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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장미정 2000-06-18


우리가 산책을 끝난 뒤,
민박집에 도착을 하자, 주인 아줌마는 벌써 저녁 준비를
해놓았다.
마당에 놓여 있는 마루 위엔
대나무 돗자리가 깔려 있고 상에 부서져라 할 만큼
많은 찬이 올라와 있었다.

우린 아줌마의 쉴새없는 수다를 들으며
식사를 해야만 했다.
난 잠시 바위에서 본 그녀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아줌마....산책하다 저 큰 바위에 앉아 있는
어떤 아이를 봤는데요..."
"바위에?"
"네..."
"쯧쯧...또 청승스럽게 그러고 있었구먼!~"
"무슨 사연이라도....."
"말도 마소마~ 지애비 배타고 나가
시체도 못 찾는 물귀신 되삐고,
지에미 라는 작자는 일년 버티더니,
딴놈 끼고 육지로 도망 가버렸다 아닌교...
딸 하나 저 년이 달랑인데..데불고 가지..나참.
그 후, 말수도 줄고,,,
맨날 저렇게 쭈구리고 바다만 본다 아닌교...
에구...불쌍한것..."
"아..네...근데..몇 살이에요?"
"핵교를 댕기면 고 2 니까...18살이구만...
생긴게 참 곱다 아닌교..
그래서 동네 놈들이 몇번 건드려 논다는
말도 있고 한데..에구 안됐지뭐..."

얘기 도중에 난 애란이가 떠올랐다.
부디 저 여자아이도 저 메마른 영혼을 적셔주는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슬픔이 무서워 엄두가 나지 않는들
나약 해질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누구도 원망 할 수 없는 일인데
가진 것 없던 만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데...
애처롭다..

외롭지 않냐고 물어 볼 수 없는 이 안타까움..
쉴 새없이 소멸하고
생성하는 무수한 시간들 중에
그녀에게 진정으로 허락되는 시간들은
얼마나 될까...

그렇게 비진도의 첫날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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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진도의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린 피곤한 탓에 늦잠을 잤다.
간만에 느껴보는 이 권태로움....

더 잘 수 있는 자유를 민박집 아줌마의 고함 소리에
깨고 말았다.

"이 놈의 새끼...밤새 어딜 싸돌아 다니고,
이제 왔노?"
"엄마는 아들한테 맨날 새끼가 뭐꼬?"
"와? 듣기는 싫나?
어이구..자식이 뭐꼬...뭐시기에
이리 애를 맥이노? 징그럽데이...."
"에이!~ 잠 좀 잘라꼬 들어 왔구만...
그만 좀 하소마~ 알았는교?"
"이 놈의 자쓱.. 잔소리는 듣기 싫는 갑네..."

덩치가 큰 아줌마의 아들은 문을 사정없이 닫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머리를 헤어밴드로 묶으며 나오는 나를 본 아줌마는
"아이고마...잘 잤는교?
시끄러버서 깼는갑네...
미안해서 우짜노...."
"괜찮아요..."
"내사~ 이날 이 때까정 저 새끼놈 하나
보구 살았는데..저렇게 애를 맥이니원...
에구~ 내 정신 좀 보래이~
시장 하시겠네.. 쪼깨만 기다리소..."

그녀는 그렇게 부엌으로 급히 향했다.

역시 이 곳 공기는 사뭇 달랐다.
뒷 쪽 넓게 펼쳐진 산의 능선이 부드럽고,
은근한 멋이 있으며
확~ 트인 바다의 상쾌함이란....
산과 바다에 "안긴다" 는 느낌 하나로 충분했다.

난 수돗가에 수동펌프가 있는걸 발견하고
거기에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 부어,
펌프질을 해보았다.

약간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금새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었다.
지하수라 그런지 물이 차디찼다.
난 그 물로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마친 후,
바닷길을 조금 걸어 보기로 했다.

조갯가루가 섞인 모래가 특별하면서 시원한
소리를 낸다.
서걱서걱~~~ 쓰윽쓰윽~~~~~
바닷 바람에 몸이 약간 찬 느낌은 있지만
바다로 부터 실려오는 냄새가 너무나 좋다.

어디까지가 수평선인지 구분가지 않을 정도로
하늘과 바다색이 비슷했다.

다리도 쉴 겸,
잠시 되지도 않는 폼도 잡을 겸,
편안해 보이는 모래사장을 찾아 신발을 벗고
큰 대자로 누웠다.
모래가 차갑다.
아직 이른 더위 탓이리라.....
아~~~~ 그래도 좋은 건 내가 여기
이 바다에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충분했다.

갑자기 작은 깨알 같은 돌이 얼굴을 때린다.
"아!~"
"오~~ 배경 끝내 주는데?~~"
"언제 일어 났어?"
"일어나보니 네가 없더라..
그래서 나와보니, 바닷가로 나가기에
따라 왔지...몰래..."
"후후...그래? 여기 너무 좋다.."
"아주 눌러 살자 소리는 하지 마라!~~"
"하하하...나참.."

우린 나란히 대자로 한 채 잠시나마
그렇게 조용히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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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그 후 바닷가에서 낚시질도 하고
션크림을 바른 후 일광욕도 하며
나름대로 후회되질 않을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3박4일의 섬여행...
마지막날 밤이 다가왔다.
우린 조용한 섬바다를 마지막으로 보기위해
큰 바위들이 많은 곳으로 갔다.
너무나 시원한 이 곳에서
운치 있는 이 적막한 비진도의 밤과 어울릴 만한....
시를 태민씨를 읊어 주었다.


== 바다가 내게 ==

* 문 병란 *

내 생의 고독한 정오에
세 번째의 절망을 만났을 때
나는 남몰래 바닷가에 갔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빈 바닷가
머리 풀고 흐느껴 우는
안타까운 파도의 울음 소리
인간은 왜 비루하고 외로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마침내 못다한 가슴을 안고
우리는 왜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작은 몸뚱이 하나 감출 수 없는
어느 절벽 끝에 서면
인간은 외로운 고아..

바다는 모로 누워
잠들지 못하는 가슴을 안고
한밤내 운다.

너를 울린 곡절도, 사랑의 업보도
한데 섞어 눈물 지으면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허허 몰아쳐 웃어 버리는 바다.

사랑은 고도에 깜박이는 등불로
조용히 흔들리다
조개껍질 속에 고이는
한 줌 노을 같은 종언인가.

몸뚱이 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 속에 돌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도 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직막까지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





"음....좋은데..."
"당연히 좋아야지..이거 외우느라
진땀 꽤 흘렸는데,,,,하하"

근데..좋은 분위기는 잠시...
어디선가 여자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우린 바위에서 내려와 모래사장 쪽으로 가보았다.
큰 바위 틈 구석에서 사람들 형체가 보였다.

"태민씨..저기 인가봐..."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그래..넌 내 뒤쪽에 바짝 붙어.."
우린 소리나는 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었지만,
이 어두운 바닷가에서의 고함소리란
왠지 등짝이 오싹 했다.

여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임마. 흥분 대충하고 빨리 끝내!"
"그래..임마..언제까지 할라꼬 그라노?"
"저 새끼 조루 아니가? 하하..."
"내가 알기로는 저 새끼 조루 맞다..
그러니..흥분 하는데만 시간 다 잡아묵재..."
"하하하....."

남자들의 웃음소리와 동시에
여자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

태민씨는 고함을 쳤다.
"거기! 뭐하는 거야!"
순간 그 곳 일행들은 우리를 향해 째려 보았다.
세 남자가 서있었고, 한 남자는
여자를 깔고 엎어진 채 였다.

"씨팔! 그냥 지나가면 될 거 아니가!"
"맞다..눈깔로 봤음..즐거웠수 하구 인사나 하고 가!"

남자들은 이빨 사이로 침을 뱉아 내며
위아래 훑으며 째려 보았다.

엎어져 있는 남자가 옷을 챙겨 올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태민씨..우리 그냥 가자.."
"잠시만...어이 학생!
너..민박집 아들 아냐?"

"에이! 쓰발....췌!~
야..다른 곳으로 고마 가자~"
"뭐야! 임마 그냥 가자꼬?"
"그래..그냥 가.."
"새끼 지혼자 재미 다 보더만...
에이~ 씨팔 뭐꼬...저것들은..."
"드럽게도 말야..
우리 민박 손님 아니가..에이~
너..담엔 얌전히 굴어..
알겄나? 확!~~"

그 남자는 쭈구리고 앉아 있는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야! 고마..가자.."
그의 말에 무리들은 침을 사정없이 뱉아가며
동네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다행이도....

"괜찮아요?"
난 그녀의 어깨의 옷맵시를 만져주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년느 나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됐어예!..."
하고는 옷을 털더니
일어나 그 남자들의 반대 방향으로 가버렸다.

"아..정말 너무한다..
구해줬음 고맙다 하지는 못할 망정..."
"후후...신경 쓰지마..
아는 사이 같은데뭐..."
"뭐야! 저것들은
어린것들이 한 여자 두고 뭐하자는 거야?"
"왜 궁금해? 다시 데려 올테니 물어볼래?"
"하하....나참...됐다그래..
근데..저 여자 우리가 여기 첨 온날
큰 바위 에서 본 그 애 같은데...
너무 안됐다.."
"주어진 환경이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지뭐... 우리 그만 올라가자.."

우린 깨어진 분위기 탓에 떨떠름한 기분으로
바다를 뒤로 한 채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민박집에 돌아온 우리에게
주인 아줌마는 마직막 밤이라
수박에다 맥주 두 병을 방으로 넣어 주었다.
서비스란다....
마지막 밤을 잘 보내라는 아줌마의 요상하리 만큼
옅은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태민씨는 들어가자며
나를 방문으로 내밀고는 문고리를 걸어 버린다.
그리고, 나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가 입술을 갖다 대었다.
가볍게....그리고 부드럽게...
다음번에는 그의 손이 젖가슴 위로 어루 만졌다.
어느새 앞가슴을 풀어헤친 그의 손은
가슴 안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그는 입술을 비비면서 젖가슴과 아랫쪽 팬티 위를
어루 만졌다.
"미현아...아 미치겠다."
그는 나의 팬티와 브래지어를 벗어 내고선
순식간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진다.

그리고, 그의 혀가 계곡과 숲을 정신없이
핥아 대므로 전기가 통한 것 처럼
금방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미 불끈 선 그의 것은 언제라도 쳐들어올 듯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아...."
희열에 들뜬 짧은 신음 소리를 내뱉자
그는 나를 꽉 끌어 안으며 묻는다.
"좋아?"
"응......."

그는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움직였다.
그만큼 결렬했던 것이다.
곧 사정을 하려는 듯 빨리 움직이며
가뿐 숨을 토해낸다.
서로를 힘껏 껴안는 순간 사정이 시작 되었다.

"욱~......우.....으으.."

그는 나의 어깨를 꽉 끌어 당겼다.
"아..좋다..너무 좋아.. 넌?"
"후후..나두.."
그는 나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일 때.. 난 욕실로 향했다.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욕실에서 나오는 나를 기다린듯 그도 욕실로 향한다.
가벼운 샤워를 마친후
그는 물기를 닦으며
뒷쪽에서 나를 껴안았다.

"너무 좋았어....사랑해~"
"......응......"

방안에 형광 불빛이 꺼진 상태지만
달빛이 비쳐 그리 어둡지 않았다.
그는 누우며 나를 잡아 당기고는
팔베개를 해준다.
이렇게 잠들고 싶다는 여운을 남기며.......


비진도의 마지막 밤이여~~~~~~

안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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