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여름아, 너무 빠른거 아니니?
오늘이 지나면 ‘계절의 여왕’ 5월의 시작이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연두색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웬일, 여름이 벌써 찾아온 듯하다.
바람은 6월처럼 후덥지근하고
햇살은 7월처럼 뜨겁다.
봄은 정말 사라진 걸까?
기미는 진작부터 있었다.
5월의 자연은 사람을 위압하지 않는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위세 부리는 법이 없다.
이달의 나무는 진녹색으로 무장한
7, 8월의 나무와 빛깔부터 다르다.
잎의 촉감도 연초록빛을 닮아 살결같이 보드랍다.
그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마저 덩달아 성글어진다.
이 때문에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5월더러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의 청신한 얼굴’이라
찬양했다.
커피숍 2층 테라스에 앉으니
활 모양으로 솟아오른 가로수 가지들이
코앞에서 바람에 흔들린다.
촘촘히 올라온 손톱만 한 어린 은행잎들이
잔디밭의 세 잎 클로버처럼 작고 깜찍해 눈을 즐겁게 한다.
세상에 막 나온 저 자그맣고 여린 잎들이
손바닥만큼 자라고, 짙어지고, 무성해지는 동안
소리 없이 봄이 흐르고
거리엔 어느새
새로운 계절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