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2월26일
이날은 우리가 외국으로 나오기 전 봄방학이었다.
음주가무 중에 특히 가무에 소질이 뛰어 난 콜라. 게다가 대학축제때 마라톤에도 출전한 운동신경인데, 어째 훌라후프 앞에만 서면 기가 죽었다. .
그런데 마트에 가셨던 형님이 운동효과 만점이라며 ‘
갸녀린 허리에 걸치고 히프를 살랑 살랑 흔들어 대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해서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좌우명을 되새기며
당장 훌라후프 맹연습에 돌입했다.
#무대는 엄니의 안방.
“엄니~~~~~~~~~~~~~~~가요 !!!”
\"알았다. 알았다~\"
날렵하게 침대 위로 올라가시는 엄니, 사실은 다칠까봐 허겁지겁 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ㅋ
첫 날, 역사적인 훌라후프 돌리기 3회전에 성공하고 나서
내가 나타나는 거실, 안방 어디든 온 가족들이 도망치기 바쁩니다.
엄니, 훌라후프 든 메누리가 나타나면 조심하시란 말씀드릴 사이도 없이
후다닥~ 침대로 올라가시고
거실에 나가면 일곱 살, 열 두 살 조카랑 형님이 후다닥 안방으로 도피해서
거실에 있는 TV를 쪽문 열고 훔쳐 보듯 시청합니다.
막간을 이용해 방바닥에서 운동을 하려고 훌라후프를 가져오면
메누리 실력을 아시는 엄니, ‘연속극 좀 보자, 정신 시끄럽다’ 한마디 하실 법 하지만
빙그레 웃으시면서 침대 위에서 벽에 딱 붙어 앉으십니다.
그러시면서도 훌라후프에 끌려 다니는 메누리가 염려되셔서
시선은 연속극에서 메누리에게, 메누리에게서 연속극으로…
하지만 그 난리통이 싫진 않으신 모양입니다. ㅋㅋㅋ
다만, 이틀째 서너 바퀴도 못 넘기고 방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무딘 메누리 운동신경보다
그저 메누리 허리에 딱 붙어 있지 않고 떨어지는 훌라후프가 무겁니 크니 미워하시더니
벌떡 일어나 장롱에서 두꺼운 이불 하나를 꺼내 방바닥에 좍~ 깔아주십니다.
“인제 자빠져도 끄떡 엄쓰니까 맘 푹 놓고 해 보라우~.” ㅋㅋ
혹여 넘어지면 다칠까봐……
아싸~!!
엄니가 깔아 준 이불 매트 위에서 드디어 오른쪽으로 돌리기에 성공.
그까이 꺼 한 번 성공하니 일사천리로 가속을 붙이는 것도 식은 죽먹기 였습니다.
“그래 그래… 잘 한다! 인제 왼쪽도 돌려봐라~ 오른쪽 돌릴 때랑 반대로 배에 힘 콱 주고 ….”
ㅋㅋ
코치를 하시는 게 못내 즐거우신 엄니, 그러나 초보자이면서 징이 박힌 훌라후프를 그렇게
1시간을 돌렸더니 갈비뼈 이하 뱃살까지 아파서 잠결에 돌아 눕기도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이불도 엄니가 치워주셨는데 아침 수저 놓자 말자 또 시작했습니다.
갈비뼈와 뱃살을 빨리 회복하는 비결, 더 열심히 더 많이 돌려 근육을 풀어야 한다는 자가진단하에 돌리고 또 돌리고…
그래서 말 수 적은 일곱 식구가 절간 처럼 살던 시댁의 요즘 풍경은 이렇습니다.
\"흐흑~ 아아~~ \"
아픈 뼈와 살에 훌라후프 징이 부딪칠 때마다 질러대는 나의 비명 소리….
“작은엄마! 하나 둘 셋 … 열… 스물…”
조카들 구령 소리…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엄니 메누리 코치하시는 소리….
메누리를 딸 같이 대하시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것조차 경계가 없으신 우리 엄니~
메누리 사랑은 메누리 하기 나름? 아뇨 아뇨.
엄니가 봐 주시기 나름 ^^ <- 콜라 생각
엄니 싸랑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