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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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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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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카페


BY 그대향기 2021-10-12

지금은 저녁 여덟시를 조금 앞 둔 시각
이사하느라 지쳤을 큰딸네를 불러서 삼겹살구이로
저녁을 기름지게 먹고 애들은 보내고 설겆이까지 말끔하게 마친 시간이다.
애들 이사하면서 너무 커서 못 가져간 가죽쇼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거실 한쪽을 거의 점령하고 있는 침대까지 딸린 큰 가죽쇼파
어지간한 거실에는 아예 들어가지를 않을 사이즈라 할수 없이 우리집으로 왔다.

덕분에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어 좋다.
애들 이사할 때 우리 집도 부분 리모델링을 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주방살림들을 한곳으로 몰아 수납장을 짜 넣었다.
그릇욕심이 유난히 많은 나는 지금 당장 100여명의 식사를 감당해도
될 만큼의 그릇들이 있을 정도다.
한식기 양식기 거기다가 중식기들까지.

수년 전에 식당을 개업하려고 상가건물을 사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었다.
1,2층 합해서 100평짜리 건물을 경매로 사서 1억여원을 들여 리모델링
을 하고 개업하려고 했지만 다니던 직장에서 놔 주지를 않아 무산됐다.
그 때는 한창 수련회가 많았고 나 대신 그 일을 감당할 후임이 없다는 이유였다.
본의아니게 급료인상만 되었고 몇년을 더 다니다가 허리가 고장나면서 정말 그만두게 되었다.

그 때 장만했던 그릇들인데 팔기도 아깝고 다기들도 많아 
닦고 또 닦아가면서 보관중인 그릇들을 한쪽으로 잘 모시기로 했다.
아는 분이 대구에서 활동하시는 도예가다.
그 분이 만든 그릇들은 지금은 사기도 겁날 정도로 비싸다.
그 때는 유명해지기 전이라 다소 비싸긴 해도 지금처럼은 아니라 몇 점 가지고 있다.
먼지 앉은 다기들을  닦아서 통나무 선반에 가지런히 얹고
예비며느리가 사다 준 다기세트도 잘 보이는데 정리했다.

시어머니 될 사람이 차를 즐겨 마신다는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첫 인사를 하러 온 날 예쁜 다기세트와 몸에 좋은 한차를 선물로 가지고 왔다.
과하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 즐겨마시고 있다.
러시아에 가 있는 둘째도 귀국할 일이 있으면 꼭 차 종류는 몇가지 사 들고 온다.
땅이 넓은 러시아에서는 야생화 차 종류가 무척 많다.
덕분에 여러가지 귀한 차들을 맛 볼 수 있어 좋다.

주방물품들을 정리하면서 차 종류도 수납장을 짜 넣어서 정리했다.
일찍감치 차 선반을 만들어  정리하긴 했지만 다른 물건들과 섞여 있어서 빛을 발하진 못했다.
골동품가게를 하면서 차와 다기를 보관하는 차 찬장도 팔긴했는데
그 때는 이윤이 우선이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지금 생각 같으면 내것을 하나 만들어 두고 팔건데 그 때는
둘째 유학비가 우선이었으니.....
원목수납장은 아니더라도 연한 그레이색상 수납장에 정리하니
그런데로 깔끔해서 봐 줄만하다.

가게를 크게 할 때 팔던 LED라인조명도 찾아내서
새로 짜 넣은 수납장 상단 부분에 간접조명으로 했더니 꽤 그럴 싸하다.
부드럽고 분위기 있는 주방이 됐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간접조명들이 잘 되어 있지만
시골 오래된 단독주택에 무슨 간접조명이 있었겠나.
조금 큰 안방과 좀 작은 방 하나에 거실겸 주방 화장실 하나인 구조에서
작은 방 문을 떼고 턱을 없앴고, 거실과 주방을 넓히고 작은 방 뒷벽을 트 주방창고를 3평 정도 더 넣은 편리한 구조가 되었다.
트고 넓히는 공사는 처음 이사를 들어오면서 했다. 
남편은 별채에서 기거를 하니 가능한 일이다.

고층아파트처럼 훌륭한 강변 뷰는 없지만 방문열고 나가면 하천 뷰는 된다.
야생화 흐드러지게 피고지는 산을 낀 정원 뷰도 있다.
남편이 며칠 전에 골동품가게에서 사다 준 일체형 오디오도 있고.
CD도 되고 테이프도 되고 USB도 되는 끝내주는 오디오다.
음향기기를 좀 볼줄 아는 남편이 겉은 좀 낡았어도 소리는 좋다며 사 준거다.
안방에 소형 오디오가 있기는 한데 거실에서 일하면서 들으라고 사 준.

아침에 식사를 준비하면서는 주로 조용한 경음악을 듣고
낮에는 7080 노래를 듣는다.
저녁에는 흘러간 팝송이나 영화음악 오카리나 연주를 듣는다.
종류를 바꿔가며 따끈한 차 한잔을 우려 마시면서.
이만한 홈카페도 없지.ㅎㅎㅎ
남편은 이른 저녁을 먹고 별채로 넘어간지 오래고
방해할 사람 아무도 없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리모델링을 한 환한 거실에 앉아서
새것의 신선한 냄새를 맡는다.
주방을 고치고 도배장판을 갈아치우는 동안 
별 잔소리 없이 "그래 어디 잘 꾸며 봐, 당신 편한데로"
그렇게만 말해 준 남편이 고맙다.
따로 경비부담을 주진 않았고 생활비를 아껴서 한거라 크게 탓하진 않았다.
고치고 정리하느라 거진 열흘은 넘게 걸린 것 같다.
정신건강에 좋다는 이유를 갖다붙이면서 한 리모델링이다.ㅋㅋㅋ

애들한테는 엄마의 취미생활이고
치매예방에 좋은 운동이라했더니 노동력은 어쩌냐고 웃는다.
낡은 것은 버리고 다 새것이면 더 좋으려나?
정들고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잘 버리지 못하는 이것도 집착일까?
정리수납2급 자격증까지 딴 사람인데 현실은 언제나 어렵다.
마음을 고쳐먹자 해 놓고 완전히 다 정리하기는 그래서
부분적인 마지노선을 정해 두고 정리해 나가고 있다.
산골마을 홈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고쳐 먹기 훈련 중이다.
기다란 대나무 찻상에 하루 견과류까지 챙겨 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