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혼자의 시간과 혼자의 공간을 고집하며 지내는 동안 감정의 기곡은 심했다.
어느 날은 희망이 오락가락하고 어느 날은 절망의 늪에 빠진다.
희망의 날에는 진전이 잘 되어서 내가 그 속에 빠져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은것은 사실이다.
이게 뭐야..재미 없잖아..
혼자 중얼거린다.
그런 날에는 음악의 볼륨을 높히고 주저 앉는다.
유안진 시인의 시낭송회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고 말했지만 자꾸만 그곳으로 마음이 쓰였다.
바람 쏘일겸 나오라는 문자에 그러기로 작정을 하고 저녁 시간에 강남구청역으로 향했다.
시인의 인상이 좋았고 시가 좋았고 강의가 마음에 와 닿았고 모인 회원들의 분위기가 좋았다.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상처위에 상상력을 부가하라는 말씀이 특히 내게는 약이 되었다.
늦은 시간에 강남구청 칠호선 지하철을 타고 일호선을 갈아타기 위해서 가좌디지탈 단지역에서 내리니
안내 방송이 나온다.
\'다음 열차는 병점역이 종점인 마지막 열차입니다.\'
열한시 사십오분...지하철이 이렇게 일찍 끊기는 줄은 몰랐다.
병점역이면 오산보다 세정거 전이고 나를 집에까지 데려다 주지는 못한다.
천안가는 열차를 기다릴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우선 올라탔다.
막차의 풍경은 재미있었다.
여기 저기 술 취해 잠든 남자들..
술 취한 모습에서 그네들의 무거운 짐을 본다.
그 남자들이 내리는 역을 놓칠까봐 걱정되어 자꾸 깨우는 아줌마.
\"아저씨 이게 막차래요. 어디까지 가세요?\"
예전에 막차를 타고 오다가 내리는 역을 놓쳐서 내게 전화를 했던 큰아들 생각이 났다.
\"엄마. 나 자다가 지나서 내렸어. 막차라는데 어떻게 하지?\"
\"택시 타고 와. 엄마가 돈 가지고 기다릴게.\"
아득한 옛일이 생각나서 눈시울을 적신다.
아이가 대학 입학하고 신입생 환영회를 했던 날이었지.
그리움이 물씬 가슴을 때린다.
병점역에서 내리니 천안가는 열차는 끊어졌다고 역원이 알려준다.
택시 기사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송탄 가시는 분 타세요.\"
\"오산에서 내려주고 가시면 안돼요?\"
\"만원 내세요.\"
남자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앞자리에 앉은 남자는 마누라 자랑을 엄청한다.
세상에는 바보가 많구나..혼자 생각한다.
바보는 행복하다.
나도 행복한 바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내 인생의 막차에 탑승한 내 모양을 돌아본다.
내가 도달하고 싶은 그 곳까지 나를 데려다 주기를 나는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