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성숙 위해 또 겨울이
겨울의 문턱에서 동물들은 바빠진다.
체온을 유지할 곳을 찾아서다.
무당벌레는 떼 지어 나무껍질 아래로 모인다.
잉어나 붕어는 따스한 진흙 속을 파고든다.
다람쥐는 땅속에 굴을 판다.
사마귀는 이듬해 봄
애벌레로 깨어날 새끼를 위해 거품집을 만든다.
만추(晩秋)에
반짝 ‘한겨울’ 체험을 한 며칠.
내복이든 연인이든
겨울 날 준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나저나
‘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 77’이라는
책에서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래엔 두 계절만 남는단다.
‘무더운 여름’과 ‘이상기온으로 조금 시원한 여름’.
사계절은 비발디의 음악으로나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를 막기 위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
내복과 스웨터를 입고 실내온도를 2도 낮추기.
에너지 비용 4%를 절약할 수 있다.
“자동차가 주요 이동수단이 된 이후 거리 개념이 변질됐다…
모든 게 자동차로 갈 때를 기준으로 한다.
‘십 분’은 10 내지 12킬로미터,
즉 걷는 것으로 따지면 두 시간에 해당한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
바쁘고 어지러운 세상.
우리는 느리게 걷는 여유를
잊고 사는 게 아닐까.
걷기 좋은 늦가을.
마지막 잎들이 지는 가로수 길을
천천히 걸으며 걷는 즐거움을 음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