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앞을 나서서 몇 발작을 옮기는데 ,
"어디 가세요?" 마주오던 큰아들이 묻는다.
"한 바퀴 돌으려구. 넌 어디 갔다 와?"
"애가 치킨 먹고 싶다구 해서요."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양 멋쩍게 웃는다.
아차차. 못 본 척할 것을.
그러나 이미 쏟아진 물. 이럴 땐 한 마디 더 하는 게 낫지.
"식겠다. 어서 들어가라."
"저녁은 드셨죠? 너무 멀리 가지 마시고 곧 들어오세요." 나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걷는다.
사거리를 겨우 지났는데 전화벨이 운다. 큰아들이다.
"집에 들어오셨어요?"
"아직 사거리야. 백화점까지만 다녀오마. 걱정 말고 어서 자거라. "
공연히 마주쳐서 걱정을 하게 만드는구먼.
백화점을 돌아 집으로 향하는데 벨이 다시 운다. 이런이런. 또 큰아들이다.
"기업은행 앞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나갈게요."
아니 ,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진데, 오늘 유별나게 왜 이러실까.
"매일 다니던 길인데 뭘그래. 걱정말고 어서 자."
은행 앞에서 기다리라고 몇 번을 힘 주어 말을 했으니, 잘못하다가는 길이 어긋나겠다 싶다.
은행 앞 계단에 쭈그리고 앉았으니 커다란 키의 아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두 손을 내민다.
어랍쇼. 며느님도 손녀딸아이도 뒤따른다. 에구. 공연히 큰 행차들을 하게 만들었구먼.
어쩌나. 빈 손으로 나왔으니 손녀 딸아이에게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서 안기지 못하게 생겼네.
오늘도 10635걸음을 걸었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평안한 잠 청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