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형이 과음했단다..우리가 가서,,잠이나 깨워 주자.."
퇴원 수속을 마친 그와 함께..집으로 향했다.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주방에서 분주희 움직이는 것을 보니..
내집이라고 생각했었는데..착각이였나,,보다..
"주희가,,아침을 같이 하자고 해서.."
차에서,,아니 병원에서 내가 전화를 끊은 순간부터,,
가영이는 말을 잃어 버린 사람..같았다.
아직 아파서,,그렇겠지...아파서...
"민기씨..일어나,,가영이 왔어.."
"으..음..뭐,,가영이?"
"그래,,태우가 퇴원 수속하고,,이리로 데려 왔어.자,,나가봐,,"
가영이를..바라보기가,,어색하다..
녀석도,,내 눈을 맞추려 하는것 같지 않다..
뭔가 내게,, 어떤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처럼..삼촌이 날 바라본다..
왜....
"아니,,형,,무슨 술을..그렇게 많이 마셨어,,? 얼굴이 영,, 아니다."
"음..그렇게 됐네..넌 어떻게..왔어? 일은..잘 끝내고 온거니?"
"그럼..나야 뭐,,뭐든 잘하지..가영이 보고싶어,,일찍 끝냈지,,하하.."
"가영씨,,부럽다. 우리 민기씨도 내가 아프다며,,멀리 있어도 달려 오려나?"
그녀가 마련한 식탁에서 오가는 그들의 대화..
우리에게,,아니,,나에게 그들의 관계를 과시하려는 듯한..주희언니는..
삼촌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면,,집의 안주인이 손님을 맞이한듯..그렇게 우리를 대한다.
아침을 잘먹었으니 감사의 뜻으로 설겆이라도 돕겠다며 설치는 태우오빠와 주희언니가 있는 주방을 나왔다.
내방이라고 들어 왔지만,,갑자기 낯선 느낌이 감도는 내방..
"가영아,,?"
"응..삼촌.."
"어때..괜찮어? 좀더,,쉬지.."
"아냐,,이젠 일해야지.."
"다음주부터 출근한다고,,했다.넌 무리하면 안돼..더 쉬어.."
"응....저..삼촌..?"
"응..뭐..?"
"아냐,,그냥.."
삼촌은..내게 집에서 쉬라며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며 나갔다.
뭘,,물으려 한거니,,조가영..뭐가 궁금한거야..뭐가...
둘은..연인사이니..연인사이......
아침을 억지로 먹어서인지..속이 불편하다..
"야,,주희..요리도,,배웠지?"
"아냐.."
웃어 넘기려 하지만,,난 주희가 얼마나 노력파인지...잘안다.
뭐든 남에게 뒤쳐지는게 싫어서..할수없을것이라고 손을 놓기보단,,
하겠다는 결심으로 새로운 것을 가졌을때의 성취감..그것을 즐기는듯 보였던 그녀이다.
"참,,너한테 거짓말도,,못하겠어,,그래,,조금 배웠어,,비밀은 지켜."
"비밀이야,,지키라고..어,,형~"
"쉿..가영이가,,다시 잠들었는데..조용히 나가자."
"형,,난 가영이 일어날때까지..있을께..어차피 할일도 없고.."
"태우가 있겠다면,,민기씨가 혼자있을 가영이 걱정도 덜되고,,좋네.."
형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 했으나 서두르는 주희와 함께..문을 나섰다.
그녀의 방문을..조용히 열어 보았다.
잠자는 가영이가,,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그녀의 볼에 흐트러지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더워만 지는 날씨지만,,
뭔가에 가려져 있으면...그녀의 아름다움을..감출수...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의 가녀린 목까지,,이불을 덮어 주었다.
한없이,,바라만 봐도,,가슴이,,뭉클하게 좋아지는 사람이다..
하지만,,늘 나와 함께 하며 나만을..바라본다면..더 좋을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온 많은 날보다,,행복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지켜 볼수 있다는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민기씨..어제 일은..너무했어."
기억이..안나는듯한데..
상기 시킬 필요가,,있으려나,,?
사랑에 대한 그의 화려한,,예찬을..
그리고 날 거부했다는 사실을...
"훗..자기..어제 너무 많이 마시고.."
"마시고,,뭐,,?"
"먼저 자서 내가 침대까지 데려다 준다고 고생했다고,,얼마나 무겁던지.."
"그랬니,,미안해.넌..어디서 잤어?"
"후후..어디긴,,? 당연히 자기 옆이지.."
"네.김태우입니다."
"김실장.."
아버지..화가 나신 건가,,?
"네..일은 끝내고 오늘 오전에 들어 왔습니다.내일..회사로 들어 가겠습니다.
오늘은..일이 좀..죄송합니다.개인적인 일이라..네.."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가영이가 나왔다.
그녀를 지켜보다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그녀가 깰까 싶어 얼른 나왔는데..
"가영이..일어 났네..완전 잠꾸러기야..하하.."
"병원에 있다보니,,잠만 늘었어요.다들..출근했나봐요..근데 오빠는?"
"나야,,널 지키려고,,남았지..병원에 있었으니..갑갑했지?"
"뭘요..그냥,,잘 쉬었다고 생각해요.이젠..일이 많아 질테니..재충전했다고 생각하죠 뭐.."
"넌,,생각하는것도,,,지금 제일하고 싶은건,,뭐니?오빠한테 말해봐,,다 들어 줄께"
"음..아빠랑,,엄마가 보고싶어요,,집이..그리워요..."
"그렇다면..자,,마법의 지니..당신의 소원 한가지를 들어 주리다,,갈 준비해.어서.."
아팠다고 생각해서였는지,,아니면 갑자기 내 자리가 없다는 막연함 느낌 때문이였는지..
늘 나를 기다리는 곳으로,,가고 싶었다.
태우오빠의 성화에 못이겨,,부산 갈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한데..
함께..가도 되는건지..삼촌에게 먼저 말을 해야하는건 아닌지..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 온다.
하지만,,그리운 곳으로,,가고 싶은 마음이,,모든 잡음을..가라앉혀주는것 같다.
가영이는 집에 잠시 다녀 오겠다고..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인듯,,여러가지 잡음으로,,시끄러워 짧게 통화했다.
핸드폰은,,,그래서 핸드폰도 안받았구나,,
잘 다녀오라고 했지만,,잘 다녀올것을,,알지만,,
태우와 함께 간다는 사실이..날 힘없이 전화기를 내려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