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15년전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15년전 겨울 12시 자정 무렵 지친 모습으로 퇴근한 남편이 제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두시 반에 포항으로 출발해야 하니까 당신이 나 좀 꼭 꺠워줘야되 알았지 ?\" 남편은 그 말을 두세차례 강조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 남편을 보는데 남편의 얼굴에는 까칠하게 변한 피부, 5~6kg 살이 쏙 빠진 모습에..몇년동안의 고생이 남편의 지친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두시간이 흘러 남편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천근만근의 눈꺼플을 겨울 밀어 올리는 남편, 흰자위 어찌나 빨갛게 충혈됐는지 저는 그만 울 뻔했습니다.전 남편과 만난지 3개월 만에 그의 성실함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의가 가진것 없어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적게쓰고 같이 벌자 라는 식으로 끝내 결혼을 성사시켰습니다. 저희 월급이 정말 쥐꼬리만 했지만 그래도 두 아들 낳아 키우는 동안 행복했고, 억척스럽게 맞벌이를 해서 결혼 6년만에 작은 아파트도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편은 현장에서 일하다 어깨를 다쳤습니다. 그저 가벼운 타박상인줄 알았는데 갈수록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회사에 이야기 했더니, 어이없게도 회사 일하다 다쳤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치료비를 줄수 없다고만 했습니다. 그렇게 아픈 몸으로 회사에서 쫓겨난뒤 2년 넘게 실직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동안 병원비와 생활비를 대느라 결국
집을 팔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도 빚은 늘어 갔고 몇번이나 쌀이 떨어지다니..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몇주정도는 하루 세끼를 라면만 먹은적이 있습니다. 그날도 막내아들에게 문방구에 가서 라면 3개만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적이 있었는데..막내아들이 하는말이 \"엄마가 사오면 안되? 문방구 아줌마가 왜 자꾸 라면만 먹나고 물어봐.\" 이말을 듣는순간 정말 미안해지더라고요.
남들이 그럽니다. 왜 그렇게 가난하게 사냐고, 게으른게 아니냐고.. 남들은 쉽게 말하지만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 쳐도 뜻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인가 봅니다. 세수를 하고 잠이 좀 깬듯한 남편에게 두꺼운 점퍼를 입혀주고, 졸지 말고 운전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한달중 거의 보름 정도는 쉼없이 달리는 남편이 행여 운전 중에 졸기라도 할까 봐, 피곤에 지쳐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태산입니다.
참 힘들어도 삶이란 살아야 하는 거겠지요? 지금 저희는 친정 오빠 집에 얹혀살다시피 합니다. 그것도 미안한데, 오빠는 우리 부부가 안돼 보였는지 얼마 전엔 쌀을 놓고 가더군요.. 밤새 운전해서 힘들게 번 남편의 월급을 고스란히 빚 이자로 주고 허무해서 \"우린 이자만 갚는 인생인가보다\"라고 하소연했더니 남편이 그러더군요.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맨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때 무심코 흘려 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좋은 말이더군요.. 아직 남편이 희망을 잃지 않앗구나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제가 여러분에게 덕담하고 싶은것은 희망을 잃지 말자는것입니다.
마음속으로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라며 생각하며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