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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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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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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바다 2001-03-07

3.

몇칠째 편지함을 열어 봐도 광고 메일만 차곡히 쌓일 뿐 보내 준다던 '시'는 도착하지 않았다.
그럼,그렇지...무슨 자기가 시인이야.웃기지도 않아.누굴 바보로 보구있어. 기다렸던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바보같아 얼굴이 달아 오를 정도로 창피 했다.
"뭐가 왔어?" 남편이 옆에서 지켜 보다 혼자 씩씩거리는 내가 이상했는지 한마디 했다.
"아무것도 없어,얼마 전에 채팅에서 대화했던 사람이 '시'를 보내 준다고 했는데...안 오네."
"그래? 오면 보여줘라. 어떤 건지.."
"그러지 뭐"
채팅이란걸 남편이 가르쳐 줬다. 아이들이 어려서 주로 집에서 있어야 하는 내가 답답해 하며 힘들어 하는게 보기가 안쓰럽다며 책 한 권을 들고 와서는 몇 시간을 설명 해주고 자꾸 해봐야 익숙해 진다며 자주 해보기를 권했다.
"오늘 밤에 출장 갈거야. 가면 일주일은 있어야 될테니 속옷이랑 세면도구 챙겨줘." 남편은 공무원 이지만 출장을 자주 갔다. 거기에 익숙해지기까지 힘들긴 했어도 아이가 둘이 되고 부터는 오히려 그런 시간이 기다려 질때도 있었다.
"우리 테니스나 치러 갈까?"남편은 떨어져 있어야 하는게 미안 했는지 함께 있을 시간을 만들려 했다.
"날도 더운데 무슨 테니스...그냥 집에 있자." 아이들 챙겨서 나간다는게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남편은 이미 운동복을 챙겼고 작은 아이게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었다. 따라나서지 않을 수 없다.
"할려면 혼자 하지.왜 나더러 하자구.." 투덜 거리며 옷을 갈아 입고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언니, 은지 거기서 계속 놀건가 물어봐죠. 은지 아빠가 테니스 치자고 저러네."
"날도 더운데, 더위 먹을려구. 알았어. 은지야.너 더 놀거지?"
"네. 왜요?" 멀리서 아이에 목소리가 들렸다.
"아냐, 은지엄마, 은지 여기서 놀라고 하고 다녀와."
"미안해, 대충 하고 올께."

이렇게 더운데도 매니아들은 어딜 가나 있나보다.빈 코트를 찾아 자리를 잡고 어설픈 자세로 공을 받아 넘겼다. 저만치에서 작은애가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테니스란 운동은 익히기가 너무 힘들다.일단 혼자하는 운동이 아니고 보니 상대방이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힘들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허리는 더 돌려야지. 팔로만 하면 공이 뜬잖아. 거 왜그렇게 움직이길 싫어 하시나.." 남편은 완벽함을 요구 했고 거기에 부흥하기란 쉽지 않았다.비디오 테이프에 교본까지 들고 와서 전신 거울을 드리밀며 구령에 맞쳐 폼을 잡으라 하니 그건 취미로 하려는 운동이 아니라 국가 대표 선수를 만들려는듯 보였다.
"앙..." 작은애가 비명을 질러 대며 울기 시작 했다. 달려가 보니 넘어지면서 머리로 의자 모서리를 박았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뭐야.찢어 졌나봐.어떻게 해.빨리 병원 가자."
"가만 있어봐. 좀 보구."
"보긴 뭘봐, 자기가 의사야 뭐야. 빨리 안아."
"짐 챙겨와.." 남편은 아이를 안으며 소리를 쳤다. 누가 오자고 했는데 왜 나한테 소리는 질러, 정말 짜증은 누가 부려야 하는데...
주차장으로 달려 가면서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생각 했다. 일요일이라 응급실로 가야할 판인데 항상 응급실은 만원이고 오래 걸리는게 맘에 걸렸다.
"은지 아빠, 잠간만 ,수림엄마한테 전화좀 하고 ..."
손이 떨려 왔다.
"언니, 준이가 다쳤네.머리에서 피도 나고. 병원으로 갈거야.은지좀 부탁해."
"세상에 어쩌니, 많이 다쳤어? 그래..갔다와."

아파트 문을 빠져 나갈때 전화가 왔다.
"은지 엄마, 집으로와.우리 집으로.."
"왜? 무슨일인데?" 겁이 덜컥 났다. 은지도 다쳤나...
"우리 신랑이 집으로 오래. 병원가도 한참 걸리는데 자기가 봐준다고 어서 와."
"정말? 고마워라. 갈께"
남편은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차를 이미 돌려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행이다.오늘 같은 날 집에 계시다니..
현관 문을 열어 놓고 수림 엄마가 서 있었다.
"들어와.여보,오셨어요." 아이를 거실 바닥에 눕히자 수림 아빠가 다가와 상처를 살폈다. 큰 아이들이 달려와 자기들이 먼저 보려고 덤벼들어 작은 몸 싸움을 했다.
"어디 보자..장군이 다쳤구나. 여보,거 핀?V 줘봐." 수림 아빠가 꼼꼼히 살피고는 몇 바늘 꿰매면 빨리 아물겠다며 우릴 쳐다 봤다.
"그럼 그렇게 해야죠. 집에서 가능 할까요?" 남편이 묻자
"은지 아빠, 우리 애들도 가끔 다치면 애들 아빠가 집에서 꿰매 주곤 해요. 간단한 도구들 다 있으니까. 와서 팔이나 잡아줘요." 언니는 숙련된 간호사 처럼 수림 아빠를 도왔다.
수림 아빠는 간단한 마취를 하고 몸부림 치는 아이에게 정성스레 찢어진 부위를 꿰매 줬다. 처치를 다 하고는 몇칠만 소독을 잘 해주면 금방 아물거라며 우리 부부를 안심시켰다.
"고맙 습니다. 이거 신세를 톡톡히 졌네요." 남편이 손을 내밀어 수림 아빠의 손을 잡고 감사의 표시를 했다.
"뭘...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사세요."
"그래야죠, 출장 다녀와서 자리를 만들죠."
서둘러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 왔다. 많이 놀랬는지 아이는 밥을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남편은 동료들과 만날 시간이 늦었다며 급히 집을 나섰다.
순식간에 정적이 감돌았다. 어두어진 베란다 밖이 다른 세상 같다.영화 처럼 느리게 아주 느리게 사람들이 오간다. 갑자기 찾아온 고요함이 마음과 몸을 바닥 밑으로 가라 앉혔다.

모니터에 쪽지 창이 떴다.

"잘 지내 시죠?"
"글세요...잘 지낸것도 못 지낸것도 없는거 같은데.."

시인> 대답이 못 지낸걸로 들립니다.
가을> 님이 그런가보군요.
시인> 화났어요?
가을> 저 시인님과 할말이 없어요. 나갈께요.
시인> 잠시만, 미안해요.'시'보내 드리지 못한거...
가을> 뭘요, 기다리지도 않았어요. 보내고 안 보내고는 시인님
마음인걸..신경 안 써요.
미덥지 못한 사람같아 어서 대화를 그만 두고 싶었다. 하기야,이 가상 세계에서 누굴 믿고 안 믿고 한다는게 말도 안되지만,그래도 늘 진실한 대화를 하려 애쓴 나에겐 저렇게 거짓스런 사람이 싫고 짜증 난다. 이런데 들어와서도 상상의 인물을 만들어 떠벌리는 저런 사람은 현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인> 비때문에 그랬어요. 비가 좋아서 무작정 기차를 탔는데 쉽게
돌아오기 싫더라구요. 그럴때가 있잖아요. 그냥 도망치고
달아 나고 싶은 때가...
가을> 그렇죠. 삶 그 자체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맞아.있어요.
시인> 이해해주니 감사.
가을> 시를 쓰긴 써요? 거 다 거짓말이죠?
이렇게 묻는다면 슬며시 나가리란 생각에 적의를 드러내며 물었다.
시인> 2년 전에 ****지에 시로 등단 하긴 했죠. 근데 요즘은 시가
잘 되지가 않아요. 욕심도 생기고, 소설 작업도 하기는 하는
데 것두 잘 안 풀리고...
가을> 그러셔요, 열심히 해보세요.언젠가 좋은 글이 나오겠죠.
시인> 너무 그러지 말아요.
가을> 저 나가 볼래요.
시인에 말이 조금도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편견이 생겼으니 그걸 깨기란 쉽지 않을거다.

시인> 가을님은 마음이 맑은데 항상 가시를 세우고 있는게 뭐가
그토록 두려 운건지.. 쉽지 않은 대화 상대 같군요.
가을> 제가 그렇게 보여요? 그럼 찔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시인> 가요.그만 나가요.
화가 났는지 말을 잘라 버린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늘 가시를 세우고 누구도 곁에 오지 못하게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처연한 생각이 든다.

가을> 미안해요. 기분 나쁘셨죠. 이런 공간에서 진실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잖아요. 한참을 이사람과 어느정도 대화가 될지
탐색하고도 못미더운게 통신 아닌가요..
시인> 동감임. 우리 진실 합시다. 어디까지 진실해 질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러려고 노력 해보죠. 아니다 싶을때 말을해도
괜찮을 테지...
가을> 음...그러죠. 부담없이 ...그럴 수 있죠.
시인> 자 그럼..우리 소개를 해봐요. 아는게 전혀 없는데
가을> 님부터..
시인> 32, 기혼,결혼 2년차.직업 시간 강사 하며 글을씀.
'가을> 결혼 하셨군요? 저두 기혼인데..
나이는 27 .5살,3살 아이가 둘.
시인> 어...일찍 결혼 했군요. 와...애가 그렇게 큰가.
가을> 아무래도 그런데요. 유부남 유부녀가...와이프가 뭐라
안해요? 채팅 하면?
시인> 가을은? 왜 이런거 하고 있어요? 남편이 알아요?
가을> 남편 때문에 해요. 심심한데 이렇게라도 해보라구..
시인> 보통 남편은 아니네,
그런가, 보통 남편은 아닌가, 아마도 보통 남편이 되기는 어려 웠던거
같다. 상처 투성인 어린 아내를 데리고 산다는게 쉽진 않았겠지!
대학 2학년때 우연히 만나 1년을 지극정성으로 따라 다녔다. 3학년때 결혼을 하자며 프로포즈를 했고 난 나의 모든걸 보여 주기 싫어서 허락 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늘 그렇듯 내 의지 와는 상관 없이 결혼을 허락 했다. 아이들을 떠나 보내 는게 엄마의 소망이었으니까.짐스러웠던 자식,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는듯 아무 말도 없이 떠나 보냈다.
자랑스럽지 않은 가정사를 들려줘도 영화 한편 본듯이 무덤덤하게, 이해 한다며 나와의 결혼을 선택 했던 사람이다.

가을> 그래요, 좋은 사람이죠
시인> 시간이 늦었는데...전화 번호 알려 줄께요.적어 둬요.
가르쳐 줘도 좋구.
가을> 제가 전화 거는 일은 절대 없어요.전 전화를 아주 싫어 해요
언제 적절히 대답하고 묻고 해야 하는지 신경 써야 하는게
귀찮고 싫어요.
567-*0748 번호 한개는 노력해서 알아 내요.
그래야 열번만 해보면 되겠지만...
시인> 후후후후...재미있는 가을님이군.
가을> 저 나가요.
시인> 가세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한심스럽다.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다. 담배를 갖고 베란다로
향했다. 작은 불빛들이 자기 존재를 알리느라 연신 깜박인다.
전화벨 소리에 담배를 꺼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 남편이 들어 오지 않기에 들고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네.." 담배 연기가 눈으로 들어와 따가 왔다.
"목소리가 어린 아이같네.."
"네? 누구세요? 저음의 목소리가 생소 했다.
"성준이라고 해요. 김성준."
"성준? 그게 누군데요? 장난 해요?
"방금 대화 했던 그 사람...."
"아! " 작은 감탄사가 나왔다. 정말로 전화를 걸었네...겁이 더럭 났다.혹시 제비가 아닐까...
"정말 전화를 했어요? 무슨 일이죠? 뭐 할말 있어요? 그렇게 아무나 한테 전화해요?"
"음...그거 다 대답하려면 오래 걸리겠는데...
일단 난 아무나 한테 전화를 건게 아닌거 같은데..가을님, 아무나는 아니잖아요. 참, 이름을 안 가르쳐 줘서 ..가을이라고 불러야 하나
좀 그렇군요."
"이름이야 문제가 되나요.이수민.. 남자 같죠?
"아뇨,좋아요. 목소리 들었으니 이제 끊을께요."
"뭐가 그래요...알았어요.끊어요."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꿈을 꾸고 있는듯 했다.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