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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싸랑해요!]비켜 비켜! 메누리 떴다!


BY *콜라* 2010-03-29

2003년2월26일

이날은 우리가 외국으로 나오기 전 봄방학이었다.  

음주가무 중에 특히 가무에 소질이 뛰어 난 콜라. 게다가 대학축제때 마라톤에도 출전한 운동신경인데, 어째 훌라후프 앞에만 서면 기가 죽었다. . 

그런데 마트에 가셨던 형님이 운동효과 만점이라며 영자 훌라후프라는 걸 사오셔서

갸녀린 허리에 걸치고 히프를 살랑 살랑 흔들어 대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해서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좌우명을 되새기며

당장 훌라후프 맹연습에 돌입했다

 

#무대는 엄니의 안방.

 

“엄니~~~~~~~~~~~~~~~가요 !!!
\"알았다. 알았다~\"

날렵하게 침대 위로 올라가시는 엄니, 사실은 다칠까봐 허겁지겁 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첫 날, 역사적인 훌라후프 돌리기 3회전에 성공하고 나서

내가 나타나는 거실, 안방 어디든 온 가족들이 도망치기 바쁩니다.

 

엄니, 훌라후프 든 메누리가 나타나면 조심하시란 말씀드릴 사이도 없이

후다닥~ 침대로 올라가시고

거실에 나가면 일곱 살, 열 두 살 조카랑 형님이 후다닥 안방으로 도피해서

거실에 있는 TV를 쪽문 열고 훔쳐 보듯 시청합니다. 


밤에는 드라마에 꽂혀 엄니와 침대에 나란히 앉아 연속극 보다가

막간을 이용해 방바닥에서 운동을 하려고 훌라후프를 가져오면

메누리 실력을 아시는 엄니,  ‘연속극 좀 보자, 정신 시끄럽다’ 한마디 하실 법 하지만

빙그레 웃으시면서 침대 위에서 벽에 딱 붙어 앉으십니다.

 

그러시면서도 훌라후프에 끌려 다니는 메누리가 염려되셔서

시선은 연속극에서 메누리에게, 메누리에게서 연속극으로… 

하지만 난리통이 싫진 않으신 모양입니다. ㅋㅋㅋ

다만, 이틀째 서너 바퀴도 못 넘기고 방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무딘 메누리 운동신경보다

그저 메누리 허리에 딱 붙어 있지 않고 떨어지는 훌라후프가 무겁니 크니 미워하시더니

벌떡 일어나 장롱에서 두꺼운 이불 하나를 꺼내 방바닥에 좍~ 깔아주십니다

 

“인제 자빠져도 끄떡 엄쓰니까 맘 푹 놓고 해 보라우~.” ㅋㅋ

혹여 넘어지면 다칠까봐……

 

아싸~!!

엄니가 깔아 준 이불 매트 위에서  드디어 오른쪽으로 돌리기에 성공.

그까이 꺼 한 번 성공하니 일사천리로 가속을 붙이는 것도 식은 죽먹기 였습니다.  

 

“그래 그래… 잘 한다! 인제 왼쪽도 돌려봐라~ 오른쪽 돌릴 때랑 반대로 배에 힘 콱 주고 ….

ㅋㅋ

 

코치를 하시는 게 못내 즐거우신 엄니, 그러나 초보자이면서 징이 박힌 훌라후프를 그렇게

1시간을 돌렸더니 갈비뼈 이하 뱃살까지 아파서 잠결에 돌아 눕기도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이불도 엄니가 치워주셨는데 아침 수저 놓자 말자 또 시작했습니다.

 

갈비뼈와 뱃살을 빨리 회복하는 비결, 더 열심히 더 많이 돌려 근육을 풀어야 한다는 자가진단하에 돌리고 또 돌리고…

 

그래서 말 수 적은 일곱 식구가 절간 처럼 살던 시댁의 요즘 풍경은 이렇습니다.  

 

\"흐흑~ 아아~~ \"

아픈 뼈와 살에 훌라후프 징이 부딪칠 때마다 질러대는 나의 비명 소리….

작은엄마 하나 둘 셋 … 열… 스물…”

조카들 구령 소리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엄니 메누리 코치하시는 소리….

 

메누리를 딸 같이 대하시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것조차 경계가 없으신 우리 엄니~

메누리 사랑은 메누리 하기 나름? 아뇨 아뇨.

엄니가 봐 주시기 나름 ^^ <- 콜라 생각

 

엄니 싸랑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