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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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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기억속의 악몽


BY 상아 2000-07-11

사람들이 왜 유치장을 닭자이라 부르는지 선영은 알것같았다.

닭은 어려서 병아리때 밤새 불을 켜주는 것을 어려서 보았다.

그곳이그랬다 밤새 머리맡에 형광등 불빛이 켜져있다.

아마도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위한 대비책 이리라 생각을

해보며 자신이 어린시절 보았던 병든 닭처럼 느껴져서 한층더

자신의 모습이 상상이되질 않았다. 몇일째 경찰서에서 영장

받기까지 이틀 그리고 이곳에서 꼬박 이틀 자신의 모습이 무척

궁금했다 얼마나 볼상사납게 변해있을까?

그날도 선영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문득 자신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희미한 기억속의 엄마의 마지막 기억을 끄집어낸다.


짧은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선영이 손에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한송이를 들고 달려온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어머니날 달아드리라고
카네이션 만들기 했어"

선영은 급하게 엄마곁으로 달려간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아랫목에 이불을 깔고 누워게신다.

"그랬니? 어디보자"

"엄마 이것봐! 내가 만들었어"

"엄마 내가달아줄게? 내일이 어머니날이자나?"

선영은 엄마 가슴에 종이카네이션을 서투른 솜씨나마 달아드린다

하지만 잠시 "되었다 선영아 엄마는 아파서 밖에 나가지 못해서 자랑을 할수없으니까! 네가달고 나가서 자랑하렴!"

하시곤 선여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신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선영은 마냥 즐거워 밖에나가 지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꽃 제가만들었어요! 엄마가 너무이쁘다고
저한테 달아주셨어요 이쁘죠?"

그것이 선영이 가지고있는 엄마의 기억의 전부이다.

그리곤 아버진 어린 선영과 동생들땜에 혼자살수 없다며

주위에서 서둘러 재혼을 하셨다. 하지만 선영의 삶은

그렇게 순탄질 못했다. 새어머니의 구박과 더욱 무서운것은

새어머니의 농간에 아버지까지도 선영을 구박 하는것이었다.

선영은 어린시절을 그렇게 또하나의 악몽으로 기억속에 자리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사회생활에 몸담은 선영은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새어머니의 여전한 구박과 직장까지

찾아와 월급을 봉투째 빼앗아가는 횡포와 옆에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녀는 고통의세월속에서도 꿋꿋히 자신을 지키며

살아나갔다. 생긴모습은 그냥 평범하게 못다한 공부에대한 꿈은

책읽는것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런생활속에서도 흐트러짐없이

정말 잔인하리만치 자신을 지키며 살았다.

선영은 그때부터 사람과의 밀접한 관계는 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런 자신의 처지가 남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까 두려웠다.

자신을 이해해주고 관용을 베푸는 이에게만 마음을 열고 살았다

"니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냐?응!"

그런비난을 한두번 들은것이 아닐만치 자신과 주변의 모든것에

철저하게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크나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녀의 직장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서 그녀에겐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갖어온것이다.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똑똑 함을 인정받아 작은 회사에 전화도 받고

심부름도 하고 공장일이 아닌 편한일을 하고있었다.

처음 그곳에 입사해 3년째 그녀의 나이 22살되던해였다.

별로 두들어지게 잘난 얼굴도 아니고 뚜렷하게 내세울 만큼

뛰어난 재주가 있는것도 아닌데, 새로 입사한 그남자는

유독 선영에게 관심을 보였다.그는 대학을 독학으로 졸업하고

늦깍기 군대를 갖다온 선영보다 나이가 5살위의 남자였다.

그날은 하얀눈이 내리던 겨울이었다. 일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향하는 선영을 그가 뒤따라온것이다.

"선배님!"

그는 선영을 입사선배라고 그렇게 장난스레 불렀다.

"선배님 잠깐만요!"

선영은 뒤돌아보았다.

"눈도 많이오는데 그냥 집으로 들어가긴 아깝자나요!"

"제가 차한잔 살까요?"

"왜요?"

"아 후배가 선배 차한잔 사드리는것도 이유가 있습니까?"

"자꾸 선배라고 하지마세요! 창피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웃어요!"

"그럼 모라고 부를까요?"

"그냥 다른 사람처럼 선영아! 이렇게 불러주세요!"

"제가 나이도 한참 어린데..."

"그럴까요? 선영씨!"

장난기가 나이에 맞지않게 다분한 그의 얼굴에 무엇인지 모를

여태껏 경험 하지못한 그런 무엇인가 선영을 잠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영씨 갑시다."

"이러다 눈사람 되겠어요!"

그랬다 그날은 유난히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곳은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지만 그래도 들어가니 훈훈한 기운이 선영의 긴장을

조금은 풀어주었다. 남자하고 단둘이 그런곳엘 와보긴

처음이라 선영은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었다.

"뭐 드릴까요?

포장마차 아저씨의 질문에 그는 선영을 돌아보았 다.

"뭐 드실래요? 우리 꼬마아가씨?"

그의 말투엔 여전히 장난기가 묻어있었다.

"따뜻한 우동주세요!"

"꼬마아가씨! 우동이 따뜻하지 차가운 우동도 있나요?"

그의 말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선영도 오랜만에 마음놓고

웃어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항상 긴장된채 굳어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아픔을 알아차리기라도 할까봐 항상 전전긍긍

하면서 그렇게 지신을 감추고 살았기때문이다.

그렇게 그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선영은 무엇인지 알수없는 가슴밑바닥 하쪽 귀퉁이에 무엇인가를

느끼며 전보단 훨씬 부드러워진 자신의 표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여럿이 술자리에 선영은 가게 되었다.

물론 그사람도 함께...

술자리가 무르익고 다들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갈즈음...

술이취해있는 그를 발견하는 순간 선영은 달라진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보습이었다 술취한 그의 모습을

그동안의 깔끔하던 이미지는 간곳 없고 장난기 어리던 순순한

눈도 간곳 없고 마냥 흔들리고 풀린 눈동자에 선영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게 무리도 아닌것이 선영은 술취한 사람은 정말

싫어했다 아버지가 그랬고 어렸을적 그녀를 성추행 하려던

남자도 술에취해있었다 아버지의 술취한 모습은 선영에겐

크나큰 아픔과 증오로 기억속에 남아있어서 술취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사람같이 보질 않는 마음의 눈이 있었던것이다.

그녀는 그런그의 모습에서 술취해 주정부리던 아버지와

그녀를 성추행 하려던 악마같은 남자의 모습을 동시에 본것이다

그녀는 그의 모습을 더이상 참고 볼수가 없어서 그대로 자취방

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난 그런 사람 정말 싫어!"

자신의 기억속에 잠시나마 자리잡았던 그남자를 지워 버리려는듯

심한 도래질을 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