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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BY Mia0409 2001-11-28



*************** 다영의 이야기 (하-3) ***************


깨어난 그를 보고 있자니 그를 처음 본날
아니 그의 존재를 깨닫게 된날이라고 해야하나보다 그날이 생각난다
블루잉크빛의 셔츠가 너무나 빛나보이던 그가
깜깜하던 내인생에 마치 하늘빛 처럼 나를 눈부시게 했던날
바로 그날이

지금 내게로 손을 내밀고 있던 그가
정말로 몇년동안 그렇게 잠만 자고 있던 사람이라니
그의 손을 잡으며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왜 웃어?"
"당신이 그렇게 몇년이나 내속을 태운사람 치곤 너무 멀쩡해보여서요"
"그래서 싫어?"
"아니요 아니예요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돌아와주어서"

그가 나의 잡은 손을 당겨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당겨 안는다
그의 품에 안기어서 이게 혹 꿈은 아닌지 정말로 그가 깨어난것이
확실한데도 이건 꿈이라서 그가 깨어나건 꿈이었다고 말할것만 같아
내가 그에게 팔을 둘러 할수 있는 힘을 다하여 그를 끌어안았다

그도 내 두려움을 감지했는지 나의 허리에 둘러진 그의 손에 힘을 주었다

"두려워요"
"알아 알고 있어 하지만 이젠 두려워 하지 않아도돼
절대로 다영이 곁을 떠나지 않아 너를 두고 떠날수 없다는거 알잖아"
"알아요 알아 하지만 자꾸만 당신이 또 내곁을 떠나..."

더이상 말을 할수가 없었던건 그가 성난 파도 처럼
내입술을 점유해버려 파도에 꼼짝 없이 갇힌 한척의 난파선처럼
그에게 갖혀버리고 말아서였다
하지만 나의 불안했던 마음은 점점 진정되어가고 있었다

멈추어진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것 처럼
분주하고 바쁜시간들속에 난 그가 깨어난걸 실감할수 있었고
잠들기 전에 불안해하던 버릇도 많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가 깨어난걸 제일 기뻐하시던 그의 부모님은
그가 퇴원하면 기거하게될 우리의 새집을 보러다니신다고 하셨다

"어머니 그만두세요"
"아니 왜?"
"다영이가 어머니 아버지랑 살고 싶다네요"
"노인네들이랑 살면 여러가지로 불편할터인데"
"다영인 부모님 사랑 받으면서 살고 싶어해요"
"부모님 사랑~ 그랬구나 나때문에 부모정이 그렇게 그리웠구나!"
"아니예요 어머님이랑 같이 살고 싶어서 그래요 정말로 어머님이 좋아요!"
"그렇게 이야기 해주니 위로가 되는구나
민철이 퇴원하면 우리 같이 새아가 부모님을 뵈러가자구나
민철이 너도 인사 못했지? 이젠 사위로 장인 장모님께 인사드려야지"
"네 그럴께요 저도 퇴원하면 제일 먼저 찾아뵈려고 했어요"
"그래 그래야지 나도 같이 찾아뵙고 진정으로 사죄드리고 싶구나"
"어머~님"
"울지마라 아가야 나도 그일후 한시도 발뻗고 잠을 잔적이 없단다
한때의 실수라고하기엔 너무나 엄청난일이었어
이제 새아가가 너를 내자식 이상으로 사랑하게되어 그분들에게 지은죄를
백분이나 갚고 갈수 있게 되었고 이게 다 나를 용서해주고
내자식 까지 이토록 사랑해준 너때문이구나 얼마나 감사한지"

그분의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내손을 꽉 잡으신 두손에 눈물 방울이 떨어져 손을 적시지만
그분의 눈물은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계셨다
아마 나보다도 훨씬 고통의 세월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하니
한때나마 이분을 미워했던일 마저도 죄스러워져
그분의 눈가를 닦아 드리며 그분을 안아드렸다

"그눈물 아직도 마르지 않은걸 보니 신기하구먼
아가야 아직은 말하기에 때가 이른감은 있지만
이제 민철이도 웬만해지면 네 어머니하고 일좀 해야겠구나"
"무슨일인데요 아버지 전 아직 다영이가 필요해요"
"하하 녀석두 참 급할거 없다 무슨일인지 듣고나 이야기 해라"
"무슨일이신데요? 아버님"
"네 어머니하고 오랫동안 준비해온일이다만
다영이 부모님 성함으로 재단을 세우려고 한단다
교통사고로 부모나 자식을 잃어 오갈데가 없는 사람들의 생활터전을 마련해주고
특히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교육시설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센터를
지어 한때의 실수를 미리 예방시키는 봉사재단이란다"
"아~아버님"
"나 또한 그당시 언론에 불미스러운일이 알려져
장인어른께서 피땀흘려 일구어논 회사에 피해가 갈까
또 이사람이 고통을 당할까 싶어서 감추려고만 했던일이다만
이번 기회에 많은것을 배웠단다 이젠 나에게 또한 죄를
씻을 기회를 주지 않겠니 아가야 네어머니는 나이가 많고
네가 어머니를 도와드려야겠구나"
"그런일 이라면 저도 다영이를 다차지하고 있겠다고는 하지 못하겠는데요"
"아버님 저도 최선을 다해 어머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시간은 흘러 그가 깨어나고 두달이 흘렀다
내일이면 그가 퇴원을 하는날이였다 그가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재활운동을 하러 간사이 그동안 병원 생활을
하느라 생긴 그의 짐과 나의 짐들을 가방에 담고 있는데 수정이 들어섰다

"뭐하니?"
"짐싸고 있어 그이 내일이 퇴원이야"
"축하한다 기집애 그렇게 애를 태우더니
착한사람 복받는 이야기 책에서나 나오는줄 알았더니"
"애도 참 내가 착하다고 아니야 바보지 힘없던 바보"
"그래 그럼 바보가 복받는 이야기로 고칠까?"
"후훗 기집애 넌 병문안 핑계로 닥터강 보러왔지"
"에고 들켰다 어떻게 알았어?"
"니얼굴에 써 있는걸 난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고"
"얼굴에 어디 어디에"
"여기에"

얼굴 어디에 그렇게 써있는냐고 묻는 수정에게
이마를 짚어주며 거기라고 말해주곤 둘이서 마주 보고
얼릴적 둘만이 썼던 수신호로를 써가며 서로를 놀려되었다

"다영아 영우씨 말이야"
"응~ 영우씨 아~ 강선생님 왜"
"아~아니야 그런데 내일 민철씨 퇴원함 시댁으로 들어가니?"
"응 그렇게 할려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지
이다음에 결혼하면 꼭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야지 했는데
좋은분들이셔 나를 많이 아껴주시고"
"괜찮은거야 아무리 그래도 네 부모님을?"
"후훗 뭐 원한이 있어서 그러신것도 아니고
한때의 실수로 운이 나쁘셔서 그렇게 되신거잖아
이해할순 없을지 몰라도 사랑해드리고 싶어
내부모님께 못다드린 사랑 아버지 어머니도 그걸 바라실꺼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때문에 목숨까지 잃을뻔한 그이의 부모님이시잖아
어자피 그이가 아니었으면 그때 내가 죽었을꺼야
그이의 사랑이 모든걸 원점으로 돌렸어
어머님도 그동안 충분히 고통당하셨고 왜 있잖아
맞은 사람은 다리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그럴수 없다고"
"그래 그러렴 모든 고통잊고 이제부턴 행복하게 살렴"

수정이 짐싸는걸 도와주어 둘이서 이야기를 하며 짐을 싸고 있을때
민철씨가 닥터강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로 돌아왔다

"어 수정씨"
"안녕하셔요 민철씨"
"수정씨 왔어요"
"예 여기오기전에 진료실에 들렀더니 치료실에 갔다기에 어디가셨나
했더니 민철씨 치료 도와주셨나봐요?"
"아참 두분이 데이트 중이라면서요?"

민철의 질문에 더 당황쪽은 수정보다 닥터강이었다

"아이참 두번째 데이트하다가 분위기 깬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누군데요?"
"민철씨요"
"에 저요 언제요? 다영아 내가 언제 이두분 데이트 방해했니?"
"아이구 시치미 예전에 파리에서 다영이만 감싸고 돌때랑
똑같다니까 둘이 데이트하기 미안하니까 깍두기 시키고도
미안한지도 모르고 둘이 너무 열중해서 질투에 눈이 멀게 하더니"
"우리가요? 다영아 우리가 그랬나? 그건 그렇고 언제 내가
두분 데이트를 방해했다는거죠?"
"두번째 데이트에서 분위기 잡는데 호출이 오더라고요
병원에서 영우씨한테 민철씨 깨어났다고"
"하하 난 또 미안해요 수정씨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깨어나서"
"아이 농담인데 그렇게 정색하고 사과하면 어떻해요
그래도 깨어나셔서 이렇게 빨리 회복되셔서 기뻤어요"
"고마워요"

닥터강과 나는 말없이 수정과 민철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닥터강은 여전히 친철했지만 말수가 많이 줄어있었다
세심히 민철씨의 상태를 돌보고 재활운동에 일일이 신경써주고
민철씨는 이제 완전히 젊은 의사선생님을 믿고 지시대로 따르고 있었다
옆에서 그저 웃고만 있는 그에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낯설다
그의 아픈 마음이 느껴지는 표정과 눈길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뜻을 받아들일수 없는 내마음도 아파서
수정인 아까 닥터강에 대해 무슨이야기가 나에게 하고 싶었을까?
수정이 닥터강의 마음을 알고 있는건 아닐까
수정이면 닥터강을 행복하게 해줄것 같아서 더욱이 둘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데
그러라고 말을 꺼내기엔 나를 너무 잔인하다 할까봐
그러지 못하고 조용히 수정의 사랑이 이루어지길를 기도해본다

그날밤
민철씨와 나는 둘만의 마지막 병원에서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하고 그는 그의 침대에서 나는 간이 침대에서 누워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불꺼진 병실은 조용하고 창밖에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자니?"
"아니요 아직 않잤어요?"
"이리로 올래"

그가 자신의 침대로 오기를 청하고 있다
"그러다 윤간호사님한테 들키면 혼나요"
"안올꺼야 내가 이제 오지 말라고 했어"
"피 정말이요"
"하하 내일이면 퇴원하는 환자에게 무슨 볼일이 있겠어
빨리 이리로 와 나 추워 왜이렇게 춥지"
"추워요? 감기기운이 있나 어디봐요"

그의 춥다는 한마디에 열이 있나 이마를 짚어 보려
그의 침대로 다가가자 그가 나의 손을 잡아채어 그의
옆으로 당기어 할수 없이 옆에 누으니
그가 팔베개를 해준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고생은요 민철씨가 나때문에 고생많았죠"
"이러고 있으니까 꿈이었는지 몰라도 내가 정신을 못차리고 누워있을때
다영이 이렇게 나를 안아 주었던것 같아"
"어머 정말로 그랬어요 두달전에 당신이 깨어나기전에"
"다 느낄수 있었어 네가 얼마나 나를 원하고 있는지
다영이의 끈임없는 부름에 답할수는 없어도 너를 떠날수도 없었어
길고 긴 싸움이었지 만일 네가 나를 포기했더라면 진작에
나는 아무런 미련없이 망각의 강을 건넜을꺼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교통사고 직후 의식을 잃을때 네가 나에게 사랑하고 있다는
그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그즉시 사망이라는 강을 건넜을지도"
"어떻게 나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그런걸 운명이라고 하나 너를 처음본 순간 네가 나의 일부란걸 알수 있었어
네가 아파하면 내갈비뼈 한쪽에 고통이 일고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했고"
"동정이 사랑이 된것이 아니고요?"
"아니야 아니야 동정도 너를 사랑해서지 동정이 사랑이 된것은 아니야
너를 빼고는 나는 완전할수 없었어 내가 육신이라면 너는 나의 영혼이요
네가 육신이라면 내가 영혼인 그런 존재 넌 나에게 그런 존재였어"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러고 보니 깨어나고 처음 들어보는것 같은데
너의 사랑한다는 그 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할수있는 최고의
다정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속삭인후
그는 내품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들어 버렸지만
나는 그의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쉽게 잠이 들수가 없었다
그를 가슴에 품고 감사와 사랑의 감정이 벅차올라 심장뛰는
속도가 빨라져 잠든 그를 깨우게 될까봐 애써 내 감정을 추수르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혹 내 마음에 교만의 마음이 차올라 벌을 받게 될까봐
나는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감사와 감사의 기도를
나의 마음에 한치의 자만이나 교만의 마음이 흐르지 않게
해달라고 밤새 기도드렸다

다음날 일찍 일어난 그에게 쉐이브 크림을 발라 면도를
시켜주고 환자복에서 일상복으로 갈아입는 그에게
내가 처음 그를 보았을대 입었던 그 닥 블루잉크의 셔츠를
건넸주었더니 그는 나에게 잘보이려고 입었다며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으로 그의 머리를 빗겨주니
닥터강이 노크소리와 함께 병실로 들어섰고
민철씨는 정중히 그동안의 닥터강의 노고에 감사인사를
보내고 닥터강은 통원치료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인사와
함께 나에게 목례를 보내고 윤간호사가 처방전을
가져오면 퇴원하라는 말을 남기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방을 나갔다

나는 잠시 그동안 돌봐주었던 병원식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오겠다며 병실을 나서서 원장실로 해서 간호과와 원무실
청소하시던 아주머니들에게 두루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닥터강의 진료실 앞에 섰다

"임시 휴진"

이라고 쓰인 그의 진료실 앞에서 심호흡을 한번하고
노크를 하고 들어서니 창밖을 보던 그가 흠짓 놀라며
앉았던 자리에서 일서지만 잠시 당황하던 그의 표정은
모른는 사람이라는듯 차겁고 굳어진다
이사람은 정말로 나를 많이 사랑했나보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차마 감사했다는 말도
못한체 서있었다 그가 이내 표정을 풀고 말을 걸어온다
그에게 잠시 감사를 표하고 돌아서려하자
그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나에게 재빨리 다가와 나를 돌려 껴안는다
나는 그의 아픈 마음이 느껴져 차마 반항도 못한체
멍하니 그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어떻해야 하나 이사람을 겉으론 한없이 강하고 완벽한
사람이지만 한없이 여린 이사람을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될수가 없는데 감히 물리칠수 없을뿐 나의 마음을
나눌수가 없는데 창밖을 보니 여름 소나기가 쏟아지고있었다
이제는 잔인하다 해도 이사람의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거둬들여야만 했다

<무지개 뒤로 숨은 소나기 처럼 이제 제게 벗어나세요>

잠시후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날수가 있었다
그도 한결 편해진 얼굴이어서 그의 행복을 빌어주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의 진료실을 빠져나오며
수정에게 손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배웅나온 병원식구들과 뒤늦게 나온 닥터강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 탔다

이제 모든 추억을 여기에 묻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민철씨와 나는 힘찬 출발을 하였다

민철씨가 내손을 꼭 잡는다
내사랑, 내영혼 이젠 이사람의 손을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 비온뒤에 땅이 굳어지듯 그렇게
더욱 단단히 두사람의 성을 쌓고 살리라
나도 그의 손을 힘껏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