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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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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길치


BY 마가렛 2019-07-23

2시라는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려니 참 애매하다.
주말이라 바쁘게 서둘러 남자들의 점심준비를 해 놓고 모처럼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나름 꽃단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우리동네에서 혜화역 대학로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려 평소보다 서둘렀다.
전철역까지의 거리는 꽤 되지만 시간도 여유있고 걷기를 그나마 즐기는 편이라
우산을 쓰고 빗님과 종알거리며 자박자박 걸었다.

이윽고 혜화역 도착.
내가 정리해 놓은 '글 약도'를 보면서 골목 골목을 가는데
대로변의 첫 골목은 잘 선택했는데 그다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들어갔던 골목을 다시 나와서 연극티켓 판매하는 알바생에게 물어보니
대답은 고개만 절래절래하면서 잘 모르겠단다.
매장직원들이 알까싶어 카페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역시나 비슷한 이름이 많아서
잘 모르겠단다.
다시길을 찾다가  촉으로 이 정도면 나와야 되는데 하면서
또한번을 전단지 나눠주는 알바생에게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생각이 났다는 얼굴색으로
쭉가서 왼쪽이란다.
그때 나를 찾는 벨소리에 응답을 하니 어디냐며 기다리다가 음식을 시켰다고 어서 오란다.
 
그녀의 말대로 쭉가서 왼쪽을 보니 이름은 비슷한데 아니다.
혹시나 싶어 들어가서 물어보니
매니저같은 분이 "아! 거기요? 제가 2년 전에  있었는데.."ㅎ
뒷골목 이란다.
이를 악물고 찾아보니 드.디.어 보였다.
'내가 이정도로 길치였나?'
너무 자만하며 지도를 대충본 것은 아닌가 싶다.
길을 잘 아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친구중에 한명은 전국을 모르는 곳도 없고 한번 간 길은 잊어버리지도 않고
나를 만나면 늘 편하게 안내를 해준다.
그친구와 왔으면 이런 고생도 없을터...ㅋ

모두 안착하여 식사를 하던 중 나를 발견한 친구가 손을 기쁘게 흔들어 주었다.
몇 달 만에 보는 얼굴들.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중에 특히나 반가운 분은 몇 년만에 뵙는 C수녀님!
옆의 M수녀님께서 연락이 되서 함께 오셨다며 오늘의 '선물'이란다.
맞다. 수녀님은 선물이시다.
늘 가지런하시고 조용하시고 순명하시며 우리 봉사자들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싶어 하셨던 분.
갑자기 화색을 찾은 나sms 수녀님을 화락 안고 싶었으나 식사중이라 반갑게 손을 잡으며 인사를 했다.
조금 여위셨지만 여전히 잔잔한 웃음과 좋은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병원사목을 하신다는데 환자들에게 또 얼마나 정겹게 다가서실까...

C수녀님은 다른 약속이 있다며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일어나시며 미안해 하셨다.
M수녀님께서 함께 일어나시며 잠깐 다녀오신단다.
-두 분 수녀님은 예전성당에서 우리 봉사팀의 담당 수녀님들이신데
일년에  한번정도 만난다. 그런데 C수녀님은 너무 바쁘시고 또 멀리 있어서
한동안 뵙지 못했었다.-
알고보니 그 수녀님도 길치라서 역까지 배웅하고 오셨다는 말씀에
왜그리 위로가 되던지

역시 여자는 길치가 매력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