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주방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주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건 제가 힘이 들었다는 말입니다.
비가 오시려고 며칠 몸이 무거워서 주방 출입을 잘 못했더니,
밥상이 많이 부실했습니다. 고민을 하던 중.
TV에서 양파 작황이 도를 넘었다며 농민들이 울쌍입니다.
소문에도 양파값이 너무 싸서 농민들이 큰일이라고 했습니다.
십시일반이라니 나라도 좀 소비를 해야지 싶어서 마트로 고고.
중간 자루 하나를 낑낑 들고 왔습니다.
들고 오기는 했는데 사실 난감합니다. 이것으로 뭘 해야 하나?
워낙 주방일에 어두운 내가 저 많은 양파를 어떻게 소비할까 걱정입니다.
식구도 적으니 아들 네랑 같이 먹어야겠습니다.
그러나 역시 맛을 내는 건 자신이 없습니다.
우선 조금만 덜어서 장아찌를 담궈 보기로 합니다. 이것도 생전의 처음 시도입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레시피를 적고 요란을 떨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남들은 두 세 시간이면 끝낼 일을 저는 온 종일이 걸리게 생겼습니다.
영감의 옥상 텃밭에서 따다가 모아놓은 풋고추도 이 참에 손질을 해야겠습니다.
밖에서 들어온 영감이 주방을 기웃거리며 말합니다.
"이런 것두 다 할 줄 알아?" 완연히 비아냥 조입니다.
팽 돌아 쏘아보는 나에게 영감이 내 눈치를 살피며 궁색을 떱니다.
"아니. 이런 것두 다 잘 한다구 했어 크크크." 나도 따라서 그냥 웃고말지요 케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