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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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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풍경


BY 그대향기 2011-02-12

 

어제 막내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수험생이었던 지난 한해 동안은 몸살도 참 많이 하더니만

수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참 감사했다.

키가 껑충하게 자란 막내는 짧아진 교복바지를 새로 사 주려고 해도

수능치면 별로 입을 일도 없다면서 복숭아뼈가 훤히 다 드러나도 그냥 입고 다녔다.

어릴적에는 제 옷을 언제 작아져서 못 입나 싶을정도로 키가 안자라더니

고등학교에 올라와선 모래 밭에 무 자라듯 쑥쑥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 키보다 더 높아진 아들.

남편은 대견하면서도 요놈봐라~~

아빠보다 높은 곳에서 아빠를 내려다 봐???

그리곤 한바탕 웃곤했다.ㅎㅎㅎㅎ

 

두 딸들보다 섬세하고 내성적인 아들은 수험생의 전형적인 속앓이를 하면서

우리 부부를 애타게 했었다.

수능 당일에는 큰 실수를 저질러 또 한번 낙심하게 하더니

무사히 대학에도 합격했고 어제 드디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침일찍 친한 친구하고 목욕탕에 갔다가 졸업식장으로 오겠다며 먼저갔고

우리 부부는 식이 시작할 무렵 학교로 갔는데 어라????

교문 앞에 꽃다발을 팔지 않는게 아닌가?

졸업식이 있는 학교 앞에는 두줄로 꽃파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는게 정석인데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꽃을 안 팔던가?

두 딸들이 오래 전에 졸업을 해서 기억이 안나는건지....

 

빈손으로 졸업식장을 들어갔고 아들은 함박웃음으로 우릴 반겨주는데 미안도해라...ㅎㅎㅎ

다행히 친한 친구엄마가 아들의 장미도 선물했기에 망정이지 까딱했다가는

빈손으로 졸업사진 찍을 뻔 했다.

성적우수상에 아들 이름이 불리길레 놀랐더니  한문우수상이란다.

하기사 초등학교 때는 방학때마다 한달 보름씩 서당엘 보냈으니

다른 애들보다 조금은 더 알거다 생각했는데 초중고 내리  최고점수였다니

얼마나 한문수업을 등한시 했는지 알만하다.

각과목별 최우수학생을 호명하는데 아들의 이름과 과목이 불리니 와~~하고 웃었다.

그만큼 한문은 중요한 과목이 아니었던 것이다.

수업시간에 과목선생님들도 모르는 한문이 있으면 아들한테 물었고

애들도 응당 아들이 알거다 여기며 묻는다니 참....

 

한문을 알면 알수록 일상생활에서 단어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우리 말이 쉽고 이해가 빠른데 학교에서 수업조차도 안하니

아들이 조금 더 많이 알고있는게 신기하기만 한 눈치다.

학과우수상과 동문회에서 장학금을 받는 영광을.

예상 못했던 일이라 그저 반갑고 고마웠다.

학우들과 선생님들 사이에 평판이 좋았던 아들은 그런 깜짝선물로 우릴 기쁘게했다.

강당 뒷편에서 아들의 졸업식을 지켜보는 내내 내 눈시울은 적셔져 있었다.

내 고등학교 졸업식이 생각났기에.

 

한 학년 학급수가 30학급에 한 반에 60명을 잡아도 졸업생수 1800명.

3교대였으니 졸업식 당일에 참석한 후배들이 10학급정도에 600여명.

전국에서  찾아오신 30학급 1800명 졸업생들의 학부모님들 줄잡아 1000여명에 교직원들.

그리고 그 졸업식을 빛내주러 오신 내외귀빈들 다수.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0여명을 훨씬 넘을 그 많은 사람들이 졸업식 송답사를 하는 동안

흐느끼는 사람...참느라고 참아도 터지는 울음을 꾹꾹 누르며 우는 사람

아예 목 놓아 우는 어린 학생들에  그런 어린 딸자식이  안타까워 우시던 학부모님들.

2층으로 지어진 대형 강당에서는 도저히 기계음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슬픔과 인내와 감격을 아는 사람만이 낼 수 있었던 특수음이 울렸었다.

 

 

거대한 돔형 강당이 떠나갈듯이  웅~웅~울어대던 울음소리에

송사나 답사 내빈들의 격려사도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고

송사나 답사를 하는 학생대표들도 울긴 매한가지..

3년 동안 잠을 이기며 잠을 줄이며 했던 고달팠던 시간들이 생각나 고등학교 졸업장이 주는 그 기쁨은

엄마아버지의 그늘에서 졸업하는 그 어떤 아이들보다 값졌고 뿌듯한 것이었다.

지금에사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대학을 진학하지만

그 시절에는 대학진학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졸업생들은 더 힘들었다.

하루 4교시 수업을 받으면서 일반고등학교 학생들하고 경쟁하자면

잠을 반토막만 자야했고 걸어다니면서도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악바리 동급생들은 그렇게 공부해서 일반대학에 진학도 했고

나중에 대학교수까지 된 친구들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단 몇줄의 기록이 있는 졸업장.

그 한장의 졸업장을 얻기 위해 어린 나이에 엄마아버지를 떠났던 소녀들의 감격.

새벽부터 밤늦도록 섬유먼지를 마시고 고막을 찢을듯한 기계음을 들어가며

쪽지에 시험과목을 필기해서 도둑공부에 벼락치기를 하다가 다치기도 했고

제품을 불량냈다가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나기도 했다.

주임들이나 반장들한테 야단도 들었지만 시험기간에는 사고가 더 잦았다.

점수가 뭐라고....

그런저런 일들이 생각나 졸업식장은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런 내 졸업식이 기억나 아들이 하는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남 모르게 혼자 울었다.

아들의 졸업식을 마치고 꽃집에 도로 들어가 카네이션 한다발을 샀다.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들이 고맙고 키워준 내가 고마워 같이 감사하자~~는 의미에서.

 

아들이 입던 교복은 깨끗이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해서 후배들한테 물려줬고

교복을 찢는 일이나 밀가루를 뒤집어 쓰는 꼴불견, 알몸 프레이드는  아예없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그런 신고식을 하는 학생들을  미연에 방지한답시고

교문입구에 경찰차가 와 있었고 정복차림의 경찰들이   십수명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너무 살벌했고 졸업식분위기를 완전히 망치는 기분이었다.

졸업식이 또다른 학문을 향해 나아가는  순수한 학생들의 아름다운 의식이기를 바란다.

초중고 때는 거의 같은 공부를 하는  학생들처럼 보이지만 이제 대학을 가게되면 길이 완전히 달라진다.

여의도를 꿈꾸는 친구,한국의 슈바이처를 꿈꾸는 친구, 제2 제 3의 삼성을 건설하고픈 친구

화려한 불빛아래 만인의 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친구, 평범한 한 가정의 아버지와 엄마까지.

 

이제부터는 혼자 힘으로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성공을 향한 첫 걸음을 걸어가야하는

내 아들과 이 나라의 많은 고등학교 졸업생들..

고등학교 졸업 후 가장 많은 탈선의 길도 열린다는데 어슬픈 성인 흉내도 금물이고

이제 막 피어날 준비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마각을 드러내고 유혹하는 어른들도 문제다.

지금 이 학생들이 자라고 영글어서 이 나라를 바로 잡고 키워 나가야 할 주인공들인데

피기도 전에 꺽으려들다니...

지켜주고 힘을 실어주면서 기성세대들이 못 다 이룬 진리와 양심이 살아있는 부강한 나라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잘 살수 있음을 보장받는 여유로운 나라를 만들어가게 했으면....

9시 종합뉴스 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저지렀다는 범죄는 깨끗하게 사라지기를 희망해 본다.

 

맛있는 점심과  간단한 쇼핑으로 아들의 졸업식 마무리.

곧 대학기숙사로 떠날 아들.

기숙사로 가져 갈 짐을 하나 둘씩 정리해 나가야겠다.

항목별로 분류해가며 체크하고 조금씩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겠다.

아들이 가고나면 우리 두 부부 심심해서 어쩐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