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럽다 .공기가 둥둥 날아다니고 바람이 살살 실려 다닌다 .봄이 오신게다 .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니 앞 베란다에 다육이 를
내어 놓아야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 보다가 문득 기억 속의 봄과 만났다.
아주 어릴 적 유난히 깔끔을 떠시는 엄마는 겨울 방학이면 우리를 아예 집에서
내 보내질 않았다. 1남 4녀인 우리 오남매는 방 안에서 만 생활 해야 했다.
나가서 얼음을 지치거나 흙 속에서 놀다 오면 빨래거리가 생긴다는 게 이유
였는데 그때는 그게 얼마나 야속했는지 다른 아이들 처럼 얼음판 위를 신나게
놀고 싶어서 오줌이 마렵다든가 기타 등등의 이유를 대고 탈출을 감행 할라치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들키고 말았다. 어쩌다 엄마가 외출을 하신다고 하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옛날의 가옥구조가 창이 별로 없어서 어두컴컴한 방에서
전깃불에 의지해 겨울을 나면 어서 빨리 봄이 오고 개학을 하라고 마음으로
성화를 했었다. 봄이 오고 천지에 진달래가 만발을 하면 봄 내 뒷산을 올라
들판을 쏘다녔다. 엄마는 조그만 것이 겁도 없이 혼자 산을 쏘다닌다고 혼을
내시면서 참꽃(진달래)이 필 때는 문둥이가 나타나 어린애를 잡아 간을 빼먹는
먹는단다.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셔도 나는 듣지 않았다.
까르르 웃음 터지는 이십 대를 지나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역할이 주어졌을 때
나는 엄마만큼 깔끔하지를 못했나? 봄이 오면 베란다를 지나 집안 곳곳에
묵은 먼지들이 나를 노려본다. 해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할때면 그때의 기억들이
서랍속의 앨범처럼 떠오른다 .그 옛날 세탁기도 없고 빨면 마르지도 않는 빨래를
내복까지 입는 오 남매가 날마다 벗어 놓는다. 커다란 고무대야로 빨래가 수북이
쌓여 있고 탈출을 감행하다 엄마의 손에 잡힌 나는 엄마와 눈이 마주치고 쓰 읍
숨을 들이 마시며 나를 노려보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젠 아무도 들어가라 나가라를 안 하는데 춥다고, 몸이 안 좋다고, 이런저런
핑계로 겨우내 동면을 했다. 갑자기 풀린 날씨로 훅,,, 봄은 들어 왔는데 딸마저
해외로 출국해서 고즈넉한 집이 더 고즈넉해졌으니 봄맞이 대청소 대신 무얼 하지?
곰곰 생각하며 T.V 채널을 돌리는데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아냐아냐 ,,,
휙 돌리는데 꽃무늬 프릴 블라우스 좋다 좋아 저걸 사 입고 복사꽃이 만발한 카페에
가서 절친 과 함께 우아하게 차를 마셔야지 하하 하하
내친김에 봄꽃 여행도 한번 기획해 볼 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