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2일-언제나 한줄기 빛은 있는 법
가진 것 다 내줘 더 허허로운 빈 들. 새들도 날지 않고, 매서운 바람소리만 드높다. 하지만 눈밭에도 파릇파릇 올라오는 보리 싹. 얼어붙은 땅 뚫고 우우우 올라오는 줄기찬 생명력. 그 부드럽고 여린 것들이 어떻게 철벽같은 땅에 숨구멍을 낼까? 그렇다. 얼음장 밑에도 물은 흐르고, 겨울이 깊으면 봄이 머지않다. 1990년 11월1일 고 김현식이 세상을 떠나기 전 불렀던 '그대 빈들에'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어제는 24절기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였다. 옛날에는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이를 ‘태양의 부활’로 여겨 중요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동지 다음 날을 ‘작은 설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오늘은 ‘작은 설날’. 긴긴 동짓날이 끝나고 밝은 시간이 길어지듯, 힘들었던 순간도 어서 지나가고 희망의 시간이 시작됐으면…. 절망 속에서도 언제나 한줄기 빛은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