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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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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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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byelover 2001-11-08

-기억4-
"외면"

하객들중 반이상은 학생들인것 같았다.
영은은 혜영이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혜영은 누구보다 먼저 그 자리에 와서
그것도 신랑측 맨앞줄에 앉아있는것이 아닌가...
영은은 혜영을 아는척해야할지 망설여진다.
그녀의 뒷모습이 초라해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영은은 식이 시작되자 밖으로 나왔다.
마치 자신이 혜영이 된 듯 슬퍼지려해서...
저애는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을까...?
정리되지 않는 자신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서였을까...?
보이지 말아야 할 장면을 자신에게 들키고만 조교는
어느날 혼자 있는 영은에게 다가와 말했다.
"안영은씨...!시간 있으세요?"
약간은 장난스러운 그를 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서려했다.그일이 있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왠지 아직도 영은은 그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러자 그는 "그냥 여기서..."라고 말하며 영은의 옆자리를
가리켰다.안경너머 그의 눈동자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얼핏봐서는 외소하고 볼품없어보이는 체구에
너무나 평범한 이 얼굴에 여자들이 무슨 매력을 느끼랴싶지만
그는 참으로 괜찮은 남자였다.
한마디한마디에 어떤 느낌이 배어있는,처음보다는 두번째,
그리고 그보다는 또 세번째, 그렇게 만나면 만날수록 괜찮은,
한마디로 그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런 수식을 붙이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영은이 학교에 등록금을 직접 내러 왔다가 과건물에 와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었는데 이것저것 소상히 안내해주는
아주 자상한 남자였다.
그때만 해도 조교가 뭘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영은에게
그는 그냥 과에 관련된 어떤 남자일 뿐이었다.
그가 자신들을 돕는 사람임을 알게된후
이해와 진행이 느린 영은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은이 과사무실로 찾아갈때면
그의 곁에는 작품이나 과제일이 아닌 일로도
늘 어떤 여학생들이 있었다.
참 보는 눈들도 없구나 싶었는데 어느순간 영은도 은근히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과의 여학생들치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괜찮았다.
그러나 영은이 아는바로
그는 자상하고 조금의 바람끼가 느껴지는
남자이긴해도 학교에서 더구나 학생을 상대로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혜영의 말에 의하면 조교는 바람둥이며 자신을 먼저 유혹한것도
그였다고 했다.두사람은 깊은 사이였다.
물론 혜영이 남자가 유혹한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만큼 순진하지 않다는걸 안다.그러나 먼저
그런 대담한 행동을 할 만큼 감정적이지도 않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니가 본건 잠깐의 실수였고,
더이상의 관계는 아니니 오해하지말라고
이상하게 소문내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결혼을 앞둔 그는 나에게 부탁하고 싶은걸까...?
그는 창밖을 보는듯 했다.
그의 시선이 덩그라니 머문곳은 앞건물 옥상의 깃발같았다.
자신들이 청첩장을 제작하겠다고 자청한 과 학생들때문에
그의 결혼 소식은 이미 다 알려져 있었다.
영은이 먼저 말을 건넨다.
"결혼...준비는 잘 되세요..?"
갑자기 그는 영은의 물음에 겸연쩍어졌는지 "응..."하며
안경을 벗어 자신의 티셔츠밑자락을 조금 끌어당겨 닦았다.
"영은아!나 혜영이...정말 좋아했어.
후...이런 얘기.이제와서 해봐야 소용없겠지만...
너한테 혜영이가 많이 의지하는것 같아서...
혜영이가 나 많이 욕하지...?"
영은은 그가 자신에게 묻고 있는지 혼잣말을 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그는 영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또 말했다.
"혜영이가 나 욕 많이 했을거야."라고...
갑자기 영은은 화가 난다.
"그럼 왜 그랬어요?왜 그앨 좋아하면서 다른 여자랑 결혼하세요?"
영은은 차마 입밖으로 이렇게 더 물을수가 없다.
'정말 혜영이가 처녀가 아니라서요?단지 그것때문이에요?'
이렇게 따져 물을 사람은 자신이 아닌데...
새삼 이렇게 화가 나는 자신이 우스워진다.
그는 영은을 보지 않고 말했다.
"혜영이가 말 안해...?아직 혜영이가 어리잖아.
내가 더 많이 기다려줘야하는데...혜영이가 망가지는것 같아서
힘들어."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혜영이가 그러대.자긴 내가 처음이 아니라서 결혼 못한다고...
그리고 나만의 여자가 되어줄수 없다고...
혜영이보다 내가 어린건지 걔 말을 이해할 수가 없구나.
너한테 혜영인 어렵지 않니?"
영은은 어이가 없다.
혜영이 자신에게 이제껏 해 온 얘기들은 다 뭔가...
그녀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말했다.
어린 자신이 희롱당했다고,자신은 그를 사랑한다고...
뭐가 뭔지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주지 않고 그는 일어섰다.
"영은아!혜영이가 날 만나주지 않아.니가 전해줄래?
기다린다고...청첩장따윈 상관없다고...
꼭 전해줘.혜영이의 진심을 말해달라고...부탁해."
그가 일어서며 흰봉투를 내민다.
"이거 전해줘.청첩장이야.이거 보면서 마음 결정하라고..."
영은은 그가 떠난지 한참뒤에도 봉투를 집어들수가 없다.
신부가 될 사람은 혜영이 말한것처럼 원래 있다던 약혼녀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거절하며 혜영이 그에게 소개시켜 준
그녀의 선배라고했다.
뭐가뭔지 모르겠다.영은은 혜영의 이해할수 없는 거짓말들에
화가 나기보단 왠지 모를 동정심이 느껴진다.
영은이 다음 수업이 있을 교실로 가기위해 일어섰을때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혜영이 문앞에 서 있었다.
"언니!별 거지같은 부탁을 받고 그래?"
헤영은 수업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영은의 손에 들린 봉투를
받아들곤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언니야!들어가라.나 그냥 여기서 놀래."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의 무덤덤한 표정에
영은은 마음이 조금 놓인다.
"너 진짜 웃기는 애다."영은이 한마디하자 혜영이 피식 웃는다.
"왜?그 사랑에 주저앉아야 사랑이 완성되는거야?웃기지 말라고해."
이애는 늘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언니!나 동거하고 있는거 모르지?"
돌아서는 영은을 혜영은 또 엉뚱한 말로 잡아세운다.
"뭐...?"
"상민아저씨 나땜에 장가못갈까봐 ...
보내줘야지.같이 주저앉을거 아니면..그치?"
철없어만 보이던 헤영이 왜인지 오늘은 조금 성숙해보인다.
동거얘기도 그녀가 지어낸 것일까?
헤영이 말했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아.어린애든 나이든 놈이건...
죄다 다 자기가 처음이길 바래.그런 자기는 처음이 아니면서..
언니!언닌 시집갈거면 연애도 하지마라.가서 책잡히지 말고...
난 시집안갈거다.사랑만 하고 살거야.가는 사람은 보내고
오는 사람 만나고...얼마나 좋아.다 바보들 같아."
그녀는 결혼은 사랑이 변해가는 걸 보는거라고 말했다.
어린 그녀의 결혼관이 왜 그리도 부정적인지 알수없었지만
영은은 생각한다.
세월이 흐른 어느날
그녀는
지금 이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물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러나 그의 결혼식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마주친
혜영의 눈은 조금 젖어 있었다.
그녀는 벌써 후회하고 있는것 같았다.

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정말 그 아저씨랑 사귈거야?"
그날 이후
과건물앞으로 민재는 자주 찾아왔다.
그런 그를 진이는 보았을것이다.
영은은 진이의 눈을 피했다.
진이는 차가운 얼굴로 영은을 쳐다보다
갑자기 일어나 교실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날이후 그를 만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를 피하려고 그런건 아닌데 영은은 그를 볼수가 없다.
그의 뜨거운 입김이 자꾸만 떠올라 그를 앞으로도
볼 수 없을것만 같다.
자다가도 그생각만 나면 어지럽고 속이 메쓰꺼운것같기도하고
가슴이 찌릿찌릿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첫키스...!
그의 느낌이 너무나 강렬하게 배어있는 자신의 입술을
영은은 아주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문득 알수없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왜 진이한테 이러는지는 진이한테 직접 들으면 되고...'
진이와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보니 그녀는 불안해졌다.
혜영과 식당에서 올라오는데 누군가 달려와 영은의 어깨를 잡았다.
돌아보니 그가 서 있다.
그는 혜영을 아는체하며 자리 좀 피해달라는 눈짓을 해보인다.
혜영이 큰소리로"누군 좋겠네"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영은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도 한동안 아무말이 없다.
"진이가...뭐라고 그랬니?"
진이...?왜 갑자기 진이 얘길 꺼내는걸까...?
"아니요."
그는 영은의 대답에 다행스러운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한숨의 의미는 무얼까...궁금했다.
"너한테 그런 얘길 하는게 아니었어.부담스러우면 말해.
난 네가...그러니까...너도 날..."
그는 날 오해하고 있는걸까...?그게 아닌데...난...말해야할것 같다.
"저...아니에요.그런거...전...그냥 ...부끄럽고,민망하고..."
영은은 혜영의 말처럼 지금의 자신이 참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
"참!그리고 나 사체과 아니다.누가 그랬어?내가 그과라고..?
나 국문학과야....안어울리지?
아직 복학 안했지만... 다음 학기에 할려구."
그러고보니 그날 영은의 물음에 그는 소리없이 웃기만 했었다.
"이 몸에 무슨 운동을 했겠냐.너 볼려고 달리기는 하지만..."
그의 볼에 보일듯 말듯 희미한 상처자욱이 보였다.
영은은 그의 볼에 난 상처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갔다.
그녀의 느닷없는 행동에 그는 잠깐 움찔하는것 같았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그런 행동에 멋쩍다.
"아!이거...아직 보이지?군대에서 다친거야.어떤놈이 찍었어.
밥먹다가 젓가락으로...웃기지?지금 생각하니 나도 웃긴다."
그는 다시 영은의 손을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댄다.
"자.어디 한번 만져봐..."
영은은 그의 가뿐 숨길이 느껴져 그에게서 자신의 손을 뺐다.
갑자기 층계를 내려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된다.
그는 영은의 과건물앞까지 그녀를 데려다주며 말했다.
"영은아!나...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다 들어줄거지?"
영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 나중에도... 우리 만날까...?"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 그의 입술만 보게 된다.
"응...?"
"아,네.그럼..."
이럴때는 혜영처럼 대범하게 굴지 못하는 자신이 싫다.
단 한번의 키스에 이런 날 얼마나 비웃을까...
돌아서는 영은을 그가 다시 부른다.
"어디서...?거기...?"
그가 '거기'라고 했을뿐인데 괜히 가슴이 뛴다.
"네."
층계를 걸어올라가는 그녀의 얼굴은 멍해 보인다.
사랑이란거 다들 이렇게 하는걸까...?
영은은 자신이 너무 어린애같고 바보스러워보인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았다.
자신의 입술,자신의 손 ...그리고 자신의 마음...
그에게 잡힌 모든것들이 다 그의 것만 같다.
그때 진이의 얼굴이 느낌표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그와 있는 자신을 보았을까...?
그래.진이였어.그를 받아들이고 싶은 내 마음을 늘 가로막는것은..
진이야.미안해.나 그사람 받아들일래.내 마음 내어 보일래.
나 막지마.그리고 용서해줘.
영은은 이제 진이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영은아!"오랫만에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그것도 예전처럼 다정하게...
자신을 부르는 진이의 목소리에 영은은 다시 마음이 약해진다.
진이야.그러지마.차라리 날 더 차갑게 대해줘,그래야 나도...
"나랑 얘기 좀 할래?"다시 냉정한 목소리.잘못 들은걸까...?
"...무슨 얘기...?"
뭔가 결심한듯한 그녀의 표정에 영은은 문득 두려워진다.
왜일까...?
"여기서 들을래?"
진이의 입술이 약간 떨리는것 같았다.
이 아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 이러는걸까?
영은은 갑자기 무서워진다.
듣지 말아야 할 얘기같아 영은은 그냥 다시
층계를 오르려 진이의 옆을 스친다.
입술을 깨무는 진이의 옆모습이 보인다.
"나 ...잤어."
영은은 하마터면 계단을 헛디딜뻔했다.
영은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본다
난간을 꽉 잡은채 뒤돌아 진이를 보았다.
"너...금방 ..뭐라고 한거야?"
진이는 결심한듯 다시 말했다.
"나 그 아저씨랑 잤다고...알겠니?나 ..."
....!!! 아니야.믿을수 없다.그럴리가...거짓말일거야.
그런데...영은은 다시 물어볼수가 없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진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런데도...그래도 너 그 아저씨 만날거냐구...?"
진이가 남자와 잠을 잤고,그것도 민재와...?
그가 진이에게 직접 들으란 얘기가 바로 이거...?
자신이 느꼈던 두려움이 바로 이런것이었을까...
영은은 아무런 말없이 울고 서있는 진이를 남겨둔채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아무것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런데...그런데 눈물은 왜 나는거지...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벗어나고 싶었다.지금 이순간 자신의 감정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