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불어나는 코로나확진자가 이젠 먼 동네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딸아이네 벤드부의 한 학생이 확진자로 판명이 났다 한다.
주말이라 집에 있던 아들이 단걸음에 약국엘 다녀온다. <자가진단키트>를 구입해 온 게다.
나도 진즉부터 그 <자가진단키트>라는 걸 좀 구입하고 싶었다.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것 아닌가. 나라고 맘놓고 편하게 있을 수는 없지. 재수없이 걸릴 수도 있지 않은가. 걸리면 우왕좌왕할 게 뻔하고 어디에서 무얼 구입해야 하는지도 모르니, 미리 예비해 둬서 나쁠 건 없지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손녀딸이 급한데 나까지 얹어서 일을 만들기는 좀 그렇다. 샘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아들은 그 민첩한 몸으로 어느새 제 집으로 들어선다. 제 상의 주머니를 손으로 가르키는데 무슨 뜻인지.
"검사 끝나면 알려줘~! 궁금하니까." 아들은 알았다고 고개짓을 하고는 잽싸게 사라진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손녀가 아무 일이 없어야 하는데 말씀이야. 여느 때는 잘 하던 기도도 이렇게 급할 때는 잘 나오지도 않는다. '아무일 없게 해 주세요. ' '아무일 없게 해 주세요.' '주님. 도와주세요. '무릎은 꿇고 앉았는데 기도는 한 소리 또 하고 한 소리 또하고 그 소리 또하고.
아마 한 시간은 족하게 지났나 보다.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선다.
"괜찮지?!"
"예. 괜찮네요. 음성이예요."
아들은 주머니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서너 개 꺼내 놓는다. ' 아, 그랬구나.' 아직 시키지도 않았는데...
"혹시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몸이 좋지 않으시면 이거 해 보세요." 어찌 이렇게 에미 속을 속속들이 알았을꼬.
"자가진단이 쉽지는 않아요. 면봉을 코 속 좀 깊히 넣어야 해요."하며 진단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진통해열제는 상비로 집에 있으니, 이젠 안심이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우선 먹고 선별진료소로 가면 되는 게야. 어제도 옆 골목에서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엠브런스를 타고 가지 않던가. 아마 내 집 가까이에서도 확진자가 있었나 보다 하고 마음이 급했는데, <자가진단키트>라도 구비해 놓으니 한결 맘이 놓인다.
나는 정형외과에서 퇴원을 하고부터 집콕이 시작됐다. 거의 한 달은 되나 보다. 아랫층에서 올려보내 주는 간식과 딸아이가 택배로 부쳐주는 배달 반찬으로만 산다. 이럴 땐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영감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고슬고슬 돌솥밥에 탕국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아, 시큼한 물김치는 필수지.
코로나가 물러갈 때까진 이렇게 살라고 아이들이 신신당부를 한다. 나는 나보다 출퇴근하는 저희들이 더 걱정인데 말이지. 코로나가 정말로 어서 깨끗이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오늘도 확진자는 104829명이란다. 교회도 비대면 영상으로 예배를 시작한 지가 퍽 오래됐다. 교회 식구들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