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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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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 안에 부는 바람 *


BY 명연 2018-04-04

 

 

한 곳에 가만히 뿌리내리고

진득하게 서 있고 싶은데

불어오는 바람 탓에

자꾸만 휘청거리고 넘어졌다

 

태풍이 지나간 후

정신을 차리면 낯선 곳이기도 했다

 

한자리에서 안정감을 바라던 나는

바람을 원망했다

저 바람만 불지 않으면

난 흔들릴 일이 없을텐데

 

이리저리 불안하게 

날아다니는 것을 반복하던 어느 때,

나는 운 좋게도 바람이 불지 않고

비옥한 땅 위로 올 수 있었다

이제 내가 그동안 바라던 대로

한곳에서 안정적으로 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도 종종 흔들렸다

바람이 불었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면

어디에도 바람의 흔적은 없었다.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서 있는 이들 옆에서

나 혼자만 휘청 거리니 그 움직임은 크게 보였고

바람 탓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나를 흔들었던 건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부는 바람이었다는 것을

 

그것을 알고 난

지금도 여전히 곧잘 흔들리지만

그럴 때마다 이젠 밖을 둘러보지 않고

마음 안을 살핀다

 

마음에 이는 바람이 나갈 수 있게

길을 터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와

덤덤함이 생겼다

 

잠시 흔들릴지언정

내가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민미레터,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