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빈아..너 이옷 입을래?"
"음.이거 너무 야한거..같아.."
"어머..너..팔팔한 청춘이..왜 이래? 얼굴 되겠다 몸매 되겠다..뭘 망설이는데?"
"그래도 이건 좀.."
"난..이젠 입으려고 해도 좀 작다..어제 선물 받은 구두랑 신어..잘 어울릴것 같다"
라인이 드러나는 깊게 패인 원피스에 7부 자켓..
어색한 느낌이지만..망설이는 나를 떠밀었고 우린 여유로운 출근을 하게 되었다.
"훗..봐..다 널 쳐다보잔니.."
"언니..옷이 좀..그런가요?"
"아니..참 잘 어울려..이뻐!이쁘다니까.."
주위의 시선은..별로 신경쓰고 살진 않았다.
아니 어쩜..시선을 끄는 사람이 못 되어서 일수도 있다.
학교 축제때 조차..아무도 내게 왜 참가하지 않느냐고 묻진 않았다.
언제나 난 바쁜 사람..뭘하는지 늘 바쁜 사람..이였을것이다.
화장실의 큰 거울에 비친 내모습..어쩜 늘 내가 봐왔던 내가 아닌것 같다.
"하빈언니..소문 들었구나..그래서 오늘 신경 썼나봐.."
"무슨 소문?"
"에이..알면서..."
"뭘?"
"오늘부로 새로운 지점장이 온다는거..몰라요? 것두..아주 젊고 핸섬하다고 소문이던데.."
"그랬니..? 난 몰랐는데.."
"비서실 언니가 몰라요? 객장에 벌써 난리인데..펀드 매니저로 활동했대요.."
비서실로 돌아와서 보니 서 지점장님과 언니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어..하빈씨..그동안 수고 많았지? 난..이제 쉬어야 겠어..수고들 해.."
지점장님이 나가고 난후..언니의 한숨이 들려 왔다.
"언니..왜 갑자기.."
"지점장님..건강에 문제가 있으시다나봐..그래서 인사이동이 있는거야. 내가 말 안했니?"
"응..좀전에 객장의 유진씨한테 듣긴 했는데.."
"너도..젊을 때 건강 관리 잘해..그나저나..우린 인사 이동 없겠지?"
점심시간이 되어 우린 새로온 지점장을 볼수가 있었다.
나이는..30대 초반정도 되어 보였고 건장한 체구에 조금은 고집스러워 보이는 사람이였다.
그리고..약간..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투는 절제된 단호함이 서려 있었고 그가 내민 손을 잡았을땐..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짧은 인사후 그는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지만 내 시간은 멈춘것 같았다.
"빈아..? 이하빈.."
"어..언니.."
"너..왜 그래? 아..저렇게 멋지고 능력있는 사람있으면 난 당장 시집가겠다."
"훗..언니도 참.."
월요일은 늘 바쁘지만 오늘은 새로운 지점장의 업무 인수 관계로 더 바쁜것 같다.
똑똑..
"들어오세요"
"지점장님..결제하실 서류 가져 왔습니다."
"네..이리로.."
그가 결제서류에 눈을 돌려 검토를 하는사이 난 그에게서 시선을 땔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를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을때..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얼마나,,날 멍한 여자로..볼까...망신살이 뻐치는구나..에휴..'
"이하빈? 하빈..이하빈..참 이쁜 이름이군요.자 됐죠?"
돌아서는 나를 그가 불렀다.
"이하빈씨..그리고"
'하빈 낭자..'
환청인가..? 겹쳐들리는 목소리..한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네?"
"서지점장님은 비서실 직원들 호칭을..어떻게 부르셨죠?"
"그냥..이름을..부르였어요..딸 같으시다면서..."
"네..알았어요.."
언제나처럼 난 퇴근후에 PC방에 들렀고 메일 박스를 확인했다.
--* 새로운 메일(1) *---------------------------------------------
하빈..
후후..나야..휘문이..
동갑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왠지 널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편하다..
앞으로 전망이 좋을것 같은 기업리스트를 첨부파일로 보내니 잘 봐..
그리고 잘 지내..
이런말 하니까..정말 너랑 친한것 같다..
날씨 좋은 일요일에..컴퓨터랑 씨름하고 있으려니 답답하다..
하긴 너도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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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메일(2) *---------------------------------------------
이런..아직 메일 확인도 안했네..
뭐한다고..
하긴 바쁘게 사는게 좋지..
난 오늘 정말,,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어..
그런데..어디사는 누군지도 모르는데..마음이 끌리더라..
아..나도 장가갈 나이가 다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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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메일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훗..정말 이렇게 친한척하고 아는척하기도 힘들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가 보낸 기업리스트..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도 몇몇 보였다.
그는..뭘하는 사람일까? 어떻게..이많은 지식을..가진걸까?
--* 답장 메일* --------------------------------------------------
제우스님..보내주신 정보 고맙습니다.
다음기회에 저도 자료를 정리하여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정말 친한척 하는게..특기인가요? ^^
제우스님도 잘지내세요. 그리고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을 다시 만날수 있기를 빌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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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니집으로 이사를 했다.
물론 언니의 성화가 말이 아니였지만 그보다는..동생의 등록금또한,,걱정도 되었다.
"언니..이건 제 보증금이라 생각하고..조금밖에 못넣었어요.."
"빈아..너..날 그렇게 생각했다면 섭하다.."
"그래도 언니..제가 해야할 도리는.."
"너..참..그러지마..난 위로 오빠둘에 지쳐서 이쁜 여동생 같고 싶었단 말야..너같이 이쁜.."
"언니..고마워요.."
그렇게 언니집에 같이 살림를 시작하고 나니..내 통장에는 1천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 있었다.
흐뭇했다..
세상이 부럽지 않을만큼...
하지만..언제까지 신세를 질수도 없을테니..그래..투자하는거다.
제우스의 정보를 소스로 난 투자할 기업을 선정해 주식을 시작했다.
늘..객장에 나가 상황판을 보는것이 즐거운 나날이였다.
4일째 상한가..던져야 할것 같은데..어쩔까..어쩌나...
갑자기..제우스가 말한,,사이트가 생각났다.
회사에선 왠만하면 주식에 관련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들이 모인다는 증권 쳇팅룸..
사람찾기 모드로 들어갔다.
엔..그는 없었다. 그렇다면 제우스..그가..있었다.
<빈>: 시간 괜찮으면 저랑 의논 좀 할까요?
그에게 쪽지를 보냈다.
<제우스>: 내 평생 그토록 딱딱한 메일은..처음 받아봤어.
거절한다면..슬프겠지?농담이야..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네..얼른 초대장 보낼께..
그의 초대장을 받고 방으로 들어 갔다.
방제..사이버 인연..?
<제우스>: 하이..빈!
<빈>: ^^; 정말 친한척..잘하네요..방제가 이쁘네요..
<제우스>: 응..참 좋은 말이지? 의논할꺼란건..뭐야?
<빈>: 저번에 보낸 기업리스트중에..<하이테크> 기억나요?
<제우스>: 응..지금 4일째 상한가 치고 있잔아..
<빈>: 만약 당신이라면..이상황에서 어쩔꺼에요?
<제우스>: 음..나라면..아마 더 두고 볼것 같은데..왜?
<빈>: 아뇨..그냥..
<제우스>: 가상투자말고..실제 투자도 하는거니?
<빈>: 뭐..그냥..궁금해서..
<제우스>: 지금 엔이 접속했다고 다시 모이자는데..갈래?
<빈>: 그래요..? 근데..난 회사라서..시간이..
그렇게 뜸을 들이고 있는 사이 엔이 입장했다.
<엔>: 하이..이렇게 은밀한곳에서 뭐하시죠? ^^
<제우스>: 빈이..내게 의논할것이 있다고 해서요..
<엔>: 네..방제로 보아하니..두분..친해지셨나 봐요..^^
<빈>: 아뇨..전 그냥..하이테크라는 주식에 대해..
<엔>: 하이테크요? 지금 보유하고 있으세요?
<빈>: 네..
<엔>: 그렇다면 오후장에서 던지세요..그게 좋아요.
<제우스>: 지금..던지라뇨.. 좀더 두고 봐야죠..
<엔>: 빈님..그냥 제말 믿고 던지실래요? ^^;
왠지..그의 말을 믿고 싶다.
<제우스>: 빈아..언제나 선택은 네 몫이야..네가 택하렴..난 이만 가야겠다. 다음에 봐~
<엔>: 두분..많이 친해 졌나봐요..
<빈>: 아뇨..제우스가 친한척하는게 취미래요. 그리고 또 동갑이니까,,
<엔>: 네..그렇다면 25살? 좋은 나이네요..지금..직장이세요?
<빈>: 좋긴요..네..엔님은요?
<엔>: 네 저두요..전 그 나이때 어떻게 보냈는지..기억이 잘 안나요..
<빈>: 아이디가 참 특이한데요..왜 엔이라고 하셨어요?
<엔>: 그리고..란 말을 참 좋아하거든요..빈님은요?
<빈>: 전..제 이름 마지막 자에요..^^
<엔>: 빈자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참 좋겠어요..이름이 예뻐서..
그와의 쳇에 빠져들려고 할무렵 점심을 끝낸 언니가 돌아왔다.
"뭐해? 이런..지점장님은?"
"응..아직 방에..바쁘신가봐..잠시만.."
그와 아쉬운 이별을 해야했다.
좀 더..그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언니..나 잠시 객장에 갔다 올께"
상한가 치는걸 왜 팔려고 하는냐는 질문에 그냥요..라면서 매도했다.
늘어난 통장 잔고가 주는 기쁨에 발걸음까지 가벼운것 같다.
"언니..왜..요?"
"이번주 토요일에 선보러 내려오라고 하잔니..이번에 안오면..아예회사로 찾아온다잔아"
"훗..혹시 알아요? 정말..좋은 사람 만날지.."
"네가 몰라서 하는말이야.키가 미달아니면 머리숱이 없구 아니면 딸린 가족이 많구..에휴.."
"힘내요..언니.."
"하빈아..지점장님 한테..여자 전화오는거 너 봤니? 애인 없으면..내가 한번 시도할까?"
"언니..참..회사로 전화를 하겠어요? 핸드폰은 폼인줄 알아요?"
"참,,그렇지..아 좋겠다..저런 사람이 애인이면.."
삐..익
"네 지점장님"
"두분..잠시 방으로 들어오시겠어요?"
그의 호출에..우린 조금 당황해 하면서..들어갔다.
이번주 토요일 그룹 창립기념일에..함께 갈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거였다.
업무상 가는거라서 비서를 동행하고 싶다는 그의 말..
머뭇 거리는 언니..그리고 왠지 떨리는 나..
"이하빈씨..시간 괜찮나요?"
"네에? 네..괜찮긴 한데요.."
"그럼 그렇게 알고 있죠. 나가들 보세요."
언니는 아깝다는 표정으로 먼저 나갔고 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참..그리고 이하빈씨..미안한데요..도시락 하나 주문 해줄래요?"
"에휴..남자라고 보는 눈은 있다.."
"언니..정히 그러면..언니가.."
"아냐,,난 정말 집에 내려가야하는데..뭐..뭘..시키시던?"
그의 점심 도시락이 배달되어 왔다.
쟁반에 도시락을 펼치고 냉수를 한컵과 냅킨위에 수저를 놓고 지점장실의 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아뇨..뭐..식사 거르지 마세요.."
"훗..그런말..들어본지 오래됐는데..정말 토요일에 시간 ?I찮은 가요?"
부임하고 한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처음으로 이렇게 그와 오랜시간 마주한것 같다.
"왠지..토요일이 기다려질것 같네요..난..."
그는 흘려 보내는 말처럼 했지만 그 말에 내 심장이..빨라 지는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