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뒤집어 쓰고 계속 눕고 싶은 마음을 접고 출근 하였다
몸이 마치 전쟁터에 나갔다 돌아 온 병사처럼 무겁고 힘이 든게 언제 건강 하게 살았던가
하는 생각 마저 들 정도가 되었다
몇 주 전 부터 눈이 감기고 하품이 나주 나고 피곤을 느끼긴 했어도
한 번씩 쉬어야 한다는 걸 모르고 또 이렿게 알아 눕고야 후회가 되는 걸 보면
나도 상당한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잔기침과 약간의 미열이 나를 괴롭게 하지만
봄을 맞이 하여 살포시 고개를 내민 새싹처럼 가만히 일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빨리 회복하여서 서리태도 볶아서 가족들이 먹게 하고
고구마도 구워 주고 몇가지 반찬도 만들어 주어야 겠다
어렸을 적 그때도 심히 아파서 혼자 누워 있다가 꿈을 꾸었다
우리집 세째가 둠벙(얕으막한 웅덩이 같은것) 에 빠지는 꿈을 꾸었다
남의 모내기 하러 가셨던 엄마가 점심 시간에 나를 데리러 왔다
나는 세째가 둠벙에 빠졌다고 말씀 드렸는데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모내기 하는 집의 할머니께서 세째를 돌보지 않고
어디론가 가신 사이에 울 세째가 마을을 관통하는 냇가에 빠져서 떠내려 가는 것을 동네 분이 건져
놓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
엄마는 참으로 그꿈이 역력 하다고 하셨다
엄마는 예닐곱살 된 나를 들춰 업고 못밥(모내기 하는 주인이 준비해서 들판에서 모내기 할때
먹던 밥)을 먹이시기 위해 모내기 하는 곳으로 가셨다
거기서 먹었던음식 중에 다른건 생각이 안 나고 마늘 졸임만 생각 난다
그 들판은 어디나 비슷한 풍경들이었는데 우리는 거기서 평안함을 느꼈다
지금도 눈에 보이는 듯 선한 마을 풍경인데
낮게 드리워진 산과 들, 그사이를 연결한낮은 언덕들
논밭사이사이의 작은 길 꼬볼꼬불한 시내와 그 물줄기들과
그냇가를 유유히 노니는 송사리와 미꾸라지등 물고기들과 돌 속에 살금살금 다니는 참게등이
얼마든지 있었다
물이 고이는 곳에는 소금쟁이는 그 얼마나 많았던가
요즘 처럼 추울 때면 누구네 논이든 아랑곳 하지 않고 동네 아이들의 썰매장이 되었다
저수지는 위험 해서논에서 썰매를 타게 되었다
코흘리게 아이들은 저마다 추운 줄도 모르고 해가 지도록 썰매를 지치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조그만 동네를 벗어 나가면 파래며 모시조개며 바지락을 자기 마음껏 채취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썰물 때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어리둥절한 꽁치를 몇마리 쉽게 잡을 수도 있고
바닷가에 섰노라면 저멀리서 파도에 휩쓸려 오는 오징어를 기다리고 있다가
잡을 수도 있었는데 하루는 엄마가 그 오징어를 잡다가 오징에에게
물려서 피가 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나는 바다가 그립다
아니 바닷가라 해야 맞겠다
거기도 고둥이도 잡고 소라도 주우며 조개도 캐고 싶다
그 재미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
기회만 된다면 그 철없던 사람처럼 단순하게 바닷가에서 힐링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