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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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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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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BY dlsdus60 2001-06-16

아버지는 개인 무역을 하면서 해외 출장이 잦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떠날 때마다 엄마는 아버지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였고
언제나 성경책을 가족 사진 곁에 두었다.
엄마는 어쩌다 매스컴에서 특종으로 보도되는 비행기 사고를 접할 때마다 엄마는 공포에
떨었지만 아버지가 타고 다니는 비행기는 절대로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엄마의 믿음이였다.
하지만 엄마는 보험회사에 다니던 친구의 권유로 마지 못해 보험을 들기도 했으며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는 엄마에게 쓸데없는 일을 했다며 나무랐다.

"당신은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아!"
"뭐라구요? 말을 해도 왜 그렇게 해요! 사람일은 하나님밖에 모르는 것이에요. 나는
하나님의 말씀과 믿음에 충실할 뿐이고 보험을 들게 된건 친구의 의견을 따랐을 뿐이예요."
"알았어요, 당신이 든 보험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지 뭐. 우리들의 모든 생사화복은
하나님이 주관하시니까."
"호호! 당신이 그런 말도 할 줄은 몰랐네요."

아버지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에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엄마의 말에 더 이상 반문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무역업을 시작하면서 교회를 다녔다.
아버지가 상대하는 외국 바이어들이 기독교 신자인 이유도 있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아버지는 불안한 마음을 의지할 절대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교회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다행히 걱정하던 일들이 순조롭게 풀렸으며 엄마는
교회를 다니는 아버지를 보며 너무나 기뻐하였다.
엄마는 아버지가 출장을 떠날 때면 배웅을 하고서 어김없이 교회에 들려 한시간이 넘도록
하나님께 아버지의 안전을 빌었다.
하지만 출장이 잦은 아버지는 주일이면 가족과 함께 교회를 나갈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주일 대부분을 혜선은 엄마와 함께 교회를 나갔으며 엄마는 아버지가 곁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을 교회에서 기도를 하며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아침을 마친 아버지는 외국 바이어가 요구한 물건의 샘플을 찾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표정은 밝아 보였다.
대문을 나서는 아버지를 배웅을 하고 난 엄마는 흐린 하늘을 보며 비가 내릴 것 같다며
빨래를 걷었다.
촉촉한 물기가 배어 있는 빨래를 걷은 엄마가 거실로 들어오자 엄마의 예상대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슬비는 금새 폭우로 변했고 집안 청소를 마친 엄마는 설것이를 하였고 혜선은 콧노래를
부르며 성애 낀 창문에다 아버지와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거실을 흔들었다.
엄마는 설것이를 하다 말고 달려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네!"

엄마는 귀에 대고 있던 수화기를 놓치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거실 바닥에 쓰러졌다.
혜선은 엄마가 왜 쓰러졌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몹시 겁이나 엄마를 흔들어 깨웠으나
엄마는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혜선은 울면서 옆집 아줌마에게 달려갔다.
엄마가 쓰러졌다는 혜선의 울부짖음에 놀란 아줌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엄마에게 달려 왔고
엄마는 얼마 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혜선은 엄마가 무슨 병에 걸려 쓰러진 줄 알았다.
아줌마의 손을 잡고 울고 있는 혜선에게 가까운 이웃과 친척들이 몰려 왔고 엄마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회복하였으나 혜선을 붙들고 통곡을 하였다.
혜선은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슬퍼 보여 같이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혜선은 그날 밤부터 이모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모는 엄마가 많이 아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되지만 곧 나을 것이라며 엄마의 병이
나을 때까지 이모와 같이 지내자고 하였다.
혜선은 평소 좋아하던 이모 집에서 지내는 것이 즐거웠으며 엄마가 곧 나을 것이라는 이모의
말을 믿었다.
혜선을 이모 집에 보내고 난 엄마는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한달 동안이나 교회에서
기도만 하며 보냈다.

아버지는 늘 엄마가 무서워했던 비행기 추락 사고는 아니었지만 엄마의 믿음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버지의 일행이 타고 가던 승용차는 빗길에 미끄러져 3중 추돌 사고로 이어졌고 일행 중
아버지를 포함한 두사람이 현장에서 끔찍하게 죽음을 당했다.
아버지는 한쪽 다리가 잘린 채 싸늘한 시신으로 엄마에게 돌아 왔다.
사고는 신속하게 수습은 되었지만 아버지가 타고 있던 승용차가 무보험 차량으로 밝혀져
엄마는 또 한번의 정신을 잃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던가, 친구의 권유로 가입했던 보험 하나가 엄마와 혜선을 살렸다.
엄마는 뜻하지 않은 사고 아버지를 잃었지만 그 누구를 탓을 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들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주신 시련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혜선은 이모 집에서 생활한지 한달 만에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를 찾는 혜선의 물음에 엄마는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가셨다고 하였다.
엄마는 혜선 앞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절대로 내색하지 않았으며 혜선은 아버지의 죽음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혜선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가 생각이 날 때마다 엄마에게 물으면 엄마는 놀란
사람처럼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혜선을 끌어안고 조용히 말을 하였다.

"혜선아, 아버지는 하나님이 부르셔서 지금 하늘 나라에 계신데..."
"아버지 또 비행기 타고 갔어? 엄마!"
"그렇지, 하늘나라에 갈 때는 비행기 타고 가는 거야! 아버지는 자주 하늘 나라에 가시잖아!"
"아버지는 좋겠다. 나도 하늘 나라에 가고 싶어 엄마!"
"그래! 엄마도 하늘 나라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혜선아! 하늘 나라에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란다. 하느님이 꼭 필요한 사람만 부른데."
"그럼, 아버지는 하늘 나라에서 언제 내려 오는 거야? 아버지 빨리 보고 싶은데..."

엄마는 혜선이가 아버지에 대해 물을 때마다 비행기가 지나는 먼 산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혜선은 가끔씩 엄마가 먼 산을 왜 바라보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으나 그때마다 엄마는
눈에 티가 들어갔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혜선아, 아버지는 선물 많이 사 가지고 크리스마스 날 오신다고 했어. 우리 혜선이 무슨 선물
갖고 싶어? 엄마가 아버지께 편지 할께."
"나는 예쁜 신발 갖고 싶은데. 옆집 지원이도 자기 아버지가 예쁜 운동화 사줬데!"
"그래! 그럼 아버지께 편지 써야겠다. 혜선이 예쁜 신발 사오라고..."

엄마는 혜선이가 아버지를 보고 싶어할 때마다 밤새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아버지가 하늘 나라에서 보낸 편지였으며 엄마는 그 편지를 혜선에게 천천히
읽어 주었다.
혜선의 바램대로 아버지의 편지에는 크리스마스에 우리 딸 혜선이가 갖고 싶어하는 신발을
꼭 사오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혜선은 날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