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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의 고민


BY 그대향기 2011-01-25

 

 

내 생일이 며칠 뒤로 다가왔다.

남편하고 하루가 차이나는 생일이라  어른들이 늘 천생연분이라고들 하셨다.

구정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생일이라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생일이다.

내가 하루 이르고 남편이 하루 늦은 생일은 언제라도 남편생일에 맞춘다.

물론 생일선물은 해당 생일에 맞게 받지만.ㅎㅎㅎ

 

올해는 아이들이 다 들어 와 있어서 딸 둘이서 두런두런 의논이 분분하다.

\"엄마~뭘 갖고 싶으신지 주문하세요\"라든지

\"우리 주머니 사정 생각하셔서 적당히 비싼걸로  정하세요.\"라든지

며칠전부터 둘째는 고민중이더니 어제는 창원에 있는 언니네서 자고

둘이서 부산으로 원정쇼핑을 갔다.

저들 필요한 것도 살겸 엄마아빠 생일선물도 고른다며 부산까지 가긴했는데

뭘 들고 들어 올지....

 

선물의 크고 작음이나 비싸고 싼 문제가 아니라

엄마아빠의 생일을 잊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라고

거의 세뇌교육이다싶이 하며 키운 내가 욕심이 많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봤자 일년에 많아도 서너번 밖에 없는 기념일들이다.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엄마아빠 생일

그리고 어버이날

 

똑똑한 자식은 나라의 자식이고

돈 잘 버는 자식은 사돈네 자식이며

못난 자식이 내 자식이라고들 하며 우스갯 소리를 한다.

어른들이 품안의 자식이라 하셨듯이 이젠 자식에 대한 기대치는

낳아서 젖 먹여 키우고 공부시키는 그 수준까지가 내 자식이고

시집이나 장가를 가게되면 내 자식이기를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는게 현실이라 했다.

장가간 아들이 아직도 내 아들이라 착각하는 것도 안되고

며느리를 딸이라 여기며 사는 것도 거의 미친 짓이라니 서글프기만 하다.

사위가 내 아들이거니 하는 착각도 안된단다.

 

아무리 가족간의 화합이 어렵다는 요즘이라지만 너무 한다.

서로 내정간섭을 안하면서 더러는 가족임을 증명하며 살아도 좋으련만

택배로 김치나 양식을 부쳐주는 시어머니는 멋쟁이 시어머니고

며느리가 사는 경비실까지만 와도 경겁을 하는 정도라니 어쩌다가....

시댁에 내려와서 가져가라는 전화도 귀찮단다.

차라리 안 가고  안 만나고     안 먹는게 편하다는 젊은 새댁들.

다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로 시댁과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는 거겠지.

그들도 늙어서 시어머니 될거고 아들 장가에 딸 시집보내는 날이 올건데

이러다가는 부모자식간 천륜도 빛이 바래겠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들이 우연히 그냥 생긴 말이 아닐거라 여겨진다.

무조건적인 부모들의 자식사랑에도 조금씩 계산이 앞섰고

자식이 부모님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던 고전에 가까운 책임론마져

부모봉양의 금전적 육체적 부담으로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우후죽순처럼 요양병원이며 실버타운이  생기게 된 이유이리라 여겨진다.

당장 나부터라도 시부모님들이나 친정엄마가 많이 편찮으시면 집에서보다는

요양병원을 떠 올리게 될 것이니까.

그리고 우리 부부도 자식들한테 짐덩어리가 안되게 잘 처신하자고 다짐을 하는 형편이다.

 

지금이사 엄마아빠 생일선물을 고른다며 부산까지 원정쇼핑을 간 딸들이지만

엄마아빠가 늙고 병들어서 운신을 못하는 처지에 있다면

저들이 사는 집에 모셔다가 우리가 저들을 키우듯이    대소변 받아내고

씻겨주고 옷 칼칼하게 갈아입히고 멋는것 하나하나 신경쓰며 보살필까?

그래주기를 바래서도 안되고 그렇게 딸들의 생활전반에 누를 끼치는 부모가 되면 안되지.

아이들이 어릴 때 일찌감치 자식키우는 재미 다 봤고

나중에 아이들이 시집장가를 가게 된 다음에는 일년에 몇번씩 기념일에나 명절과 휴가 때

어미닭의 품에 모이는 병아리들처럼  자식들이 그 날개 안으로 품어들면 행복할 것 같다.

이쁜 손주들 얼굴은 바라만 봐도 배 부를 어른들인데...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젊은 부부들은 또 다른 꿈을 꾸지 싶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