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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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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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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바다 2001-03-19


엄마와의 대화가 힘겹게 느껴 지고 있었다.
사실 엄마는 달라진게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내가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생명과 동일할 만큼 엄마라
는 존재가 소중하고 절실 하다는걸 알게 되었고, 많이 배웠든
배우지 못했든, 병에 걸려 자리 보존을 하든, 밖에 나가 생계를
위해 하루 종일 아이가 혼자 있게 되든, 그 어떤 이유든 엄마는
아이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걸 느끼면서 부터 엄마에 대한 미움이
커져 갔다.
왜,지금 이 나이에 이렇듯 방황을 해야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어린 시절의 흉터 자욱 들이 보기 싫게 들고 일어 나는 이유를...


저녁이 되었다.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가신다면 밖으로
나갔다. 우습게도 엄마가 어떤 반찬을 좋아 하실지 머리를 굴렸다.
무엇을 하든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겠지만...
장을 보러 나갔다. 영 흥이 나질 않는다. 공중전화 박스가 눈에
들어 왔다. 별 감정도 없이 동전을 넣고 손가락이 누르는 번호를
확인만 하는 절차를 끝내자,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야...언제 들어 와? "
" 어? 어....늦어..."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남편은 절대로 세마디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다.
" 그래? 엄마도 왔는데...."
" 바빠. 끊어...장모님 맛있는거 해드리구."
예전엔 장모님 오신다는 말만 들어도 일찌감치 들어와서 기다리곤
했는데, 차츰 변해 가는 남편을 잘 의식 하지 못했던 내가 더
이상하다.
전화를 그렇게 끊고 나자 허탈감이 밀려 들었다.
동전을 다시 넣고는 아까와는 달리 기억을 더듬으며 숫자를
눌렀다. 한참뒤에 동전 떨어 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순간 귓속이 멍해지면서 어지러움에 몸이 휘청거렸다.
"여보세요...말씀하세요....."
"저...잘 지내죠?" 상대방은 내가 누군지 떠올리기 위해 잠시 침묵
을 지켰다.
"혹시...수민이 아니니?" 약간은 자신이 없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 왔다.
"후...내가 수민이가 아니면 어쩔려구 ... 기억해 주니 고맙네."
"니가, 전화도 하는 구나...하하하...떨리는데..."
"할말은 없는데..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서...근데 마땅히
걸때도 없고..."
"이거 좋아 해야 되는거 맞나? 근데..어디니? "
"응...밖이야. 장보러 나왔는데 이러고 있네...한심하게.."
"아냐, 잘했어. 절대로 누구도 널 한심하게 여기지 않아.그렇게
말하면 나도 한심한 사람 되니까, 그러지 마라."
"그런가? 잘 지냈지?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이네.."
"그렇구나... "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무리지어 달려 간다. 서로에 이름을 부르는지
목청것 소리를 질러 댔다.
"내 목소릴 잘 안 들리지? 그만 끊을께..."
"왜? 이렇게 끊음 나머지 시간들을 널 생각하게 되잖어."
"하하하하...웃기지마. 자기 와이프나 생각해..."
또다시 나의 비틀린 말들이 새어 나왔다.
"너...어렵게 전화해 놓고선 왜 그러는 거야. 지금 나는 너와
대화를 하고 있어, 너도 지금 나랑 대화하고...근데 거기서
와이프가 왜 튀어 나오는데? "
정색을 하면서 따져 물어 오자 할말이 없었다. 왜 거기서 그런
말이 나왔지...내가 뭐라구 이남자의 와이프를 들먹이는가..

"기분이 나쁘라고 한말은 아니야.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나도 모르겠고...좀 우습게 되버렸네."
"수민아, 너 지금 전화 계속하기 어려운거 같아. 밤에 대화방
열어 두고 있을께.. 시간 되면 들어와. 알았지?"
"할말도 없는데..."
"그럼 나혼자 떠들께. 이럼 됐지? 오는거다?"
"그래....끊을께."
할말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다. 거기다 자상하게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준다면, 분명히 나는 이 남자에게 벗어나기
힘들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힘없이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누군가 "까꿍"하며 장난을 쳤다.
놀라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 슬며시 고개를 돌리니 윗층 언니가
봉투를 양손에 들고 하얀이를 내보이며 웃고 있었다.
" 언니는...까꿍이 뭐야...내참...어디 갔다와?"
" 니가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그러면 볼까하고 그랬지... 친정
동생 만나고 오는 길이야. 지도 이모라고 애들 옷을 사주데..
이참에 사고 싶던 옷들 막 골랐지...히히..지지베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싫단 소리 못하고 사주더라. 평소에 지 남편
돈 많이 번다구 잘난척 했거든...괘씸죄야."
"하하하...언니, 소원 풀었네. 내일 옷 구경 시켜주라. 올라갈께"
"뭘...지금 올라 가자. "
"아냐, 친정 엄마 오셨어. 내일 보여주라."
"그래, 내일 보자"
언니를 보자 기분이 좋아 졌다.
냉장고를 뒤져 대충 저녁을 차려 놓고 , 엄마와 아이들을 기다렸다

엄마는 저녁을 드시자 마자 집에 가신다며 일어 섰다.
"엄마, 주무시고 가시지..."
"어휴...내집이 편하다. 난 아파트에 있으면 방바닥이 빙글빙글
돌아서 자도 잔거 같지가 않아. 간다. 나오지마라."
"그래요...그럼...조심해서 가세요." 현관에서 배웅을 끝내고
베란다로 가서는 엄마의 모습이 보여지길 기다렸다.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은 뒷모습이 씩씩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혹시라도 엄마의 뒷모습이 초라하거나 쓸쓸하게 보였다면
난 이유 없이 죄책감에 한동안 마음이 괴로울 거였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잠이든 모습을 확인했다. 큰아이는 이불을
돌돌 말아 가슴에 안고 잤고, 작은애는 큰 대자로 뻗어서 잠을
자는데 자는 모습에서도 성격이 나타 나는게 참 희한했다.
담배를 들고가 베란다로 나갔다. 제법 쌀쌀한게 늦가을의 정취가
묻어 났다. 가까운 야외로 드라이브라도 갔으면...


가을님이 입장 하셨습니다.

나무> 안녕, 가을
시인> 어서와요.
산> 어서 옵셔...
가을> 네...다들 반겨 주셔서 감사
나무> 가을님, 자동소개..
가을> 음...전 주부구요. 애는 둘이구요
산> 오늘은 다 기혼자만 모였네. 하여튼 더더욱 방가
가을> 무슨 대화를 하셨는지...
나무> 우리도 막 들어 왔어요. 결혼에 대한 ...
시인> 가을님, 결혼에대한 잘못된 환상을 깨부수자는 얘기를
제가 했습니다.

성준이 과격하게 말을 했다.

가을> 그럼 계속들 하세요. 전 잠시 눈팅을 할께요.
산> 아뇨, 편히 말하세요.
나무> 가을님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했어요?
행복하세요?
가을> 음...사랑?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고 생각 못해 봤네요.
내가 나쁜여자로 보이네...그냥 운명이라고 해둘까요?
산> 사랑 없이 결혼이 가능한가....어째 좀 대답이 그러네요
가을> 아뇨, 사랑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제가 근본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요. 사랑이란 말을 앞세워 얼마나
많이 상처 주고 상처를 받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나무> 와...무지 아픈 기억이 있으신가부다....
산> 시인님은 왜 말이 없어요?
시인> 잘 보고 있습니다. 계속들 하세요. 방장좀 쉬게..
가을> 나무님은 결혼이 어때요? 생각처럼 좋아요?
나무> 호호호... 결혼해서 한두달은 좋았죠. 애낳고 것두 끝이죠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은게...우울해요.
가을> 그래요, 우리나라에서 주부가 행복해 지려면 어떤 이유에서든
걸리는게 많죠. 내조 잘해야 하고 애들 잘키워야 하고 저축
열심히 해서 집도 사놔야 하고 그러고 나서 행복해질 권리를
찾으려고 하면 팔 다리 안 아픈데가 없죠...
산> 에고....무지 미안해 지네. 거야 주부들이 행복해서 스스로
하는거 아닌가? 남편이 떠야 자기도 뜨고, 애들이 떠야 엄마도
뜨고, 집도 있어야 스스로 당당해 지고...
나무> 산님, 거 장난하시는거 아니죠? 주부가 그런걸 행복의 척도로
삼고 살 수도 있겠죠 . 하지만 그런 주부들도 다 똑같이
공부해서 대학들어갔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걱정 근심 없이
똑같이 하고 싶다는 소망 아닌 소망을 갖고 있다구요.
하지만 그렇잖아요. 주부만 되면 무슨 바보가 되는거처럼
우습게 만들어 버리잖아요.
산> 진정하세요.
시인> 다들 진정하셔야 겠네...
가을> 그래요.
나무> 히히...지가 오바했나봐요...킥..
가을> 님들...즐팅 되세요. 전 가볼께요.
나무> 에고...가지마세요.
가을> 아뇨. 피곤해서요...담에 보면 아는척 해주세요.
시인> 가게요?

갑자기 대화에 흥미를 잃었다. 그러자 피곤이 몰려 들었다.
가벼운 대화를 즐겨 했던 터라 무거운 주제가 머리를 아프게 했다.

가을> 시인님, 죄송해요 갈께요. 쉬고 싶어서요.
시인> 그래요...잘가요.

모니터에 불이 꺼질때 전화가 왔다.
"네..."
"나...전화 받기 어려운가?"
"후후...아니. 말해. 그냥 나와서 했어?"
"아니, 들어 오라구 하구선 제대로 말도 못했잖아."
"뭐, 특별히 할 말이 있나?"
"수민이가 내게 전화한건 아주 특별한 일이지...고맙고."
"그러지마, 별 생각 없이 한건데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면
미안해 지잖어...그냥 한거야."
"그럼,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자주 전화해. "
"싫어. 그럴일 없어."
"보고 싶어진다. "
"누구? 나? "
"응...이상한가? 보고싶어 하면..."
"이봐요. 아저씨, 정신차리 세요. 유부남 유부녀 바람 나봐야
결말은 불륜이야. 참...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긴
하다만..."
"내가 너더러 바람피자고 했니? 넌 솔직하지 못해. 이미 네 마음에
내가 조금은 자리 잡고 있어. 넌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뭐? 그러든 말든 그건 내 문제야. 설령 사랑이란 감정이 찾아
와도 순전히 내 문제라구. 성준씨가 내 감정에 이러쿵 저러쿵
하지마..."
"그런 말도 있는거구나. 좋아 하는 사람이 난데 나더러 신경
끄라구? 왜 그래야 되는데? 너가 기혼자라? 내가 기혼자라?
잘 알아도. 난 내 가정을 깨는 어리석은 짓은 안해. 내가 가정을
이루기 까지는 치밀하게 계산하고 자로 재서 한거야.
사랑 하나로 미친듯이 결혼해서 불행 타령을 하면서 사는건
내게 용납이 안 되거든...그건 내 마누라도 같은 생각이구.
서로 상부상조 하는거라구."

"그럼...불륜도 용납한다? 흐...꽤나 많은 애인을 두셨나봐.."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게 이질감도 생기고 반감도 들었다.
"인정할건 해야지. 너도 사랑 하나로 결혼 한건 아니잖아.
만약 결혼 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불륜이기 앞서
그저 늦게 찾아든 사랑일 뿐이라구...
첫사랑? 그건 결혼을 기준으로 조금 빠르게 찾아든 사랑일 뿐이지"
"아주 쉽군. 듣고 보니 완전히 넘어 가겠어. 그 말솜씨에..."
"사랑은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아. 정답이 없는거라구...
각자의 마음에 얼만큼의 진실이 담겨져 있는가가 더 중요한
거라구. 그랬을때 니가 말하는 불륜이란 낙인이 찍혀도 자신에게
당당해 질 수 있을거야. .."
".... "
"수민아, 피곤한가 보구나...내말에 신경쓰지 말구. 그만 쉬어."
"응...고마워. "
"전화 할께. "
"...."

신경을 쓰지 말라구...내가 하고 싶던 말을 그가 했다. 들키기
싫었다. 내 속을 훤히 들어다 보고 있는게 ...가볍게 속내를
들어 낸게 아닌지 ... 한것 움추려 들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읽혀 진다는게 겁이 났다.
하지만, 그가 내 마음과 비슷 하다는게 다행 스러웠다.

결혼을 기준으로 먼저 찾아든 사랑은 첫사랑일 뿐이요, 나중에
찾아든 사랑은 그저 늦게 찾아든 사랑일 뿐이라는 말이 그답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