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곳에 낚시점이 있다니..."
제후가 신기한듯 말했다.
영한은 강이나 바다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낚시점이 있어서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범한 동네분위기가 정겹게 느껴져서 좋았다. 낚시점앞에 있는 미니 슈퍼, 맞은편에 조금은 낡은 대문의 집, 멀리 보이는 연립주택, 옥상위의 장독대, 간간이 짖어대는 개소리... 조금은 거친듯, 부드러운듯한 동수와 너무 잘어울리는 동네라고 생각했다. 영한은 친한 후배인 제후와 함께 동수의 낚시점을 찾았다.
동수는 출입문이 열릴때 마다 딸랑거리는 미니 종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반갑게 담뿍 웃음을 담고 인사한는 영한과 조금은 어색한듯 인사하는 제후가 있었다. 동수는 뜻밖의 젊은 손님들의 방문에 반가웠다. 동수는 영한과 제후와 오전을 보냈다. 낚시얘기, 집얘기, 동네얘기...
동수의 입담에 영한은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제후는 조금은 낯선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자 가게밖으로 나왔다. 차안에서 담배를 물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멀리서 도현이 여느때처럼 퇴근길에 가게로 오고 있었다. 제후의 두눈이 동그레 졌다. 차분하고 여성스럽게 생긴 외모와 따듯해보이는 인상이 제후의 마음을 끌었다. 제후의 두눈은 도현의 뒤를 ?고 있었다. 그런데, 도현이 낚시점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제후는 얼른 담배를 끄고 낚시점으로 따라 들어갔다.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게로 들어서는 도현을 영한은 무심한 얼굴로 한번 쳐다보고는 동수를 쳐다보았다. 동수는 막 뒤따라온 제후와 영한에게 그의 자랑스러운 딸을 소개시켜 주었다. 제후는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적극적인 편이라 악수까지 청하며 호의를 보였다. 그 반면 영한은 평범하게 보이는 도현에게 간결하게 인사를 했다.
바깥의 하늘은 한없이 파랬고, 길가의 은행나무의 잎은 듬성듬성 남아 있었다. 가을바람에 노란색 은행잎이 뒹굴고 햇살은 더없이 따스한 가을날 오후 그렇게 세사람은 만났다.
도현은 낯선 두남자의 공기가 어색해서 서둘러 낚시점을 나왔다. 공원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빨라지고, 마음은 벌써 공원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민서는 도현이 아직 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벤취에 앉았다. 도현이 멀리서 보였다. 가을의 자연속에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 도현을 보고 민서는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도현이 쑥스러운 듯 찍지마라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민서는 셔터를 눌렀다. 입가에 미소를 담뿍담고...
두사람은 벤취에 앉아서 한가한 오후를 보냈다.
유치원 아이들의 엉뚱한 호기심이야기...
사진촬영중에 생긴 이야기...
두사람은 예전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듯 정겹고, 즐거웠다.
이렇게 계속 너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이렇게 계속 너와 나란히 앉아서 마주보고 웃을수만 있다면...
두사람은 서로의 마음속에 다가서는 사랑을 느꼈다.
며칠이 지났다. 영한은 다시 낚시점을 찾았다. 동수와 근교의 저수지에 민물낚시를 가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동수는 벌써 준비를 마치고 영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따듯한 커피를 한잔씩 하고 차에 올랐다.
서울을 벗어나서 차는 논과 밭, 산이 있는 곳을 달렸다. 산은 완연한 가을을 맞아 빨갛고 노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논에는 가을걷이를 바친 곳과 벌써 수확을 마친 논들도 보였다. 경쾌하게 흐르는 시냇물소리도 들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조그마한 학교가 보였다. 분교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고, 영한이 다녔던 학교와는 많이 작은...
동수가 도현과 가현이 다녔던 학교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동수의 주름진 눈가에선 잠시 옛추억에 잠겼다. 두 자매의 어린 시절을...
조금을 더 달린 곳에 저수지가 있었다. 작은 저수지의 한쪽 은 그리 높지 않은 야산이 있었고, 한쪽은 수확을 마친 휑한 논이 있었다. 그리고, 한쪽은 풀과 갈대가 잘 어우러진 들판이 있었고, 한쪽은 주차하기에 좋게 평지가 있었다. 들판을 깍아내고 도로를 만드는지 공사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동수는 많이 달라지지 않은 옛추억이 담긴 저수지를 둘러보며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도구를 주섬주섬 꺼내 놓으며 영한에게 예전의 추억을 되새겼다.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 두 자매와 작고 귀여운 그의 아내와 함께 자주 낚시하러 와서 생긴 자잘한 이야기를...
이 중년남자는 삶에 찌들지 않은 순수가 아직 남아 있구나...
영한의 입가에 동수와는 조금 다른 미소가 어렸다.
그렇게 두사람은 완연한 가을의 자연속에서 낚시를 즐겼다. 동수는 거의 이야기를 하고 영한은 말없이 듣고...
햇살은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을 금빛으로 만들어 주었다. 저녁이 다가오자 참새들이 조잘대는 소리가 두사람에게 또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걸려온 민서의 전화에 도현은 놀랐다. 얼른 전화를 끊고 밤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얼른 아파트 놀이터로 향했다. 민서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민서의 얼굴엔 미안함이 깃들여 있었다.
"나.. 출장 촬영가."
"그래..."
도현은 그게 뭐가 미안한지 모른다는 듯이 민서를 올려다 보았다. 민서는
"한달동안 유럽에..."
"....."
도현은 할말이 없었다. 한달씩이나...
" 그래? 언제 가는데?"
"응, 내일... 가기로 한 분이 갑자기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그래... 그럼 어쩌겠니? 유럽가면 재밌는 구경많이 해서 좋겠다. 잘 다녀와..."
도현은 애써 즐겁게 대답했다. 마음은 하나도 즐겁지 않으면서...
민서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도현은 뒤돌아서 가는 민서에게
" 나 선물 사와... 기대 할께..."
민서는 알았다는 듯이 도현에게 조금은 슬픈 미소를 보냈다.
동수와 영한은 모처럼 출조를 가기위해 낚시점을 나섰다. 영한은 침울하던 마음이 동수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색다른 경험에 푹 빠졌다. 이번에는 무슨 경험을 학까...
배위에서는 두툼한 파카를 입고도 입가에선 하얀 입김이 나왔다. 이제는 겨울이 왔나보다...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다. 도현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영한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왔다. 영한의 울먹이는 목소리와 가끔씩 끊어지는 사고... 병원....도현은 현기증이 났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마음은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온몸은 움직일수 없었다. 어머니를 부르는 목소리는 꿈속에서 가위 눌린듯 아무리 불러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도현과 진경은 택시에 몸을 싣고 기도했다. 제발 큰 사고가 아니기를...
중환자실 입구에 영한이 의자에 몸을 기댄채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진경과 도현이 뛰어오고 있었다. 영한은 의식을 잃었다.
감사합니다...
lyslegina님께서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슬픈인연은 말 그대로 젊은이들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구요.
제 표현이 많이 서툴어도 이해해 주세요.
왕초보라서...
그리고, 서툰 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조은글 올리도록 마니 노력할께요.
소설이 조금은 드라마 같다고 느낄실 지도 모르겠는데, 내용이 너무 길어서 내용전개위주로 하다보니...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지도록 노력할께요.^^*
그리고, 전 요즘 행복하답니다. 요리를 하든 빨래를 하든, 아기 젓을 먹이든... 슬픈 인연 생각하느라... 그리고 제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모두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