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뒷 산을 오르기 전
동네를 가로질러 입구까지 부지런히 걷는다.
동네 곳곳에서는 새 단장 중이다.
건물 외벽 공사,
이사오느라 짐을 들이고
이사 가느라 짐을 빼고,
건널목을 다시 도색하려는지 어느순간 울퉁불퉁해진 도로,
나들이 때문에 동네가 조용할 것 같지만
작은 동네 놀이터가 아이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성으로 가득하고
아이들의 자전거와 뜀박질로 동네 전체가 들썩이고,
아파트 신축 공사장 근처를 지나면서 그 소란함이 극에 달한다
2.신기하지?
도로와 숲의 경계선을 지나
나무계단을 오르면
그 모든 소란함과 소음은 숲에 몯혀 버리는 것 같다
3. 걷고 계단을 오르고
또 걸어서 산을 오르다보면
온갖 상념은 어느새 잊힌다.
그리고 숲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나무들과 꽃들과
그들이 이루어 낸 그 공간과 시간에 푹 빠져버리게 된다.
고민이 있을 때
생각하고 싶을 때 무거운 마음으로 걷기를 시작하지만
걸을수록 그 고민과 생각은 까맣게 잊고만다.
정작 해결한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걷기를 끝낼무렵이면
마음은 오히려 가볍다.
4. 일주일 새
산은 너무도 변했다.
지난주에 만발했던 진달래는 그 새 잎이 다 져버렸고
복사꽃은 여전히 피었지만
그 생기가 지난번만 못해보인다.
어린잎들은
초록이 좀 더 짙어졌다.
숲에 가면 시간이, 시간의 흐름이 너무도 잘 보인다.
우리의 시간도 지나고 보면 그러할텐데
그 빠름을 깨닫지 못하고
그래서 눈부신 지금 이 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감사함으로 후회없도록
부디 잘 지내봐야지 싶다.
5. 봄볕엔 며느리, 가을볕엔 딸이라는
다소 고약한 느낌의 옛말이 떠오른다.
봄볕은 역시나 따갑다.
금새 얼굴이 벌게졌다.
썬크림이 효과가 있나?
6.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간다.
다리가 아픈데 참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을 사려고
방앗간이 있는 그 허름한 길로 굳이 돌고 돌아서 집으로 간다.
녀석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7. 집 앞 공원,
햇살 좋은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앉은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은 또 따로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장기를 두거나 한다.
서로 멀리들 떨어져 앉았다.
서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 때때로 웃음소리도 들린다.
그럼에도 나는
신호등의 초록불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그 공간에서 외로움과 적막감이 보였다.
8. 방앗간에서 사 온 인절미와 꿀떡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
나중에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너희들이 엄마한테 간식도 사다주고 해야된다.
알겠지?
그러는 나조차도 어머님 생각은 미처 못했다.
어머님이 어떤 떡을 좋아하시는지도 잘 모르겠다.
늘 챙겨받기만 해서.
아마 어머님도 우리들이 좋아하는 떡으로만 한봉지 채워오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