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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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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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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BY 낙서쟁이 2001-01-04


이야기[스물 일곱]... 또 다른 시작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아니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괜찮아요."

명은의 계속되고 있는 그늘진 얼굴이 승빈의 출근길을 잠시 잡았었
다.

"당신이 선택한 일이잖아. 그렇게 후회 스러우면 다시 학교에 알아
보던가. 안 된다면 다른 학교를 알아보던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생각이 좀 많아서 그래요."
"그래. 그럼 쇼핑이라도 하지 그래? 친구들을 만나던가."
"알아서 할께요. 다녀오세요."

민재를 만나고 올라오는 길에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 두고, 오피스
테텔을 처분하라고 하셨다. 잘못을 빌고 빌었지만, 아버지는 아이들이
어리니 엄마의 손이 필요한 시기라며 학교에서 다를 학생들 가르치는
것 보다 네 자식 잘 키우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다그치셨다. 아버지
의 강력한 말에 따라 학기 끝에 학교를 그만 두기로 했다.

이제 모두 빠져나간 시간이다. 텅 빈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이 시간들이 명은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분주함으로
이겨내 보려고 한동안 게을리 했었던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정리
하곤 하지만 문득 문득 걸레를 잡은 손등위로 떨어지는 원인 모를 눈
물과 함께 자신의 꿈과 희망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린 현실이
후회 스러웠다.

또한 문득 문득 떠오르는 민재의 모습과 환청으로 들려오는 민재의
전화벨 소리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리움으로 목이 메여오는 현실
이 명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
하고 안으로 안으로 감추며 싸워야 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갑갑했
다.

하지만 대전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올라왔을 때. 진심으로 걱정
해 주며, 위로 해 주었던 승빈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것 또한 명은은 알고 있었다.


승빈은 어김없이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받는
이 없이 울림만 이어지는 전화 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세 번
더 걸어보곤 했었다. '친정에 잘 있는 거겠지.... 무소식이 희소식이
겠지..'

"원장님! 어머님 전화이신 데요?"
"여보세요!"
"그래 잘 있었니? 애들이랑 다 잘 있고?"
"네. 아버님이랑 안녕하시죠?"
"그래.. 우리야 잘 있다. 그런데 아범아."
"예. 어머니."
"지난번에 너와 함께 왔었던 손님 있잖니? 그 정민이 엄마라고했
던. 그 사람이 어제 다녀갔다."
"네? 거기를요? 혼자 서요?"
"그래. 지난번에 감사했다고, 아버지랑 내 옷을 사들고 왔더구나.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런데 어디 아픈지 얼굴빛이 많이 안 좋던데. 잘
내려갔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잘 들어갔는지 전화라도 한번 해보거
라."
"네. 어머니. 그럴께요. 그리고 곧 애들 방학하면 어멈하고 다니러
갈꺼예요."
"그래 알았다."

'아직 몸과 마음이 불편할 텐데.. 이제 괜찮은 걸까? 내게 연락을
하고 함께 가도 됐으련만... 아무런 연락도 없이 혼자 가평에 갑자기
왜 갔을까?' 승빈은 더욱 강세희가 궁금해 졌다. 도대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왜 연락이 안되고, 안 오는지 궁금했다.


"이제 제법 겨울 날씨처럼 쌀쌀한데요?"
"그러게.. 지난 일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원.. 정 원장은 어땠어?
잘 보낸 거 같어?"
"아휴~ 잘은요? IMF 라고 다들 이빨이 부서지고, 없어져도 그냥
대충 진통제 몇 알 먹으면서 사는지. 아니면 충치 균들이 다 다른 나
라로 이사라도 갔는지 원.."

오래간만에 정 원장과 점심을 한 후, 담배 한 모금에 이런 저런 푸
념을 담아 대화를 나누며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고~ 이노무 점심 시간은 왜 이렇게도 짧은지. 슬슬 들어가야
겠네요. 학창시절 점심시간보다 더 짧은 것 같아요?"
"하하.. 그러게.. 이따가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할까?"
"좋지요. 하얀날개 가본지도 꽤 됐네요. 하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 메모가 있는지 확인을 해 보고, 양치를
시작했는데, 원장실 전화벨이 울렸다. 그냥 간호사들에게 받으라고 할
수도 있는데 승빈은 달려가다 싶이 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저...... 안녕하셨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그녀다. 강세희 그녀다. 승빈은 끝내지 못한 양치를 서둘러 헹구어
내고 전화를 받았다.

"죄송합니다. 그 동안 어떻셨나요? 이제 괜찮으세요? 아까 어머님
으로부터 가평에 다녀가셨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갈 때 고
생은 안 하셨나요?"
"네. 모두 염려해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가평에는.. 지난번
너무 감사해서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사는요 무슨. 그나저나 부모님께서 감사하다는 인사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잘 내려갔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시더군요."
"네. 평일이라서 길이 막히지 않아서 잘 돌아왔어요."
"네. 다행이네요. 정말 별일 없으시죠? 지금은 친정댁이신 가요?"
"아니요. 지금 집으로 돌아 왔어요."
"네. 그러셨군요."
"선생님께 너무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세희씨! 친구하기로 할 때 그런 말 다시는 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
습니까."
"그래도...."
"별일 없고, 괜찮아졌고, 집에 돌아 왔다니 됐습니다. 사실 아무런
연락이 되질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런.. 전화가 길어지면 하지 말라는 그 감사합니다라는 대사도
계속이어 지겠군요. 맛있는 것들로 많이 드시고, 좋은 생각만 하세요.
잘 지내시고요. 환자가 왔네요...."

많이도 궁금했었던 목소리였는데, 승빈은 서둘러 끊었다. 그리고
짧은 통화였지만, 정말로 안심이 되었다. 승빈은 수첩을 뒤져 꽃배달
전화번호 메모를 찾아냈다. 그녀의 귀가를 환영해 주고 싶었다. 99 송
이의 장미. 100이라는 숫자에서 여백을 남겨두어 99 송이를 택했다.
그리고 기뻐 할 그녀의 웃는 얼굴을 떠 올렸다.

세희는 병원 입원날짜까지 합해 그럭저럭 두달 가까이 집을 비웠다.
그동안 아줌마가 정기적으로 다녀갔는지 집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청소되어 있었다.

세희가 친정 집에 있는 동안 몇 차례나 찾아와 처음으로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던 남편을 믿어 보기로 했다. 세희
가 그 동안 모르게 겪어온 시련들과 입원으로 인해 받은 충격을 생각
해 부모님은 강력하게 이혼을 권유 하셨지만 세희는 세상사람들이 흔
히들 말하듯이 아이들을 봐서 한번만 더 믿어 보기로 했다.

친정에 가 있는 동안 '연락을 해야 하는데.. 걱정을 하고 있을 텐
데..' 하는 생각을 갖게 했던 승빈에게 전화 걸기를 끝내자 막상 이
집에서 할 일이 없었다. 세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와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과는 달리 세희는 외
소 해 지고 있었다. 다시 목각인형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ps : 안녕하세요...
먼저 "죄송합니다.. "라는 사과를 드려야 겠네요.
제가 눈에 이상이 있어서 작은 수술을 했습니다.
그래서 약속한 요일에 글을 올리긴 올리는데..
시야가 흐리고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 상태라서...
편집하고 교정 보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글의 전개나, 오타나, 맞춤법이나...
여러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을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약속한 요일에 글은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주시는 모든 님들께 감사드리며..

[낙서쟁이]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