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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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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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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정말 다 살았네


BY 만석 2024-09-03

막내며느리가 일본보다 한국이 서비스가 더 나은지, 강남에 와서 몸을 풀었어요.
엄마 힘들다고 두 돌 갖지난 손주는 사돈댁에다 맡기고요.
막내아들은 병원에서 마누라 시중하며 지내고요.

저는 늙은이 행세하느라고, 미안하지만 편하게 집에서 소식만 기다렸지요.
원하는 날 점 찧어서 몸을 풀고, 사흘 지내고는 조리원으로 들어가네요.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어렵고 해서 아들이 보내주는 사진으로만 상면을 하고요.

산모와 아가를 조리원으로 옮기고, 직장에 메인 몸이니 아범은 우리 집에서 이틀 지내고.
다음 날 아들과 손주는 같이 비행기를 탔지요.  며칠 뒤가 아범 생일이라, 일전에 일본 다녀오며 남았던 일화를  생일 점심값으로 쥐어 주었지요. 두어 시간 지나니 벌써 집에 도착했다네요.

아들의 짐이 모두 실려 나가고 방을 정리하고 냉장고도 정리를 하니 영감이 대놓고 먹는 야구르트가 떨어졌어요. 유난히 <꺼꾸로 야구르트>를 즐기는 영감이라 지갑을 찾으니 오리무중. 사흘을 속속들이 뒤져도 나오지 않았지요. 막내딸이 큰 맘먹고 사 준 유명메이커 지갑인데.

늘 두던 자리를 뒤지고 또 뒤지고 다시 뒤져도 안 나옵니다. 마트에다서 흘렸나 정육점에서 흘렸나 생각나는 곳은 모두 뛰어다녔지요. 생전에 뭘 잘 잃어버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닌데....
이 정신에 뭘 더 살아보겠다고 발광을 하나 싶은 게 한심하더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더듬다가 오후에는 분실신고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카드는 전화로 분실신고를 하고, 가까운 동사무소는 직접 가서 주민증 분실신고를 하고....신고를 모두 끝내고 보니 아침도 굶었고 점심도 굶을 채로네요. 나는 괜찮지만 영감이 지치겠지 싶어요.

일본의 막내아들에게는 잘 못하다가는 오해를 부를라 싶어서, 조심스럽게 문자를 넣었지요.
"얘야. 내가 너한테 일화 건네주고는, 지갑을 어디에 두더냐?"
"글쎄요. 제 기억으론 엄마가 일화만 들고, 방으로 갖고 들어오셨는데요."

휴~. 이런 정신에 뭘 그리 악착같이 더 살아보겠다고.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네요. 그만 살아도 누가 일찍 갔다고는 아니할 나이인 걸?! 뒷 정리를 하려면 내일도 바쁘게 생겼어요. 배고픈 것도 모르겠어요. 만석이가 그깟 일로 이리 녹초가 되다니. 나도 다 살았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