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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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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창구 앞에서


BY 그대향기 2011-06-01

 

 

 

낮에 남편을 따라 농협에 갔었다.

금융기관의 일은 남편이 다 알아서 하는 일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내가 꼭 가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은행이나 농협에 갈 일도 드물지만

큰 돈도 만질 일 없는 나에겐 은행의 분위기가 어색하기만 하다.

말끔하게 차려 입은 창구 아가씨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어서오세요 고객님~~\"

합창이라도 할라치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엉거주춤....

같이 반인사를 하는 듯 마는 듯

허둥지둥이 된다.ㅎㅎㅎ

남편이 창구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농협 내부를 한바퀴 휘리릭~둘러 보는데

고객들의 쉼터며 창구 테이블에 놓인 식물들이 이상하다???

 

잔뜩 멋부린 화분들에 담기긴 했는데 잎마다 노랑노랑 노랑병이 들었다.

어떤 화분에는 난이 피었다가 진 자리가 누렇게 지저분하다.

손톱을 세워서     똑...똑...

마른 꽃대를 자르는데

바싹 마른 꽃대가 잘도 부러진다.

어쩜 꽃이 시들면 화분을 치우든가 꽃대를 정리해 주지

많은 손님들이 오가는 창구 앞에 시들은 꽃대가 흉물스럽게 올라 와 있었다.

 

내가 손톱을 세워서 누런 꽃대를 잘라주고 있자니 창구 아가씨가 황급히 돌아 나왔다.

\"저어..

 고객님 저희들이 나중에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침이라 농협을 찾는 다른 고객들도 있어서 부끄러웠나 보다.

\"아니에요.

 그냥 가위만 하나 주세요.

 우리집에도 식물들이 많아서 저 이런거 잘해요.

 기다리는 동안에 시간되는데로만 하고 갈께요.

 가위만 주세요.ㅎㅎ\"

 

미안해 하던 여직원은 얼른 가위를 갖다줬다.

남편은 옆 창구에서 뭔일이냐는 눈짓을 보냈다.

가위를 들고 시들은 난 꽃대며 관엽식물의 마른 잎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잎이 뾰족한 식물은 가위질도 뾰족하게

잎이 동그란 식물은 가위질도 동그랗게.

고무나무들도 영  색이 안 좋았다.

도시의 큰 농협이 아니라 시골의 작은 농협이라 다들 아는 얼굴들이다.

그리 크지 않은 농협 안을 한바퀴 휘~돌면서 대충 작업을 끝냈다.

누렇게 시든 잎들이 다 잘려 나가고 푸른 잎들만 새롭다.

집에서처럼 여전히 앞치마는 두른 옷차림이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청소대행업체 직원인 줄 알겠네.ㅋㅋㅋ

 

잠시만 수고하면 이렇게 말끔한데

남편을 따라 농협에 들리길 잘했어.

한참 동안은 이쁠거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도 늙수레~~하시다.ㅎㅎㅎ

손님이 가위를 들고 시들은 잎을 자르고 돌아다니니

미안하셨던지 커피를 한잔 드릴까 물으신다.

고맙단 인사를 하고 있는데   남편의 일이 다 끝나 문을 마악 나서는 순간

농협과장님이 나오시더니 집에 가서 잡수시라며 커다란 양배추를 세통이나 주셨다.

앗싸~~

오늘  수지 맞은겨~~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