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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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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건 약봉지와 뱃살 뿐


BY 만석 2023-10-04

오랜만에 아컴에 들어왔다.
그동안 참으로 일이 많았다.
이웃들은 명절을 지내느라고, 아니면 휴가를 지내느라 그랬겠다.
우리는 영감이 병이 나서, 대주의 와병을 핑계로 송편 하나를 빚지 못하고 지나갔다.
아랫층 식구들이 들어다주는 것들로 그래도 명절은 이름만이라도  지어 보냈다.

이제는 영감의 잦은 와병으로 아이들도 생각이 달라지나 보다. 미국에 사는 큰딸아이가 한 달을 지내고 갔다. 허긴. 저도 바쁘게 살아서 늘 앓는 늙은 부모의 와병이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모처럼 맘먹고 시간을 내서 왔나보다. 그동안 먹이고 싶었던 것들을, 아직은 에미가 챙겨 줄만은 한데.... 그동안 못한 효도를 하느라고 사실은 딸아이가 더 고생을 했지 싶다. 외할아버지가 금새 어떻게 되는 줄 알았는지, 독립을 해서 미국에 사는 둘째 외손주가 급히 날아와서, 바쁜 일정에 사흘을 지내고 갔다.

일본에 있는 막내아들 네의 세 식구도 들어왔다. 중학생인 큰손주는 학교때문에 빠졌다. 아직 비행기 탑승이 이른 막내손주를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이다.  저들끼리 날짜를 잡아서 약속을 한 모양이다. 영감은 그 동안 부쩍 자란 막내손주가 대견한가 본데, 아이는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가 영 바땅치 않은지 곁을 주지 않는다. 다음 날 영감은 막내아들의 손을 빌어 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아무리 귀하게 여기면 뭘하는가? 손주넘의 눈에 거슬린다는데 말이지.

아무리 저들이 살림을 한다 해도 내 살림이니 내가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넘어져서 나간 갈비뼈는 그래서일까. 석 달이 지났으나 아직 온전치가 않다. 살림은 딸을 시켜서 그리 산다하여도, 영감의 병수발은 내 손을 거쳐야만 나도  영감도 신간이 편하다. 내 갈빗뼈는 자꾸만 고통을 호소해도, 이젠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는데에 이골이 났다. 원래 미련해서 잘 참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영감의 병이 와중해서 오래 된 내병은 나도 꾀병으로 치부하기가 싶상이다.

영감의 발목이 또 부어오른다. 지난 번에 동네의 정형외과에서 효과를 보아서 다시 찾았다. 이참에 큰 병원으로 가서 대대적인 검사를 받으려하니, 큰 병원은 기다리다가 하세월이다. 응급실은 왜 있는 걸까. 응급실도 금방 목숨이 위태롭지 않고서는 병상이 차례가 오질 않는다. 그나마 운이 좋으면 응급처치라도 받는 것이나, 의학상식이 무지한 내가 봐도 영감의 병은 응급처치로는 가당치도 않을성 싶다. 그래도 오랜 출입을 하던 다른 진료과를 연계해서 좀 빠른 날짜를 지정받기는 했다.

통풍. 스치는 바람에도 그 통증이 어마무시하다는 통풍이란다. 영감은 원래 잘 참는 성격이긴 하지만, 벌겋게 성이 난 발목은 보기에도 딱하다. 땅을 딛지도 못한다. 내가 먼저 병이 나서 영감의 수발을 받을 줄 알았더니 영감이 먼저 들어 누웠다. 허긴 아직 들어 누울 나이는 아닌데.......지금도 영감은 화장실출입이 어렵지만, 그래도 영감은 좀 더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
어~라. 내일은 나도 정기검진 차 병원엘 가야하는 날이네?! 빤한 날이 없네. 못 말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