 않았어도 한번도 함부로
대한적도 없는 어머니의 놀라운 인내심을 이해할수 없을때가 많았다.
안으로만 삭히고 있을 분노를 차라리 자신에게라도 토해내길 바랬다.
그러나 어머니는 영은의 얼굴위에 겹쳐지는 여자를 보면서
그녀에게 원망의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
돌아오지 않을 남편을 위해 매일밤 몇장 남은 와이셔츠를 다리고
이미 낡아 몇년째 서랍속에만 있던 안경의 먼지를
자신의 옷소매로 세심하게 닦아내며...
어머니가 정작 내몰고 싶었던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의 곁에서 모질게 떠나지 않는 여자의 그림자였을것이다.
아니면 그것은 그를 용서했다고 말한 그녀의 서툰 거짓이었을까..
자신의 감정을 내놓는 일에 서투른것은 어머니뿐만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으면서도
밤새 숨죽여 울기만 했던 자신...
영은은 어머니가 시켜놓은 칼국수를 거의 씹지도 않은채 삼키고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왔다.
늘 이런저런 잔소리로 영은을 잡아세우던 어머니도
오늘은 영 입을 열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어머니는 영은의 눈두덩이를 오래 쳐다보는것 같았다.
평소 무슨일에든 무뎌보이던 영은의 눈물에 어머니는
마음이 쓰이시는걸까...
'엄마!난 이렇게...이렇게 아무것도 아닌일에...
가슴이 이렇게 아프고,화가 나고 질투가 나서 미칠것 같은데...
엄만 어떻게 참았어?어떻게 날 보며 살수가 있었지?
난...그사람이 나아닌 누굴 사랑할수도 있는건데...
그게 진이어서일까...?아니야.진이가 아니었다고 해도 난 아플것
같애.그가 누굴 사랑했다고 해도...나 이제 어떡하지?'
영은은 진이의 말을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에게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라 가슴만 탔다.
'그럼 이렇게 우린 ...끝나는 걸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그것도 이런 말도 안되는일로..
그에 대한 내마음을 덮어버려야 하는것일까...?'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진지한 눈동자가 자꾸만 떠올라
영은은 또 눈물이 났다.
그의 긴 한숨이 그이유였다고 생각하니 영은은 자신이 그에게
희롱이라도 당한것 같아 분한 마음까지 들었다.
혜영의 말처럼 너무나 촌스럽게 고지식한 자신에게 진이의 고백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되어 가슴 깊숙히 박혔다.
지금 영은은 숨을 쉬기조차 힘들다.
그와 진이가 자신에게 준 상처를 잊을 수 없을것만 같다.
어쩌면 진이의 상처가 자신보다 더 클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은은 그녀의 아픔까지 헤아릴 마음이 없다.
이유야 어쨌건 두사람은 자신을 아프게한 공범자일뿐...
그날 그는 영은을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영은을 찾아온 그는
굳어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무슨 일 있었니?어디 아파...?"
"...아니요.좀..좀 바빠서요."
언짢은듯 자신의 눈을 피하는 영은의 얼굴을
돌려 그가 자신을 보게 했다.
"너...울었구나!정말 아무일 없는거니...?"
그는 정말 걱정스러운듯 한참동안 영은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영은은 가까스로 참고 있는 눈물이 또 나려 해서 그를 외면했다.
"그래.말하기 싫음 하지마.나중에 올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하는 그가 너무 잔인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나혼자 바라보게 하지 그랬어요?왜 날 불러세웠죠?
그냥 내버려두지...그것도 진이의 친구인 날...
왜 그랬어요?당신 게임에 내가 필요했나요?
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당신에게 끌리는 내가
얼마나 싫고 두려운지 알기나 해요?
진이의 말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을 믿고 싶은 내가..'
축처진 그녀의 어깨를 그가 한손으로 다정하게 감쌌다.
영은은 갑자기 참을수 없어진다.
그의 손을 확 뿌리치며 그녀가 말했다.
"장난치지 마요!당신...당신 진심이 뭐예요?"
그의 얼굴에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그녀를 볼뿐이었다.
"그래요.당신 진심이 뭐든...상관 없어.이제 여기 오지마세요.
호의는 감사했습니다.안녕히 가세요."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것 같았다.
그도 화가 난듯 숨소리가 거칠었다.
"영은아.난 빙빙 돌려 하는 말 제일 싫어해.
무슨 말인지...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해줄래?
네가 이러는 이유...?"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에도 없는 선언을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습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래요.난 바보같고 그리고...촌스러워서...
그래서 당신처럼 개방적인 사람과는 격이 안맞네요."
그제서야 그럴 줄 알았다는듯한 그의 표정...
"진이가 너한테...뭐라고 했니?"
그의 입으로 진이의 이름을 듣는것 마저도 견디기 힘들다.
"...제 입으로 말하기 싫어..."
영은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는 성난 얼굴로 돌아섰다.
"...알아들었으니 가봐..."
그의 목소리는 거짓말처럼 냉정했다.
마치 자신이 그에게 잘못이라도 한것처럼...
갑자기 영은은 너무 기가 막힌다.
그러나 돌아서 저만큼 걸어가는 그를 영은은 붙잡고 싶어졌다.
그런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싫다.
그에게 그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걸까...?
진이와의 일에 이러는 자신을 외려 그는 비웃기라도 한단 말인가...?
알 수 없는 그의 태도에 영은은 더 마음이 아프다.
그 이후 그는 영은이 오지 말래서 오지 않는건지
아니면 오히려 그녀에게 화라도 내는것인지
정말 영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영은은 그에게 그런 말을 한 자신을 오히려 후회하고 있다.
괘종시계소리에 무심코 시계를 올려다본다.
벌써 12시가 넘어있었다.
오후수업에도 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영은은 혜영에게
대리출석을 부탁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는 왜 나에게 아무런 변명조차 하지 않았을까...?'
영은은 그의 변명을 기대했었다.
그건 오해라고...
너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고...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한마디에 아무런 변명도 없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그렇게 차갑게 돌아서 가버렸다.
그가 너무 야속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변명을 이렇게 기다려 본 기억이 없다.
자신의 구차한 출생을 알고도
아버지의 변명을 기다리지 않았었다.
앞으로 그의 얼굴을 볼수 없다고 생각하니 알수 없는 슬픔이
밀려와 미칠것만 같다.
영은은 눈물에 젖은 볼을 두손으로 닦아내며 전화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가 전화라도 해주지 않을까하고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영은을 단념한것 같았다.
그런 그의 행동이 오히려 영은을 더 애타게했다.
그녀는 견딜수 없는 그에 대한 집착으로 잠을 이룰수가 없다.
결심한듯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옷을 챙겨 입었다.

집을 막 나서려 할때 전화벨이 울렸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슴이 떨려왔다.
그러나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그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한참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은을 불러놓고 말이 없다.
"엄마!나 학교 가야되니까...어서 말해요!"
영은의 젖은 목소리에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이것아!아침부터 청승맞게 울면 될 일도 안돼.알겠니?"
어머니는 걱정을 늘 이렇게 표현한다.
그녀의 마음에 영은은 또 마음이 아파온다.
"울긴 누가 울었다고 그래.좀 자다 깨서 그렇지."
"벌건 대낮에 무슨 잠이냐.시간 나면 청소라도 좀 해놓고 그러지.."
"알았어.나 나갈거야.할 말 없지?...그럼 끊어.응...안 늦을께..
알았다구요오...그래요."
어머니의 눈에 비친 영은은 이제 성숙한 여인이었다.
누군가를 가슴에 품은 여자의 내음이 났다.
자신이 그런 사랑을 가지기도 전에 이렇게 허망하게
깨어지려한다는 것도 어머니는 눈치채셨을까...?
영은은 자신도 주체하기 힘들만큼 솟아오르는 어떤 용기를 느낀다.
그녀는 그에게 직접 물어볼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어떤 변명이라도 해준다면,
그리고 자신에 대한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고 그녀를 붙잡는다면...
그를 믿겠다고,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멈추지 않을거라고,
어쩌면 어리석을지도 모르는 다짐을 해본다.
"없나본데...왜?뭐 전할 말 있냐?"
진이의 써클동기인 인호가 영은의 부탁에
자신의 써클실말고도 그 주위까지 민재를 찾아봐주며 말했다.
"아니,고마워.나 갈께.나중에 밥 한번 살께."
궁금해하는 인호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서다 문득 생각난듯
영은이 물었다.
"그 선배.혹시 집 전화번호 좀 알려 줄수 있니?
물어볼게 있어서..."
영은은 자신에게 묻고 싶다.
어쩔셈이냐고...
학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의 모습.
영은은 왠지 지금 그를 찾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한참을 울리는 신호음...
뚜우..뚜우..딸칵...아...!그의 목소리에 영은은 숨이 멎을것 같다.
"네.말씀하세요...여보세요?...말씀하세요....끊습니..."
"끊지 마세요.저...안영은이에요...여보세요?"
"으응.."
며칠 그를 보지 못했을 뿐인데 너무나 반가운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울음이 나올것 같다.
낯설기만 한 자신의 이런 감정을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는 영은의 말을 기다릴뿐 아무말 하지 않는다.
"만나줄 수 ...있어요?"
"....그래....어디서...?"
"제가 ...그리로 갈까요?"
"아니야.내가 갈께.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영은은 조금은 냉정해진 그의 목소리에 서러워지려했다.
사랑을 한다면 이런 사랑을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문득 자신이 떠나가는 남자에게 매달리고 있는 여자같다는
생각이 든다.정말 그런 걸까...?
영은은 설레이며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카페안을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크지 않은 카페안은 벌써 라이브를 보기위한 학생들로 가득했다.
자리를 잡기위해 서성이는 영은을 누군가 아는체 한다.
"안녕하세요?언제 한번...아...!민재형이랑 같이 온 적 있죠?"
서빙을 하는 남자가 그의 이름을 들먹인다.
"이리 오세요.제가 자리 잡아 드릴께요."
그는 무대 앞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오늘 혼자오셨어요?형은 아직 안왔는데..."
"아...네.올거에요."
"그건 알죠.형 노래 들으러 온거 맞죠?"
노래...?그가 여기서 노래를 했었나...?
영은은 무대를 쳐다보며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를 떠올리니 가슴이 아파온다.
그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많이 기다렸니?"
그가 왔다.가슴이 뛴다.
영은이 자신도 모르게 일어서자 그가 앉는다.
아무것도 변한게 없어 보이는 얼굴.
연한 보랏빛 스웨터를 입은 그는 오늘따라 더 멋있어보인다.
영은은 준비한 말을 그에게 내뱉을수가 없다.
그는 영은에게 웃어보이며 아까 그녀를 아는체 했던 남자와
농담을 나누는듯했다.
두사람은 늘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의 어색함에는 왠지 모를 찬기운이 느껴졌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니?"
친절하지만 짧고 사무적인 말투.
그는 변한것 같다.
영은은 그와 이렇게 마주 앉은 자신이 후회스럽다,
영은이 말하려하자 그가 먼저 말했다.
"영은아!넌 그게 그렇게 중요해?"
영은은 그의 뜻밖의 반응에 멍해진다.
"그럼...아무렇지도 않단말이예요..?"
그녀가 간신히 말하며 그를 보자
그는 영은의 시선을 피하는듯 했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그래.나한텐 중요하지 않아.나 지금 노래 부를 준비해야 하거든."
그는 영은에게 마치 가달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영은은 자신을 보지않고 일어서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영은은 가방을 꼭 껴안듯 힘주어 들고 그의 앞에 섰다.
여전히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는다.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꼭다문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 '나가줄래?'라고 말하는것 같다.
영은은 천천히 카페를 걸어나왔다.
그는 그녀를 잡으러 나와주지 않는다.
참았던 눈물이 기어이 볼을 타고 후두둑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