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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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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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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흥행작가 2000-12-06

결혼식날에도 비가 오고 있었다...

9월 중순이었던 우리의 결혼식에 비가 내일 확률은 반반이었다...아직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있음직한 초가을에 결혼식날을 잡은 것은.. 아빠의 급한 성미때문이었지만... 딸을 시집 못보내 병이 되던 부모님의 심정을 기억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아침에... 잠깐 개었다가...
내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웨딩샵을 나설때쯤에는 드레스를 적시기에는 충분한 보슬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웨딩샵의 차가 미끄러지듯 식이 열릴 예정인 성당에 도착하고.. 나는 부산스레 하얀실내화를 드러내보이며 신부대기실이라고 이름붙인 작은 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신부가 왔다.."
하는 하객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 나를 알현하고자 많은 손님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내가 나고... 이쁘다라는 말과 좋으냐라는 말을 제일루 많이 들은 날이었고..제주도라는 말을 제일루 많이 한 날이었다...

불쑥 창문으로 그의 모습이 비쳤다...
김 승 우 였다...

그냥 지나쳐 자리를 잡으려했던 모양이었지만.. 내가 그를 향해 환한 웃음을 드러내자..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신부대기실로 들어왔다...

"나영씨.. 나 기억해요? 윤호 친구 김 승 우.."
"그럼요.."
"나영씨.. 그럼 힘내요...내가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두번째였다..그의 손이 나를 잡은 것이....

그렇게 그가 사라졌다...

결혼식이 끝나자... 사진촬영이 시작되었다...

"자... 친구분들 나오세요..."
서둘러 그의 모습을 찾았지만.. 그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젖혀 저 위를 보았다... 제일 윗줄, 제일 구석에 훤칠한 그가 서 있다...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도 그를 보고 웃었다... 팔짱낀 내가 위를 올려다보고 웃자.. 남편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내 시선이 향하는 곳에, 내 미소가 박힌 곳에.. 김승우가 있었다.. 남편도 웃음을 지었다.. 김승우는 우리 둘을향해 양 손의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였다...

가슴이 방망이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