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여행의 백미는 와디럼에서의 하룻밤이라고 생각한다. 와디럼에 대한 소개는 이전에 한 적이 있어서 오늘은 와디럼에서 맛볼 수 있는 베드윈 전통 음식을 소개해 보려 힌다.
와디럼은 수도 암만에서 4시간 가량 버스로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암만에서 아침에 출발을 하면 대개 저녁 시간에 도착을 하게 된다. 이는 순례 코스가 대부분 아르논 게곡(모세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가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건넜던 계곡)을 거쳐 페트라(세계 신 7대 불가사의 중 의 하나 -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를 들러서 오거나, 느보산(모세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가나안 땅을 가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고 죽은 곳), 마케루스(세례 요한이 목이 잘려 죽은 곳 - 교황청이 지정한 요르단 내 5대 성지 중 한 곳)를 거쳐 아르논계곡을 들렀다 오기 때문에 하루 종일이 걸려 도착하게 된다.
와디럼에 도착하여 초입에 있는 텐트를 잡았다면 모를까 광야 깊숙이 있는 텐트를 잡았다면 버스에서 내려 다시 지프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순례객들도 순례객들이지만 가이드로서 쉼 없이 설명을 해야 했던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곤 했다. 배가 무척 고팠지만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어 그저 씻고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기운을 차리고 순례객들을 이끌고 모닥불이 피워진 텐트 한 켠으로 간다.
저녁 식사가 될 베드윈 전통 음식인 자르브(Zarb)에 대한 설명과 모래 땅 속에서 그 음식을 꺼내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다.
숙소의 직원인 베드윈이 자랑스레 요리를 소개하면, 삽을 들어 모래를 파내기 전 부터 기대에 찬 순례객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삽으로 모래 무덤을 치우고 알류미늄으로 만든 둥그런 뚜껑을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스레 열어, 음식을 넣은 틀을 모래 구덩이 속에서 들어 올린다.
사진에서 보듯 둥그렇게 생겼다. 뚜껑을 열면 뜨거운 김과 함께 양고기와 닭고기, 각종 야채가 뒤섞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조금전 까지 없던 입맛이 되돌아 온다.
자르브(Zarb)는 베두인들이 옛날부터 즐겨먹던 일종의 바비큐 요리이다. 허브와 각종 야채를 곁들여 구운 양고기나 닭고기 또는 염소고기인데, 야채를 곁들인 고기를 야자수 잎으로 싸서 사막의 모래 구덩이에 피운 숯불 위에 올린 다음 모래를 덮어 천천히 익혀낸 요리이다. 과정이 복잡한 만큼 요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고급 요리이다.
요리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모래 땅에 음식 양에 알맞은 구덩이를 판다.
음식을 넣을 틀(사진 참조)을 구덩이에 넣는다. 그 다음엔 모래로 채운다.
작은 나무 조각에 불을 지핀 다음 석탄이나 숯으로 덮는다.
깨끗이 손질한 닭, 염소 또는 양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물, 레몬 주스, 마늘, 소금, 후추를 넣어 만든 소스에 1시간 정도 양념이 잘 배도록 숙성 시킨다. 오래 숙성 시키면 좋겠지만 더운 나라 요르단 광야에서 오랜 시간 숙성을 시키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감자, 토마토, 당근, 양파, 컬리플라워, 가지, 단고추 등을 씻어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준비한 식재료들을 음식 틀에 채운다. 이 틀은 대개 2~3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맨 위층에는 야채를, 고기는 맨 아래에 둔다.
마지막으로 불 위에 음식틀을 올리고 뚜껑을 닫은 후 담요를 덮고 그 위에 모래 무덤을 만든다. 대략 2시간, 길게는 3시간이 걸린다. 자르브가 조리되는 동안 밥을 짓고, 토마토, 양파, 오이 등으로 샐러드를 만든다.
요르단에서는 양을 치는 목동들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양고기가 싸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쇠고기 못지 않게 비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르브는 식당으로 옮긴다. 각종 샐러드 및 다른 요리들은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어 각자 취향에 맞게 접시에 담아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