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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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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것만 닮는다


BY 만석 2022-10-13

영감의 와병으로 오랜만에 귀국한 딸아이가, 영감이 그만하니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우선은 미국에서는 의료수가가 엄청나서 병원 갈 일을 미리 챙겼다. 어디가 뼈지게 고장이 난 것은 아니나, 나온 김에 체크를 해 본다는 게다. 것도 잘하는 일이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 미리 예방을 하자는 취지다.

딸아이 나이가 벌써 53세. 건강검진 차원에서 웬만한 검사에 응하자니, 것도 수월찮게 시일이 걸리는구먼.  종합병원은 기다리다 세월을 다 보내겠으니, 이름이 알려진 일반병원을 찾아다닐 수 밖에. 의료계의 지인이 추천해주는 병원을 찾아다니려니, 한 두 군데에서 끝낼 일도 아니다.

치매 검사를 받는다고 MRI촬영을 했더니, 뇌혈관이 곱지 못하다고 한다지 않는가.  
"네가 그렇게 생긴 걸 왜 어미 탓을 하느냐?" 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의사 왈,
"부모님 중에 뇌혈관 질병을 가지신 분이 계신가요?"하더라니 말이다. 그러니 영감도 나도 죄인이다.

사실 영감도 나도 특별히 걱정스러운 체질이 아니었으나, 나이 먹고 늙으니 앞 날은 장담을 못하겠다만 어쩌자고 닮지 않았으면 하는 곳을 꼭 찝어서 닮아 나왔더라는 말이냐.  대체로 건강을 타고난 네 형제들 중에서도, 큰딸은 특별히 건강체질이라고 늘 감사했는데 말이지.

미리 알았으니 그리고 약학박사 딸을 두었으니 천운이지만, 나는 어쩌자고 그런 걱정은 꿈에서도 해 보지 않았더란 말인가.  남들은, 누가 그보다 더 어떻게 사랑으로 기를 수가 있었겠냐고 입들을 모아 말하던 에미다. 그러나 어느 에미는 나를 희생하고 자식을 사랑으로 기르지 않는 부모가 있겠는가.

"사랑으로 살펴주시고 모자라는 것 채워 주셔서, 남들에게 맘껏 베풀며 살게 하소서."
늘 아이들을 위한 내 기도는 이랬다. 그러나 오늘부터 내 기도는 달라질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부모의 부실한 육체를 닮아서, 절대로 좌절하는 일이 없게 늘 도와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