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7일-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아침 무렵 낙엽이 비처럼 떨어진다.
하루 사이 꺽다리 은행나무는
몰라보게 야위었다.
나무들은 차가운 바람에 몸을 으스스 떨며
봄과 여름, 가을을 함께 보냈던 나뭇잎과 작별인사를 한다.
모처럼 따뜻한 나무 옷을 입은 어머니 땅은
낙엽에게 내년 봄 꼭 만나자는 나무의 약속을 전한다.
이별은 잠시라는 속삭임이다.
나무의 약속을 믿는다.
그나저나 노란 은행잎이
보도블록에 카펫처럼 깔렸다.
워낙 따뜻했던 날씨 탓에
평년 수준으로 돌아간 기온이 낯설고 시리다.
입동 날씨는 그해 겨울의 바로미터였다.
선조들은 입동에 추우면
그해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점쳤다.
몇해전 입동은 정말 매섭게 추웠다.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10월을 보낸 터라
더 그랬었다.
하지만 그땐 추위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모처럼 웃었다.
두툼한 잠바와 털옷이 기다렸던 주인을 찾아갔다.
하지만 올해는 입동이라 하기엔
너무도 따듯하다.
조금은 추워도 좋다.
얼어붙은 경기로
무거운 마음 잠시 덜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20대였을때는 서른 살을 고대했다.
혼돈과 방황의 흔들림 없이
적당히 무뎌져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새 나이 먹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룬 것 없이 지나가는 세월이 두렵다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독백에 공감하는 나이가 됐다.
어제는 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입동.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는 올해야,
고마웠다.
내년에 다시 만나면 한 뼘쯤은
자라 있는 내가 되어 있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