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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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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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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바다 2001-03-08


남편이 돌아 오는 날이다. 백화점이 개장하는 시간에 맞춰 장을 보기 위해 부지런을 떨며 청소를 했다. 윗층 언니와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남은 설겆이는 미루기로 한다.
"띠리리.." 언니가 먼저 나와서 빨리 나오라고 하는거겠지.
"언니, 기다려 나갈께."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황급히 앞서 말했다.
"나야....성준이..어딜 나가나 보구나?"
"응...언니가 아니네, 윗층 언니랑 백화점 가려구...오늘 은지아빠 오잖아. 찬거리좀 사야지. 어..근데 전화는 왜 했어?"
그동안 누구의 동의도 없이 둘다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대화가 덜 부담 스러웠다.
"그렇구나...그래서 목소리가 생기가 있었구나! 처음으로 들어보는
명랑한 목소리같다...그게 너한테 더 어울린다."
" 뭘 모르는군.나 원래가 이래. 겁먹어서 주눅들어서 그런거지."
" 후후..뭐가 진짠지 모르겠네. 지금은 철부지 소녀처럼 보인다. 가시가 다 뽑혔나봐...하하하"
"안되는데...가시는 내 무긴데.." 대화가 길어지자 시계 쪽으로 자꾸만 눈이 갔다.
"성준씨, 나가봐야 겠어. 시간이 없네. 다음에 통화하자."
"잠간만, 얼마간 전화 못할지도 모르겠다. 개강하기 전에 글좀 쓰게 조용한 곳으로 들어 갈꺼야. 그동안 지금처럼 씩씩하게 지내라."
"가서 전화하면 되지... 하여튼 잘 다녀와."
전화를 끊자 무엇 때문인지 힘이 빠졌다. 별로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쉽게 익숙해져 그런건가...얼마나 조용한데로 가길래 전화를 못한다는 건지...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언니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몇시야...다시 들어갈까 했다. "
"언니,미안...꼭 어딜 가려면 전화가 오더라..."
"너 얼굴이 왜 그래? 무슨 나쁜 소식이야?"
"어? 어....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어서 타라"
"아냐, 오늘은 내가 운전할께. 미안한데...이렇게라도 해야지."
"호호..나야 좋지. 그대가 원하신다면."
장을 보는 내내 뭔가 두고 나온 사람처럼 불안했다.

은지 아빠는 갈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 왔다.
"어디보자...공주도 왕자도 건재 하시군요... 이마도 멀쩡한데..."
아이를 양팔에 안아 올려 볼을 부빈다. 묵뚝뚝한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연출되는건 아이들을 볼때 뿐이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기쁘건 슬프건 한결같은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은지 엄마도 별일 없었지?"
"그럼...무슨일이 있겠어.어서 씻어요.저녁 먹게..."
일주일만에 한 가족이 모여 밥을 먹으니,아이들은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느라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도 모르게 식사를 끝냈다.

아이들이 잠이 들고 남편과 TV앞에 앉았다. 집에선 주로 TV를 보거나 서재에서 책을 읽는게 남편의 취미 활동이다.
" 나랑 이야기 해요, 어떻게 희한하게 조금도 변하지가 않아요? 그것도 재준가봐 ...보고 있음 맨날 재방송 보고 있는거 처럼 똑같단 말야.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하죠?"
" 아닌데...피곤해서 그런거지.마음이야 생방송이라구..."
" 내가 말을 말아야지.." 자리에서 일어나려자 남편은 허리를 감싸 안았다.
" 싫어....내가 그거만 해주는 여자로 보여? 나랑 하는게 뭐가 있어?부부일심동체, 그래서 말 안해도 다 아는거라구? 말해봐.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모르지? 알려고도 노력도 안 하겠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나도 당황 스러울 만큼 목소리가 높았다.
불만이 있어서는 안되는데...나같은 여자 이만큼 누리고 편하게 살게 해 주는데...그래,난 행복한 여자야...누가봐도 난 행복해 보여.
"불만이 뭔데? 너...어린애야? 왜 이렇게 보채는데?"
"보채? 내가?"
이러면 안되지, 잘 해왔는데...그냥 넘어가야지...
"늘 어린애 취급하는거 기분 좋지 않아. 가르치려만 들고,지적하고
훈계하는거 이제 그만해. 난 두아이를 키우는 엄마야. 대등한 관계라구. 미덥지 못해서 나랑 대화를 안 하는거면 앞으로 하지 않아도 좋아 . 어린애 취급만 말아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며 , 나 자신도 한없이 작아 졌다.
진흙 속에서 꿈틀 거리는 지렁이 처럼 ,작은 아주 작은 몸짓으로 기어갔다.
"넌,늘 너만 생각해.아니지,너와 장모님만 생각하지.너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우리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가본적 있어? 항상 그러잖어. 우리끼리 가까운데 놀러를 가도 엄마를 모시고 가자고... 휴가를 가도 엄마를 모시고 가자고...그러면서 남들처럼 단란한 가족으로 보여지기 원하지? "
"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어? 싫었으면 싫다고 말했으면 되잖아. 왜 지금 그말을 하는거야? 대화를 하고 싶다는데 거기서 엄마가 왜 나와? "
" 나도 장모님 사정 잘 알아서 많이 이해해.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게도 신경을 쓰라구..."
더이상 말하기 싫다는 표정을 하고 서재로 향했다.

혼란스러웠다. 단지 대화가 필요 하다는 말이었는데...남편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쏟아 부었다. 이해한다며...
내가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꿈에서 깨기는 싫은데..
난 행복한 여자인데... 걱정 근심 없이 남편 내조하고 아이들 키우는 평범해야하는 주부인데...
내일이면 아무일 없는듯 단꿈에 빠져들 수 있을거야...
남편과 아이들과...


남편은 그날 이후에도 변함 없는 얼굴로 아무일 없다는듯 행동하고 말했다.달라진게 있다면 나의 마음에 상처 하나가 더 생겼을뿐...
곧 아물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남편이 낯선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에 대한 고마움이 원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편지 함에 편지가 왔다.

잘 지내고 있지?
그동안 오래 연락을 못했구나...미안..
벌써 가을이 되나봐...개강하구 정신 없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낙엽이 지고 있네...
참, 한번 만나고 싶은데...
꼭 전해 주고 싶은게 있거든.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내주라...

맞다, 한달 넘게 연락을 못 받았는데...이 사람이 있었구나.
잊고 있었다. 나의 아픈 상처를 끌어 안느라 ...

" 수민아, 문도 안 잠그고 뭐하니? 애가 겁도 없어..."
" 윤희 구나... 문이 열려 있니? 아까 우유값 주고 안 잠갔나봐."
윤희는 대학때 친구로 유일하게 결혼을 해서도 만나는 친구였다.
" 애들은 다 어디 갔어? 조용하네.."
" 은지는 유치원 갔고 꼬맹이는 놀이방 보냈어."
" 엥? 고것이 놀이방을 다니니? 안 울어?"
" 응...자기도 엄마랑 있는게 스트레스였는지 아주 신나서 간다.
내가 몸도 안 좋구 해서.."
"그래, 너 왜이리 말랐니? 처녀때 보다 더 말랐다..."
" 후후....그런가..."
살이 빠진것도 어제야 알았다.
" 이제 애들도 집에 없는데 너도 나가서 그 흔한 문화센터라도 다니고 그래라...집지키는 개도 아니구.."
"그래야지, 뭐든 하기는 해야겠어."
친구를 보자 배가 고파 왔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기 위해 일어 섰다.
" 뭐할려구? 밥 안 먹었니?"
"응...너보니까 마구 식욕이 생긴다... 먹었음 구경이라도 해."
"야, 내가 먹는보구 가만 있겠냐. 비켜 내가 끓여 줄께..김치
팍팍 쓸어서 얼큰하게 먹자."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윤희를 보면 마음이 든든했다.
남자들 틈에서도 지는일 없이 자기 주장을 다 하는 모습이, 내가 한번도 갖어 보지 못한 모습이라 무작정 좋고 예뻤다.
"수민아,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있지?"
"어...나야 늘 있지. "
"그럼 ,내가 놀아 줄께. 영화도 보구 노래방도 가자. 나 그날 쉬는 날이야. 애들은 두고 나와라."
"정말 그럴까? 뭘 입고 가나..."
날 위한 친구에 마음이 고마워 너스레를 떨었다.
라면이 끓을 동안 담배를 피기 위해 베란다로 갔다.
"수민아, ....어,어디 갔니?" 대답을 빨리 안 하자 윤희가 화장실에 대고 소리쳤다.그러다 베란다에 있는 나를 보고 다가 왔다.
"너...담배 끊었잖어? 결혼 하면서...근데 또 피니?"
"잘 안 되네.."
"많이 피지는 말어. 몸도 아껴 줘야지. 와서 라면 먹어."
윤희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돌아 섰다. 무슨일이 있냐고 묻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윤희에게 나의 상처난 마음 들을 꺼내 보였을때도
듣기만 했을뿐 더는 묻지 않았다.
"그동안 힘들었겠다." 한마디 하며 ...
윤희는 밤 늦은 시간 동안 집에 있다 남편 까지 보고나서야 문을 나섰다. 변함 없는 남편을 보자 마음이 놓였는지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

" 토요일에 윤희가 밖에서 보자는데..."
" 그래? 그럼 다녀와. 아이는 걱정 말구..."


마음이 바빴다. 메일을 받고 답장을 한다는게 그만 잊고 있었다.
아침에 성준에게 전화가 와 종로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겠다며 대답도 듣지 않고 끊어 버렸다.
여섯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빨리 만나고 윤희를 만나면 되겠지.
나가기 전에 윤희에게 전화를 했다.
"윤희야. 7시에 종로에서 보자. 채플린 알지? "
"가본 것두 같은데...뭐 찾아 갈께. 그때 보자."

오랜만에 종로를 나오니 많이 변해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카페도 없었졌구 무엇보다 사람들이 많아 졌다.
걸음이 무거 웠다. 내가 여길 왜 나가야만 하는건지, 나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채플린은 2층에 있었다. 문앞에 서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문을 열자 방울 소리가 울리며 실내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이것까진 생각을 못했는데...
차마 주위를 둘러 보지 못하고 빈 의자에 앉았다. 내가 왜 이렇게 바보처럼 행동하는지 슬며시 자신에게 화가 났다. 주부가 다른 남자를 만나면 불륜이란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메웠고 여기에 나왔다는 그자체로 난 몹쓸 짓을 한것만 같았다. 아주 이상한 논리이기는 하지만 ... 20분을 줄담배를 피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화장실을 가기위해 복도 끝으로 걸어 갔다. 한쪽 구석에 남자 한명이 책을 보고 있는게 눈에 들어 왔다.
얼핏 봐서는 학생같기도 하고,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화장실에 돌아와 자리를 옆으로 옮겨 앉아 그 남자를 주시 했다.
짧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 났고, 생각보다
너무 큰 키에 놀라 눈을 떼지 못했다. 서슴 없이 큰 걸음으로 걸어와 내 앞에 섰다.
" 이수민 맞지? "
"네? 아니....저기....네!" 당황한게 역력히 드러났다.
" 앉을께. 아까 부터 계속 보고 있었어. 문을 열고 들어 올때 알았거든.네가 이수민일거라는거... 내가 생각한 모습과 별로 차이나지 않아서 더 쉽게 알아 봤구."
"그랬어요.... " 다급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성냥개비를 들자 손끝이 떨려 왔다.
"놀랬나 보구나...존댓말이 튀어나오게...그러지마, 편히 있어."
"...."
"얼굴을 보니 그래도 좋다. 넌 어때?"
"글쎄...모르겠어. 근데 키가 무척 크네...몇이야?"
"하하하...182쯤 되나...모르겠어.고등학교 졸업하구 더 컸는지.."
"크네요..."
"너 왜그러니? 겁먹은 아이처럼 ...뭐가 두려운건데..."
"몰라요...내가 여기 나와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러면서 나온 나도 이해가 안되요."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 떨림도 멈췄다.
"난 수민이에게 아무것도 요구한게 없어. 감정적으로 널 대한적도 없고.그런데 넌 지금 날 아주 나뿐 놈처럼 만들고 있어."
"그게 아닌데..."
"몰라...채팅같은거 해서 이렇게 사람을 직접 만나기도 처음이야.그냥 끌림이었어. 널 보고자 했던거. 이것도 직접 주고 싶었고."
책을 한권 내밀며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 봤다.
" 이건...시집이네..." 시인 이름이 김성준 이었다.
" 그동안 준비한거 방학동안 다듬고 책으로 나왔어. 그래서 주고 싶었어...너에게.."
그랬구나...많이 미안해 졌다. 거짓말 어쩌구 하면서 비꼬아 댔던게 창피하기까지 했다. 내가 더 진실하지 못했구나!
" 고마워요. 집에가서 잘 읽어 볼께요. 미안하기도 하구.."
" 사과 받을 자격은 없어. 상황이 그랬잖아. 나라도 겁났을걸.."
" 후후...."
" 나도 한대만 필까? 잘 안 피는데 수민이가 피니까 마구 당기는걸.." 탁자에 놓여 있는 담배를 집어 들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담배를 핀다는게... 말없이 시간이 지났다.

방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씩씩한 모습에 윤희가 두리번 거렸다
또다시 당황했다.
"저...친구를 만나기로 했어요.저기 왔어요..." 다급하게 말하자
"그래? 잘했네.. 이리 오라구 해" 너무나 태연하게 말했다.
뭔가 내게 단단히 문제가 있었다. 겁내는것두 두려워 하는것두..
" 야? 벌써 왔네...어..근데 누구신지.."
윤희는 옆에와 앉으며 장난스런 눈초리로 바라 봤다.
" 소개좀 해봐.."
" 윤희야..있잖아.. 오빠 친구.. 여기 있는데..오빠가 날 알아봤어."
성준은 재밌는지 연신 미소를 짓고 여유있게 날 바라봤다.
" 김성준이라고 합니다. 친구만나러 왔다.바람 맞구 수민이를 만나 그냥 눌러 앉았습니다."
"어머...잘하셨어요. 안그래도 여자둘이 데이트해야 했는데...약속 깨졌으면 저희랑 놀아요."
"저야...물론 오케이.. .수민이는?"
"네? 아....그래요..그러죠.."
오히려 윤희가 오니 마음도 가벼워지고 두려움도 가셨다.
"자....저녁 먹으러 가자...뭐 먹을래?
"나...핏자 먹고 싶어...샐러드도 듬뿍.." 생각만으로 군침이 돌았다.
"오늘에 주인공은 수민이니까...성준씨도 동의해요...나가요.우리"
큰걸음으로 앞서가 찻값을 계산하고 문앞에서 기다렸다.
"수민아...저사람 결혼 했니? 괜찮다..."
"몰라...나두...물어 보지도 못했네."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그렇게
얼버무렸다.

저녁은 오랜만에 맛있었고,윤희덕분에 노래방에 라이브 카페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 어색했던 성준과의 관계도 자연스러워졌다.
"수민아...나 유료 주차장에 차 두고 왔거든...가서 갔고 올께"
"아니야, 나 그냥 택시타고 갈꺼야.방향도 반대잖어.그냥 가"
"안돼,안전하게 모셔다 드려야지..."
"음....그럼 운전사 노릇은 제가 하죠.윤희씨에 수고를 덜어드려야
마음이 편하겠군요. 좋죠?"
"헤헤헤...눈치가 빠르시네요. 우리 수민이 집앞까지 ...알죠?"
"야...내가 어린애니...둘다 가세요.나 혼자 갈께"
"자...부탁해요.성준씨..저 갈께요..참 담에 만나면 아는척 해요."
"윤희야.고마웠어.조심해서 운전하구..."
윤희는 손만 흔들어 대며 뒤돌아 걸어 갔다. 또다시 찾아든 어색함.
"가자,수민아,데려다 줄께."
"됐다니까.." 어색함이 짜증나서 목소리가 높아 졌다.
"너...내가 오빠 친구라며...이제 그냥 오빠라구 불러라..거 좋은데"
"왜 그말이 튀어 나왔지...웃겨 나도...문제가 많은 여잔가봐."

차 안이 답답했다. 창문을 내려 손을 창밖으로 내밀었다.
"수민아..."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가만히 듣고 있었다.
" 넌....얼굴이 맑어. 생각보다 너무 어리게도 보이고... 아이가 있는 엄마로 보이지 않을 만큼....그런데......눈빛이 수민이 나이보다 많이 깊고 슬퍼 보여..."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이 평온했고 따스함이 전해 졌다.
이것도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 네가 뭘 두려워 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널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하지는 않을거야. 너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없이 슬픔이 묻어나 그냥 네게 끌렸고, 네가 겁내 하는걸 알면서도 내 마음을 위해서 너에 눈빛이 보고 싶었어..."
" 이제 마음이 어떤데....?" 가라 앉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너에게 맞추어야 겠지...난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니까..."
" 자유? 결혼한 사람이 자유가 있으면 얼마나 있기에..." 말투가
꼬여 있었다.
" 차츰 차츰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되겠지...지금 무슨 말을 해도 넌 빈정될테니..."

아파트로 들어 서는 나의 모습을 성민은 한참을 바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