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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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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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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byelover 2001-10-28

제2화
"바다"

전화벨소리에 영은은 잠을 깼다.
수화기를 들 생각이 없는듯 울려대는 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미동도 하지않는다.누구의 전화인지 궁금하지도 않다.
어떻게 왔을까...?어젯밤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영은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았다.
음악을 듣고 울었던것 같은데...그리고 남자와 한참 얘길 나누고..
카페의 남자가 택시를 부른걸까...?아니면 직접...?
냉장고문을 연채 멍하니 서있다 한참뒤에서야
영은은 생각난듯 문을 닫는다.
자신의 옷매무새를 보건대 남자와 잔것 같지는 않다.
집안을 둘러봐도 누가 다녀간 흔적은 없어보였다.
일단 생각을 접자.그리고나서 ...아...!
영은은 어제일이 궁금해 견딜수가 없다.
전화라도 걸어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영은은 핸드백을 찾아 수첩을 꺼냈다.
갑자기 그녀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빈 방안에 울렸다.
바보.전화번호가 있을리 없잖아...
아무일도 없었을거야.그래.정 궁금하면 나중에
그 카페에 가보면 되지.그래.그러자.
그렇게 위로해보지만 처음보는 낯선 남자앞에서 기억을 놓아버린
자신이 영은은 기가막힐따름이다.

영은은 자신의 거처를 애타게 수소문하고 있을
그녀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수화기를 들어본다.
그러나 용기가 없다.
'영은아!그사람 그럴 사람 아니다.무슨 속사정이 있을게다.그래.
엄마랑 만나서 얘기하자.너혼자 섣부른 결정내리면 안돼.알겠지?
엄마말 무슨뜻인지?응?대답해라.그러겠다고 대답해.응?영은아!'
어머니만 떠올리면 목구멍이 콱 막힌듯 숨을 쉬기가 힘들다.
서른이 넘은 오늘까지 영은은 늘 어머니에게는 목에 걸린 가시같다.
밥한숟가락먹고 꿀꺽하고 삼키면 넘어갈 아주 작은 가시.
그러나 어머니는 고집스럽게도 그러시지 않으셨다.
빼버리지도 그렇다고 삼키지도 않은채
늘 마른 침으로 그 아픔을 헤집어
일부러 가시를 느끼려 애쓰는 독하디 독한 사람...
서로 만나지 않고 살면 오히려 마음 편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영은은 그녀가 그리워 미칠것 같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엄마,나의 엄마...
'엄마!미안해요...'
영은은 걸지도 않은 전화기에다대고 나직하게 어머니를 불러본다.
어머니가 어쩌면 영은보다 더 자식처럼 의지하고 살아온 그 남자와
헤어졌단 말을 자신의 입으로는 차마 할 수 없을것 같다.
언제까지 어머니와 남자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까...
영은은 벌써부터 자신이 없다.
이곳에 온 것이 그들을 피해서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기위해서인지
사실 그녀는 지금 혼돈스럽다.
어제 그 카페에서 어디서라도 들을 수 있는 그 노래만으로 영은은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술기운때문이라고 애써 부정해보지만
가슴가득 치솟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숨길수가 없다.
그를 지우기위해 그렇게 멀리 떠났건만 그녀는 더한 상처만을 안고
이곳에 다시 서있다.
카페에서 보았던 어두운 얼굴의 바다가 생각났다.
그리고 젊은 남자의 보조개가 떠올랐다.
영은은 침대 머리맡쪽으로 작게 나있는 창문을 열었다.
멀리 희미하긴해도 바다가 보이는것 같았다.
열린 창으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것 같다.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열린적이 없는 창문이었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형체만 보이는 바다의 선을 눈으로 만져본다.
그를 처음 만질때처럼 가슴이 떨려왔다.
영은은 문득 뜨거워지는 자신을 느끼며
오래전 잃어버린 사랑의 느낌을 기억해냈다.
다시 여기에 온거야.그가 있는 이곳...
갑자기 영은은 허기를 느낀다.몇시쯤 된거지...?
영은의 시선은 집안 어디에도 없는 시계를 찾기 시작했다.
벽시계,탁상시게,손목시계..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없다.
짐을 정리하면서도 본 기억이 없다.그러고 보니
시간을 궁금해한지도 오래된것 같다.
하루에도 수십번을 병적으로 쳐다보던
그 낯익은 얼굴을 보지 않고도 오늘까지 별탈없이 지내온것이
이상했다.
갑자기 영은은 자폐증이라도 걸린것처럼 지내온 요며칠을
꾸짖고싶어진다.
그러고보니 카페의 주인남자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본것도
젊은 남자가 오래간만의 외출이냐고 물어온것도
담배피는 여자여서도
때이른 외투를 입어서도 아니었다.
실은 아무것도 잃지 않은
젊은 여자의
허망하고 야릇한 눈빛때문이었으리.
영은은 침대끝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외투를 집어들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신발을 신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그제서야 영은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누구에게도 알려준
기억이 없음을 떠올린다.
누구...?
그냥나갈까하다 마음을 바꾼듯 그녀는 서둘러 수화기를 들었다.
"네."
"네.안녕하세요?어제 그 분 맞으신지 모르겠네요?성함을 몰라서..."
"네?아...!"
영은은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다.
카페의 젊은 남자다.
영은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매를 기다리는 아이가 된 심정으로
그가 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여보세요?전화받고 계시나요?"
"아...!네."
"네에.저 여긴 카페 축제라고 하는데요.어제 여기 오셨죠?"
"네.그런데요."
이사람이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까?
영은은 어제의 기억나지 않는 순간중에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한건
아닌지 불안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다름이 아니고 지갑놔두고 가셨어요.어제 계산하시고 나가시면서
친구분만나셔서 얘기나누시느라 깜박하신것 같아요.찾아가시라구요"
....!영은은 순간 어디에라도 맞은것처럼 머리가 띵해졌다.
친구라고...?그럼 혹시...?!아...아니야.그럴리가 없어.
뜻밖의 말에 한순간 그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온 것일까?
내가 그를 부른 것일까?
알수 없는 불안한 예감에 영은은 몸을 떤다.
창너머로 멀리 보이던 바다가
어느새 영은의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