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니 오랬만에 비가 오시네요
지난 겨울, 봄 그리고 처음 보는 비라
가슴 설레입니다.
************* 다영의 이야기 (중-3) ***************
푸르스름한 형광등 불빛이
나를 의식에 세계로 불러내었다
눈을 떠보니 그에 어머니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 보고 계셨다.
"이제 정신이 들어"
"네 민철씨 민철씨는"
나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 보려했지만
그에 어머니가 나를 만류하였다
"지금 수술실에 있어 그리고 다영씨는 아직 안정해야해"
"아니예요 저갈래요 민철씨 곁으로"
나는 그에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민철이 수술받고 있는 수술실앞으로 가보니
그에 아버지가 침통한 표정으로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수술실앞 소파에
앉아 계셨다
"아직 않끝났나요?"
"아직 그런데 이아가씬 이렇게 움직여도 되는거요?"
"민철이를 보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서"
"아직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그냥 병실로 가서 기다리는게
나을꺼요 아가씨"
"죄송합니다 저도 여기서 기다리게 해주세요"
나의 단호한 결심이 전해졌는지 별말씀 없이
그에 어머니와 내가 앉을수 있게 자리를 비워주시고
다른직원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로 자리를 옮기셨다
그에 어머니가 나에 손을 잡으시며
"미안해 다영씨 내가 꼭 그애기를 다영씨에게 하고싶었어
내 한때의 영혼이 미숙해서 두분에게 또
다영씨와 다영씨 할머니에게 너무 몹쓸짓을 했어"
이분이 울고 계신다
그렇게 미웠던 사람이었는데 하지만 이제와서
내가 이분을 용서할자격은 있는것일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머니"
그분이 놀란눈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나를 어머니라고 불러줄수 있는건가?"
"네 제가 잠깐 민철씨의 진실을 부정했어요
하지만 그이가 저에게 이미 넘칠만큼 준 사랑이
어머니가 실수하신일을 상쇄하기위한것만은 아니라는걸
알았어요 그이가 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잊어버리고
그이에게 실수할뻔 했어요"
"고마워 그리고 이거"
그이의 어머니가 나에게 조그마한 책을 한권 내미셨다
"민철이가 화내는 아버지에게 건네주고
다영씨를 따라 나갔어 그걸 보면 민철이 진심을
알수 있을꺼야 우리도 그아이의 진심을 더 일찍 알았다면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텐데"
나는 그이의 일기장을 건네받아 소중히
가슴에 안았지만 펼쳐볼수가 없었다
잠시나마 그이에게 화를 냈던 자신이 한없이 미워서
감히 그에 일기장을 펼쳐보지는 못했지만
읽지 않아도 그이의 따듯한 사랑이 일기장을 잡은
내손을 통해 전해져와 내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고있었다
"그이는 무사하겠죠"
"그럼 다영씨를 위해서도 그앤 무사할꺼야"
하시며 나에 손을 더욱 꼬옥 잡아주셨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도 잠깐
그이는 성공적인 수술임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3개월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그이의 아버님은 귀국을 종용하셨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버님 친구분이라는 강원장님의 세심한
배려로 나는 그이와 함께 병원에 머물수 있었고
그이의 아버님 어머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귀국후 3개월후 그이와 나의 혼인신고를 했다
"다영이 민철이가 까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다영인 아직 젊어 새출발 해야지"
혼인신고서를 들고 그에 집으로 찾아갔을때
그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잘못의 댓가가 너무 크시다며
통곡하셨고 나에게 새출발을 권하셨지만 나는
그이의 아버님 어머님에게 며느리로써의 절을 올리고
부족하지만 저를 며느리로 받아달라고 간절히 말씀들였다
"저는 그이가 꼭 깨어날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일은 없겠지만 그이가 잘못되면
저는 봉쇄수녀원으로 들어갈꺼예요"
"봉쇄수녀원이라면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수 없는?"
"네 민철씨가 없는 삶은 이제 저에게는 무의미합니다
수녀원에 들어가서 평생을 주님을 모시며 민철씨를
위해 기도할려고요 그러나 민철씨가 아직 이세상에
미련을 두고 있는 이상 저는 민철씨를 지키겠습니다"
두분은 하는수 없다는둣 허락을 하셨고
그이의 어머니는 병원에서만 지낼수 없을테니
그럴땐 민철씨의 방에서 지내라고 그이의 방에
우리의 방을 꾸며주셨다
시간은 흘러 흘러
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이에게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나는 여전히 그와 함께 음악도 듣고 책도 읽지만
그인 옛날처럼 나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도
읖어주지 않고 나를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이에 부모님도 서서히 지쳐가시는지
그이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를 안타까워
하셨지만 나는 그이가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확신을 버릴수가 없었다.
그이가 나에게 해주었던 사랑한다는
말들은 보석이 되어 내목에 걸려있고
그이가 내게 해주었던 입맞춤은 별이 되어
내가슴에 박혀버렸는데 내가 그이를 저버릴수는
없었다 그건 차라리 나자신을 죽이는편이 훨씬 쉬운일이었다
<민철씨 일어나 일어날꺼지 이제 화풀어 내가 잘못했어
당신 사랑해 사랑해>
그이에 손을 잡고 그이에게 일어나기를 청해보지만
그이에게 반응은 없었다
그럴때 강 영우,강원장님의 아들이라는
그가 민철씨의 담당의로 우리곁으로 왔다
밝은 미소로 아침저녁 민철씨 병실에 오는 그에게
산소와 같은 신선함을 느끼며
내자신이 한없이 부도덕한것 같아 차마
마주 보고 미소지어줄수 없었지만
그는 상관없다는듯 밝고 활기차게 회진을 하며
나에게 이것저것 챙겨주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 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는 그를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민철씨와 내사랑이 너무나 깊어서
영우씨의 밝은미소를 볼수 있어 작은 위로가 되었지만
민철씨를 포기할순 없었다
(사랑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어가는 와인처럼 그깊은 맛을 음미할수 있지
자 느껴봐 내사랑에 깊이를)
그가 나에게 들려주던 사랑에 속삭임
그런 그를 나는 절대로 배반하는일이 없을꺼라
다시 다짐해보며 내게 친절한 영우씨의 배려를
애써 무시했었다.
그렇게 시간을 흐르고
민철씨 아버님이 이제 그만 민철씨를 보내주자고
그리고 너도 새출발하라고 감정표현을 잘안하시는분이
눈시울을 붉히시며 애써 담담한표정으로
그에 안락사를 내게 권하실때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으로
병원뒤 산책로 옆 라일락 숲 벤취에 앉아 울고 있을때
그가 왔었다 아무에게도 하소연 할수 없었던 나는
그에게 매달려 울수 밖에 없었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직 떨쳐버릴수 없는 민철씨에 대한 내 사랑이 속절없는
이기심이라 할지라도 나를 도와달라는 내게
그는 그러겠노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병실에서 민철씨 손을 잡고 어렴풋이 잠이 들었을까
누군가가 내게 담요를 덮어주더니 내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는지
한번 쓸어 올려주곤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
강영우 그사람이리라
<미안합니다 내게 보여준 당신에 관심에 대해
답할수가 없어서 저도 여자인데 당신에 감정이
느껴집니다 민철씨를 만나기전에 당신을 만났더라면
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는 제마음을 알아주시고
제발 저에게 보내는 관심을 거두어주세요
저는 이이의 아내랍니다>
나의 감겨진 두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