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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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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철부지 모모 2000-12-11

귀 신 바 위 7
[제7회]



 
  



귀신바위 7회



사공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고 말았다

후후 새를 따라다닌다는 여우가

찢어진 눈으로 날카롭게 노려보며

발톱을 세워 달려들 것만 같아

얼른 일어설 수도 없으려니와 돌에 부딪쳤는지

무릎 뼈가 심하게 아팠다



사공은 될 데로 되라는 식으로 넘어 진체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발목을 잡은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그는 아연 실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넘어지면서 들고 있던 호롱 등이 내동댕이쳐지면서

바람을 막아주던 유리 막이 깨어지고 그리로

석유가 쏟아져 기름에 불이 옮겨 붙고 있었던 것이다


사공은 부리나게 일어나 불을 끄기 시작했다


낙엽에 불이 붙으면 불길을 잡기가 힘들 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걸쳤던 잠바를 벗어 불이 번지지

않게 마구 두들겼다

날은 어두운데 게다가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사공은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도록

애써

겨우 불길을 잡았다


그래도 다행 인 것이 몇일 내린 비 덕분에

나뭇잎들이 빗물에 퉁퉁 불었을 뿐만 아니라

땅이 젖어있었기 때문에....

건 천에 오락가락 하며 몸을 말린 나뭇잎들이

그를 놀라게 했을 뿐 이였다


사공은 긴 한숨을 몰아 쉬고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불길을 잡자 다시 칠 흙 같은 어둠 속으로 빠진 그는

호롱불을 찾을려고 성냥불을 그었다

몇 번을 되풀이했지만

바람 앞에서 성냥불은 맥을 추지 못하였다.


그는 포기하고 신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길가에 섰던 나무들이 가지를 휘두르며 그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내가 너에게도 잘못 한게 그리도 많다는 말이냐?"

그래 !

얼마든지 너의 화가 풀릴 때까지 맞아주리라"

그는 피하려들지 않았다

아니 피하려해도 피할 수가 없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인데다가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사공은 집으로 돌아왔으나 막막했다

석유 등잔에 불을 붙이고는

아내를 어디서부터 찾아야할지를 몰라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 보았다

차라리 아침에 일찍이 가두어둘걸 어제밤에 악몽이

불길하긴 했지만 경황이 없었던 것이다

여자이기때문에 한달에 열흘씩은 방에 가둘수 밖에 없는 현실이

사공으로서는 가장 가슴이 아팠었다

그때 만큼은 아내에 해맑은 웃음을 볼수 없었다

"휴~우 "호롱불이 없어졌으니

이제 어떻게 아내를 찾아 나선담"

사공은 골몰히 생각하다가

서둘러 부엌으로 가서 천장에 매달린 주먹만한

송진 덩이를 찾아 냈다

석유란 것이 들어오면서

밤길을 수 놓았던 송진의 역할도

시대에 흐름에 밀려

조선 여인네의 눈물과 함께

우리 곁에서 ??처져 가고 있었다


사공은 아궁이에 불을 피워

나무 방망이 끝에 송진을 넣고

헝겁으로 싸서 메 달고 불 가까이로 막대를 가져가

송진이 헝겁으로 베어들기를 기다렸다


사공은 송진에 불을 붙인 후

강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몇일 사이에 내린 비로 강물이 불어

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풀숲에 숨어 우는 밤 벌레의 울음소리까지 삼켜버린듯

그는 지글거리며 타는 횟 불을 들고는...


" 이봐!"

" 이봐!"

하며 애타게 아내를 불렀건만


사공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 들어갔다

허기진 뱃속에서도 꼬르륵 꼬르륵 ...

오늘 따라 밤 이슬이 찬걸 보면

아마도 무서리가 내리는지


얼마나 헤매었을까

횃불에서 송진이 흘러내려 손이 뜨거웠다

그는 횃불을 자갈밭에 내려놓고 잠시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혹시 불어난 물에 발을 헛디뎌 빠진 건 아닐까

온갖 불안한 생각이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그때

강 건너편에 불빛이 보였다

아 ~

저 불빛은 혹시......

아니야 그럴수가.....

저 길은 사람하나 겨우 지나갈수 있는 벼랑 끝에

토끼길인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다

그 불빛이 빠른 속도로 내려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속도라면 자동차가 달리는.....

그럼 반딧불이 뭉쳐서 날아간단 말인가


아니야 그럴리가

날씨가 추워 이미 반딧불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인데

혹시 도께비불?

사공은 다시 으시시해졌다

사람들이 장마철에 가끔 보았다는 말은 들었어도

직접 보기는 처음이였다

고개를 들어 다시 보니 그 불빛은

어느새 저 밑에 있는 귀신 바위까지

내려가 있었다


도께비 불이 자기한테 덮칠것 같아 겁이 났지만

다시 횃불을 들고 일어섰다

사공은 돌 서렁이 심한 강변에서

바람을 이기느라 몸부림치는 횃불을 들고

아내를 불렀지만

입안에서만 뱅뱅거릴뿐....

추위에 지치고 허기에 지친 사공은

바람을 피할냥으로 큰 바위에 잠깐 몸을 기대고 있는데

갑자기 찍찍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것들이 얼굴을 덮쳤다


사공은 놀라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봐 사공!"

"사공"

그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밀어내고

눈부신 햇살이 바위 틈새로 ?아들고 있엇다


" 여기가 어디여"

사공은 주위를 살피며 간밤에 일들을 떠올렸다

동굴 입구였다

강 기?봇?동굴이 하나 있다고 하더니...

사공은 동굴안을 들여다보았다

햇살이 퍼지는 낮이긴하지만 동굴안은 컴컴했다

야행성인 박쥐들이 천장에 꺼구로 메달려

음침함을 더해 줄 뿐이였다


발 앞에 놓인 횃불 몽둥이는 밤새 다 타버렸는지

자갈위에 누런 고름처럼 엉켜있었다


"사공 ! 예서 뭐하는 가"

"어제일이 걱정돼서 일찍이 들렸더니만

빈 집이두만 뭔 일이여?"

"예 집 사람이 어제 안들어왔구먼유

"어 ~어이? 헛 참 무슨일이여"

"그래서 밤 새도록 ?아다녔남?"

사공 은맥이 쭉 풀려 아무 대답도 못햇다

"어여 우리집가서 조반 한술뜨고 마을 사람들 불러서

?아보자구"

사공은 밥을 먹고 싶지 않았지만

동네 이장에 뒤를 따라 나섰다


그가 살아가야 될 이유를 대자면 당연 아내였다

아무것도 할줄 모르고 아무도 도워 주지 않는 아내

그러나 모두가 떠난 빈 자리에 남아 언제나 베시시

웃어 주는 아내가 진정으로 고마웠다

처음에는 그런 아내가 짐으로 느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먹을 밥을 지어야하고

설것이도 빨래도 혼자 해내면서

부화는 얼마나 났었던가

그럴때 마다 아내에게 소리는 얼마나 질렀던가


비바람이 몹시 불고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아내는 겁에 질린체

오돌 오돌 떨고 있었다


아내는 제법 반듯한 집에서 자랐다

아버지도 글줄깨나 읽은 점잖은 분이셨다

형제 자매들도 공부를 꾀나 잘해 도회지에서

잘 사는 모양이었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느날

비 바람이 몹시 불어 나무밑으로 뛰어들었는데

그 순간에 벼락을 맞고 말았던 것이다

운동장 가에 섰던 미루나무는 하늘에서 칼로

내리친 것 처럼 두 쪽이 났버렸고

그 밑에 있던 아내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후론 정신이 오락 가락 하는 것이다


그런 아내를 머슴이였던 그 에게 주시던날

장인 어른께서는말을?姸?못하셨다

곁에 있기를 바랐지만

그의 형제들에 눈을 피해 스스로 떠났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그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아내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친정에 갔다가 달포만에 돌아온적이 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악몽같다

아내가 없는 빈 집에서의 그의 생활.이란.....

풀숲에서 우는 벌래소리 까지도 나에게

야유를 보내듯이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렸으니........


그 후론 아내에 머리를 빗겨줄때마다

머리결이 그렇게 곱게 보일수 가 없었다


" 어서 먹개나 벌써 한나절이 다 되가느구만"

"국도 더 드세유 밤세 이슬을 맞았으면

얼마나 추웠을까...웬 무서리가 벌써 내려?"


이장댁 내외분이 따듯한 마음으로 차려준 밥상을 보니

?愕컨낫?어미 생각이 났다

그는 눈 시울이 뜨거워지자 얼른 숫가락을 들어서

밥을 퍼 먹었다

빨리 아내를 ?아야 겠다는생각에...


"사공! 아주머니를 ?았다는구만..."


말끝이 흐려지는 그의 목소리에

불길함을 느낀 사공은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숫가락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7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