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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이었을까?


BY 모팽양 2013-07-26

 

진짜 사랑이었을까? 

 

사랑했습니다.
제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건 제 옆에 누군가가 이미 있을때부터 였습니다. 처음엔 제옆에 있는 사람을 숨기려 했지만 제 주변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어 숨길 수가 없었죠. 그렇게 불완전한 관계는 시작됐습니다.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며,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으려 애도 썼고, 누구 하나 선택하지 못하며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습니다. 그러면서 제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자꾸 마음이 가게 됐죠.

미안했습니다.
함께 있어주고 싶었지만 항상 함께 해주지도 못했고, 기쁘게 해 주고 싶었지만 그녀를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일 밖에는 해줄 수 없었고, 제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제대로 사랑해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저는 제 옆에 있는 사람을 떠나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완강했습니다. 오랜 세월 쌓아온 시간에 대한 미련과 집착으로 자해까지 하며 저를 붙들었습니다.

떠나려했습니다.
제 옆에 있는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면 더 이상 제가 사랑하는 그녀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떠나려 마음먹었습니다. 그녀와의 연락도 끊고, 일에 몰두하고, 운동도 시작하고,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제 몸에 채찍질을 해댔습니다. 그렇게 수 일이 지난 뒤 핸드폰에 남겨진 메시지엔 그녀의 눈물섞인 음성이 담겨있었습니다. 전 그녀가 떠나길 바란 것이었는데, 그녀는 혹시라도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에 떨고 있었습니다. \"끊는 전화라도 좋으니까 그냥 아무일 없으면 전화만 해 줘...\"

 

기다리라했습니다.
제 옆에 있는 사람과 정리를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알기 전에 만난 사람이니 알았다 했고, 저는 서서히 제 옆에 있는 사람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그녀는 제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저를 떠나려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겠죠. 저는 그녀에게 약속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를 떠나려는 그녀곁에 가끔 있어주고, 안아주는 것 밖에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사랑한다했습니다.
제 주변을 정리하고, 이젠 그녀앞에 당당하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 앞에서 그녀는 눈물도 보였고, 웃음도 보였습니다. 전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리라 결심했습니다. 그 결심은 예전부터 이어져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하루 하루를 보내다 저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녀와 조금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제가 성공을 하면 그녀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녀는 저의 성공이 필요없다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싫다며 울먹이는 그녀를 달래며, 저는 기회가 있는 곳만 바라봤습니다.

기다리게했습니다.
그녀는 항상 제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그녀와 함께 할 수 없는 것 정도는 앞으로 함께할 날들이 더 많기에 이해해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제 옆에 있어도 항상 외롭다 했습니다. 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가끔 만나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던 시간이 계속 흐르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화가났습니다.
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런 놈을 만났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녀와의 미래를 위해 항상 바쁘게 움직였었는데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제 눈에는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놈을 만나 협박을 했습니다. 다행히 사귀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감정만 갖고 있던 사이였습니다. 저는 다시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이제는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 했습니다. 매일 매일 그녀 옆에 있겠다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젠 저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이전과 똑같이 할꺼잖아. 난 이제 싫어...\" 전 막무가내로 그녀를 잡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그녀의 긴 생머리를 짧게 잘라 놀라게 하고, 저를 보고 웃지도, 말하지도 않았지만 강제로 옆에 있게 했습니다.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다시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다시는 혼자 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에 그녀는 믿지 않았지만 조금씩 그녀도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그녀가 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그녀와 매일을 함께 하는 것은 결혼을 하지 않는 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이 조금씩 붉어져 나오고, 그것들을 해결하면서 그녀를 혼자 두는 날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로 그녀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전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전 그 뒤로도 그녀가 투정을 부릴 때마다 조금만 조금만, 나중에 나중에 라는 말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습니다.

사라졌습니다.
평소처럼 바쁘게 지내며 연락을 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나서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아 또 투정을 부리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달래나 생각하다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몇 일이 흘렀습니다. 이상했습니다. 그녀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그녀의 집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녀가 제 곁을 떠났었던 시간이 섬광처럼 떠올라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녀의 집 앞에서 소리치고, 두드리며,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수 시간을 기다렸지만 누구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녀를 찾기 위해 아는 친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알게됐습니다.
날 항상 기다려주던 그녀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나와 있기를 바랬는데, 그저 같이 있자고만 했었는데, 전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그녀를 그렇게 보내야 했습니다.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군대에 있던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흘렸던 눈물 이 후 처음으로 제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사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속에 그녀에게 해준 것이라곤 기다리게 한 것 밖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항상 저에게 외롭다고 말하던 그녀를 조금만이라고 나중에라고 타일렀던 제 자신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습니다. 미쳐버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전 누구를 위해서 일했던 것일까요? 전 그녀를 위해 살았다 자신했는데.. 지금도 숨을 쉬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며 그것이 거짓이었음을 이제야 알게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