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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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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해야 하고


BY 만석 2021-08-19

모두 다 덮어 두고 나가서 걸으려면 걷겠지만, 눈에 걸리는 게 많다.
다리 뻗고 누운 영감 두고, 혼자 나가서 걷기가 공연히 미안스럽다.
그러다 보니 영감이 깁스를 한 뒤로는, 나도 따라서 걷기를 멈췄다는 말씀이야.

그렇다고 그 시간에 뼈지게 영감을 돕는 일도 없기는 한데 말이지.
생각다 못해서 집안에서 걷기로 했다.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니,
사실 넓지도 않은 실내에서 걷기 한다기에는 좀 우스꽝스럽긴 하겠구먼.

안방 베란다에서 시작해서 안방을 가로지르고,
알량한 거실을 거쳐 내방을 거쳐 주방을 지나 베란다를 돈다.
이 거리를 일 삼아 왔다리 갔다리.

자꾸만 굵어지는 배둘레헴을 내려다 보다가,
내 딴에는 좋은 생각이라고 시작을 했다는 말이지.
일 접고 누워서 TV만 바라보다가 잠이 드는 것보다 낫지 싶어서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그래도 셋 땡을 더하니 하루 8000보~10000보.
엉터리라고 나무라면 영감 시중하는 걸음까지 더하지, 뭐. 
할 수 없다. 영감이 일어날 때까지, 그리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 질 때까지다.

돌아가신 시엄니가 생각난다. 막바지 걷지 않으려고 떼를 쓰시면,
겨드랑이를 울러메고 끌다 시피 걸음마를 시켜드리지 않았겠나.
더 고운 소리도 있는데 왜 그랬을까. 엄니 못 걸으시면 내가 고생해요~! 했으니, 쯔쯔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