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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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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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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byelover 2001-11-07

제8화
-기억3-
"첫경험"

영은은 숨을 후욱하고 내쉰다.
못볼걸 본 것처럼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영은은 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 같다.
혜영이 영은의 뒤를 황급히 쫓아왔다.
"언니!영은언니!나 좀봐!거기 서봐요.좀..."
어느새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복도를 뛰듯이 걷고 있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영은의 한쪽 팔을 잡고
혜영은 갑자기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영은은 기가 막힌듯 헤영의 얼굴을 그제서야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볼은 아직도 발그스레하고 그녀의 입에선 희미한 담배냄새가 났다.
"내참,촌스럽긴...언니!왜그래?그러고 달아나버리면 어떡해?"
오히려 혜영이 화를 낸다.
영은은 그런 그녀에게 무슨말이라도 해줘야할것 같은데
뭐라 할 말이 불쑥 떠오르지 않았다.
"얘!너..."
"왜...?나보고 뻔뻔하단 얘기 하고 싶은거야?"
키가 멀대같이 큰 그녀는 영은을 내려다보며 시종
입가엔 웃음을 머금고 있다.
"언니!그러지마!할망구처럼 왜그래?언니도 이런과야?
어머 이러지마세요~호호홍"
혜영은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코맹맹이 소릴 낸다.
그러곤 정색을 하며 말했다.
"언니!언니라서 내가 한번은 넘어가는데 앞으론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마.이건 어디까지나 충고야.
언니가 그렇게 소릴지르면 우린 뭐가 되냐구.
우리가 뭐 바닥에서 뒹굴기라도 했수?"
혜영이 그렇게까지 나오자 영은은 말문이 막힌다.
영은은 판화시간에 쓸 필름을 찾으려
복도 맨끝에 있는 인화실로 가던 참이었다.
암실안에는 이미 누가 작업을 하는 중인지 문이
안에서 잠겨져 있었다.무심코 문앞에 서서 기다리던 영은은
갑자기 도어를 돌리는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문이 스르르 열려 주춤했다.
오래된 나무문의 틈새로 빛이 들어올까봐 끼워둔
신문지뭉치가 안에서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문에 몸을 기댄 모양이었다.
문은 이미 빛이 들어갈 만큼 열려있는데 사람은 나올 기색이
없자 영은은 고개를 문틈으로 빼꼼 내밀었다.
아니....!!!
암실안에는 누군지 모를 두사람이 온몸을 밀착시키고
신음소리까지 내며 입술을 맞대고 있었다.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어머!!"하는 짧은 비명을 질렀고
그소리에 놀란 두사람은 움찔하며 떨어져 섰다.
머리를 매만지며 자신을 쳐다보는 여자는 놀랍게도
혜영이었고 잠깐 영은과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는
남자는 과조교였다.
큰일 날 불륜의 현장이라도 목격한듯 영은의 심장은 큰소리로
요동쳤다.누가 무어라 할틈도 없이 영은은 복도로 뛰쳐나갔고
혜영은 자신보다 조교의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듯
영은의 뒤를 따라온것이다.
그런데...그녀는 궁색한 변명대신 영은을 나무랬다.
평소 매사에 당당하고 앞뒤가 분명한 혜영의 성격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데까지 그러리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이런데라 ...자신의 생각이 우습다.
영은은 다시 작업의 마무리라도 하려는듯 급히 뛰어가는
혜영의 뒷모습을 맥없이 바라본다.
정말 내가 바보같은걸까...?

서로의 마음을 아는 두사람은
눈치채지 않게 서로를 살폈다.
진이는 자신을 피하거나 하는 유치함따윈 보이지 않았다.
늘 먼저 와 자리를 잡아놓는 영은이 진이가 교실을 들어서면
인사대신 의자를 책상밑에서 끌어내준다.그러면
진이는 말없이 와 앉는다.
두사람은 밥도 같이 먹으러 갔고 일상적인 대화도 했다.
그러나 두사람 모두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새로운 감정의 시작으로
당황했고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영은과 진이는 서로 마음으로는 미안해하면서도
어떤 한 남자에게 흐르는 감정을 막아내기 힘들어했다.
서로 일체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론 너무도 궁금해하고 조바심을 냈다.
집안얘기까지 서로 모르는게 없던 두사람의 사이가
조금씩 소원해져갔다.
영은은 자신의 가슴속에 지어놓은 진이의 집이
얼마나 커있었는지 그즈음에야 조금씩 알게되었다.
진이는 지금도 슬픈걸까...?
진이가 자신의 마음을 거절당한 사람이 민재였다고
진작 말해주었더라면 나는 그에게 다가서지 않았을까?
영은은 자신에게 물어본다.
대답할수가 없었다.
사랑과 우정...
고등학교때 반친구들이 미팅에서 만난
남학생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은은 그녀들이
참으로 비열하고 모자라 보인다고 생각했다.
의리없이 사랑을 택하는 여자들을 경멸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가...
영은은 칠판을 쳐다보고 있는 진이의 옆모습을 본다.
넌 내가 참 많이 미울거야.
그사람을 바라보는 내가 아니라
네마음을 거절 당한 그를 받아들이고 싶은
그런 내가..
문득 영은의 시선에 진이가 이맛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한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너 또 체했구나...
내가 널 아프게 하는구나.
진이야.나 할 수만 있으면...그럴수만 있다면
노력해볼께.널 위해서라도 그사람 ...단념해 볼께.
그렇지만 너무 기대하진마라.
난 내 우울함이 병인줄 알았어.
태어나기전부터 사람들을 아프게 한 댓가로
평생 앓아야 하는 고질병.
근데...너 아니?
하지만 나 그사람 생각만 하면
엄마가 운동회때 날 쳐다볼때처럼 가슴이 막 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이 교정에
마구마구 오고 싶어져서 마음이 급해진단다.
하지만...너도 그랬을거야.그랬니?너도 그랬니?
니가 그사람 조금만 좋았했던거라면 좋겠다.
그래.아주 잠깐 흔들린거라면...
안되겠니?진이야.나 그사람 좋아하면 나 용서 안할거니...?
영은은 진이의 아픔이 얼른 돌아서 주었으면 했다.
어서어서 다른 사람이 나타나 여린 진이의 마음을 확하고
휘어잡아주었으면 하고 날마다 바랬다.
영은은 일부러 틈이 날때마다 돌아오던 동아리방건물쪽으로
가는 횟수를 줄였다.
혜영은 영은이 두사람을 목격한 뒤로 더 영은에게 붙어다닌다.
영은이 누군가에게 자신과 조교와의 일을 얘기할까 두려운듯...
그러나 그건 영은의 착각이었다.
혜영은 자신의 감정을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었던지
쉬는 시간마다 영은의 곁으로 와 이런저런 얘길 했다.
조교와 사귀게 된건 얼마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정이 꽤 진지하다는것과 조교는 이미 결혼 상대가
있고 자신을 그냥 재미로 만난것 같다고...
영은은 혜영의 처신이 맘에 들지 않아
별로 대꾸할 맘을 느끼지 못한다.
결혼상대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그에게 다가선 혜영을...
조교의 약혼녀는 이 사실을 알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영은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비록 고의로 그런건 아니지만
하고 많은 사람중에 하필이면 진이.
가장 친한
진이가 짝사랑하던 사람을 바라보는 내가
혜영에게 어떻게 돌을 던질수 있을까...?
피차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건 다를게 없는데...
혜영이 말했다.
"언니!난 그 아저씨가 날 더 좋아한다는거 알아.
근데 그 아저씨 왜 날 피하는지 알아?
나쁜자식!내가 처녀가 아니라고 그러는거야.
자기가 처음이 아니라고 하니까 표정이 확 바뀌더라.
후...참!우리 순진한 언니,내 얘기 듣고 또 충격받겠다.
언니.어쩌지?나 너무 잘났지.아이...모르겠다."
영은은 더 할말이 없다.
사실 제대로 입맞춤도 못해본 자신에게
혜영의 고백아닌 고백은 충격적이긴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상상속에서 영은은 민재와 입을 맞추었다.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어질어질하고 몽롱했다.
혼자만의 그것도 마음속의 입맞춤으로도
영은은 진이에게 미안했다.
다부지게 그를 포기할 수없다고
그녀에게 말은 했지만 그러기에 영은은 너무 용기가 없었다.
헤영이 자신의 사랑에 당당한것에
영은은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부러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진이와 전공이라도 다른게 다행인지도 몰랐다.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품은채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에는
아직도 두사람은 서로를 너무 좋아하고 있었다.

영은은 과건물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하교길이라 교정에는 은은하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날은 며칠뒤 과제로 낼 광고 아이템 회의로
늦게까지 남아있어야했다.
각자 써클로 내려간 친구들이 미처 모이지 않아
교실에 앉아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자니 배가 고팠다.
식당에라도 갈려면 또 저 건물을 지나쳐야하는데...
영은은 마치 아주 멀리 가있는듯한
바로 앞 건물을 쳐다본다.
영은은 요며칠째 그를 보지 못했다.
그사람은 늘 그랬듯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바보처럼 바닥에서 낮잠을 자고 있겠지.
가끔 아침 일찍 학교 근처를 뛰어다닐것이고...
문득 그를 떠올리니 영은은 참을수없이 그가 보고 싶어졌다.
그때 혜영이 몇명의 친구들과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언니!언니팀은 벌써 끝났어?"
"아니...애들이 안와서 더 기다려야할것 같네.넌..?"
헤영이 갑자기 생각난듯 영은을 흘겨보며 웃는다.
"참!이 언니 엉큼하긴...언니 남자 사귀지?"
"...?뭐...?!"
영은은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의안이 벙벙해진다.
옆에 있는 친구와 두사람은 서로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언니!웬 시커먼 아저씨가 언니 좀 보재대."
"뭐...?누가...?"
"언니!안녀어엉이래매!이따 볼일보고 자기 써클로 와 달래던데...
근데 언니.그사람 나 언니랑 같은과란거 어떻게 알어?
내얘기도 한거야?"
영은은 혜영이 누굴 말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이름으로 장난친걸 보면 진이의 써클앤데...
영은은 진이의 써클친구들과도 친했다.
그중 예비역이나 동기중에 남자도 있고...
혹시...!그 사람...?!설마...?날 보자고 했다고...?왜?
"너...혹시 그 남자 자기이름은 얘기 안해?"
"몰라.그냥 그렇게만 얘기하던데...?왜 언니 아는 사람 아냐?
그렇게 많아?힘은 좋아보이던데...피이.농담이야.농담...!"
혜영은 영은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갑자기 영은의 가슴은 바쁘게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회의중에도 그녀는 그 남자가 누군지 몹시 궁금해져서
친구들의 얘기를 듣는둥마는둥했다.
시간은 또 왜그리 더디게 흐르는지 영은의 시선은
손목시계를 떠날수가 없다.
마침내 모두들 집에 갈 채비를 한다.
영은은 고민했다.
진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그 곳에,
그것도 그를 만나러 갈 자신이 서질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그에게로 가고 있었다.
써클앞에는 좀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진이의 친구들도 있어 눈인사를 나누긴했지만
진이는 보이지 않았다.내심 영은은 그녀가 그 자리에 없길 바랬다.
그녀를 부른게 그라고 확신할수는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문앞에 서있는 자신을 아는체하리라.
영은은 그를 볼수 있다는 설레임과 진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스러움으로 자신이 지금 어떤 심정인지
알수가 없다.
한참을 기다린것 같다.
그러나 시계를 보니 겨우 10분이 지나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대여섯명의 남자가 동시에 우르르 나온다.
아...!그 중에 그가 서 있다.
그는 문앞에 서 있는 영은을 보자 믿을수 없이 반가운 표정이었다.
"저..."
영은이 무어라 할 틈도 없이 그가 성큼 다가왔다.
"그래.너...!영은이.너 오랜만이다."
그가 '영은이'라고 날 부른다.
너무도 반갑게...
영은은 숨이 막힐것 같다.
그때 갑자기 그의 등뒤로 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진이야...
"너 무슨 일이니?아직 집에 안 간거야?"
진이는 영은이 무안할정도로 너무도 냉정하게 말했다.
영은이 눈물이 날것 같아 대답을 하지 못하자
생각지도 않은 그가 진이를 돌아보며 말한다.
"내가 불렀어.너 영은이랑 볼일 없음 내가 좀 빌리자."
그는 진이의 흔들리는 눈을 빤히,그것도 차갑게 바라보며
영은의 손을 잡는다.
그녀는 얼른 손을 뺀다.
진이야.난 너한테 이럴려고 온게 아닌데...
난 그냥.....
진이는 숨을 죽이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영은이 진이를 부르자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생각할틈도 없이
영은이 그녀를 따라들어가려하자 그가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지마!"
"...?!"
왜 그는 진이 앞에서 이러는걸까?
영은은 화가 났다.
자신이 상상한 그는 이렇게 냉정하지 않았다.
"왜 이러세요?저한테 왜 이러시는거예요?진이는...진이는..."
영은은 갑자기 왜 자신이 그의 앞에서 이렇게 울고 있는건지
모르겠다.어쨌든 지금 그녀는 울고 싶었다.
이렇게 눈물이라도 흘려야 진이에게
덜 미안할것 같아서였을까?
그는 영은의 눈물을 보고 조금은 당황한것 같았다.
그러나 곧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왜 이러냐구?너한테?진이한테?음...어떡한다?그래.
진이한테 내가 왜 이러는지는 진이한테 직접 들으면 될거구.
너한테 내가 왜 이러는지는.. 이제부터 얘기하러갈까?"
그의 장난기어린 눈이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영은은 진이가 방금 들어간 써클실 문을 쳐다보며
어찌해야할지 몰라 망설였다.
진이는 아마 저안에서 영은이 자신을 따라 들어와주길
바라고 있을것이다.
그리고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영은이 민재를 따라갔다는걸
알게 되면 그녀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겠지.
그러나 영은이 자신을 위해 그를 포기하려했다는 것도 모른채
너무도 냉정하게 자신을 대하던 진이의 얼굴이 떠올라
영은은 그와 함께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그녀를 데려간곳은 학교 근처의 통기타가수가 라이브를
하는 작은 카페였다.영은은 이 앞을 지나치기만했지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의 뒤를 따라 학교를 내려오면서 영은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로 너무 어색해져 그에게 아무말도 붙일수가 없었다.
그도 카페에 들어올때까지 영은에게 가끔 돌아서서 미소지을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본 그는 말수는 적지만 붙임성이 좋고 유머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너무 진지하기만하다.
두사람은 무대 바로 앞자리에 앉았는데 통나무로 된 테이블위에는
작은 양초에 불이 붙어 있었다.
영은의 마음처럼 촛불은 마구 흔들렸다.
이런 분위기의 카페에 가끔 동기들과 온 일은 있지만
남자와 단 둘이 와보긴 처음이었다.그것도 이사람과...
영은은 조금전 진이와의 일을 잊고 있다.
학교에서 그를 자주 보긴했지만 한번도 둘만의 얘길
해 본 적이 없다.
영은은 그의 얼굴을 쳐다볼수가 없어
아직 가수가 올라오지도 않은 빈무대만 쳐다본다.
"영은아!"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 내 이름 아니?"
"...네."그럼 당연하죠. 당신의 이름...
"그럼 내가 너 좋아한다는것도 아니?"
......!!!날 좋아한다구?이 사람이...?
너무도 갑작스러운 말에 영은은 당혹스럽다.
그는 쑥스러운듯 컵의 물을 단숨에 마신다.
"참 쑥스럽구나.어린애한테 이런 얘길하다니...
영은인 ...날 어떻게 생각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냐구요?
당신땜에 여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지금 내마음이 얼마나 아픈데...
영은은 그의 고백에 눈물이 나려 한다.
그녀의 마음속을 읽기라도 하듯 그는 가만 ,아까와는 다르게
수줍은 얼굴로 테이블위에 놓인 영은의 손을 자신의 손위에 포갰다.
그의 손은 영은의 상상처럼 크고 따뜻했다.
"진이랑 니가 친구란거 알고 좀 고민했어.
넌 나란놈 궁금하지 않냐?"
영은은 그의 어떤말에도 대답할수 없는 자신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영은의 심중을 꿰뚫기라도 하듯 그가 말했다.
"넌 진이 친구니까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 너에게 빨리 얘기해야할것 같아서..."
그가 주문한 맥주가 테이블위에 놓였다.
술을 잘 못한다고 말하면 그가 비웃을것 같아 영은은
그가 따라주는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어색한 이공간을 메꾸려면
빈 잔이라도 채워야 할것 같아져서...
"너무 당황스럽지?실은 나도 그래.니가 와줄줄 몰랐거든."
오늘 그는 너무 다르다.
스물 다섯살 먹은 사내같지 않게 너무도 수줍어한다.
영은은 이렇게 그와 마주 앉아 뜻밖의 고백까지 듣고 있으니
마치 꿈을 꾸고 있는듯 했다.
할줄 모르는 술까지 마셨으니 더욱 더 그랬다.
영은은 그를 받아 들이고 싶다.
아니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었다.
약간의 취기가 느껴져 영은은 화장실을 찾았다.
세수를 했다.아침에 하고 나온 화장이 얼룩질것 같았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얼굴과 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얼른
찬물에 담궈야만 할것 같았다.
머리가 아프다.
막상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먼저 고백해오니 사실 조금은
허망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힘들어했는데...
영은은 지금 자신이 기쁜건지 그렇다면 이런 복잡한 감정은
또 뭔지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화장실은 2층이었는데 내려가는 계단이 갑자기 늘어난것 같았다.
영은은 자신이 취한건 아닌지 갑자기 걱정스러워진다.
처음 갖는 그와의 시간,그에게 취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자신에게 말하며 영은은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다.
거의 다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계단을 밟는데
그가 영은의 팔을 꽉잡았다.
발을 헛디딘것 같았다.
그녀의 몸을 부축하던 그는 갑자기 그녀를 조심스럽게 껴안아본다.
그리고 그는 떨리는 영은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영은은 상상속의 그와의 입맞춤이 너무나 길고 어지러워서
눈을 뜰수가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