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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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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첫사랑


BY 그대향기 2010-02-17

 

설을 맞아 기숙사에서 나온 아들이 담담하게

\"엄마가 들으시면 반가워 하실 빅 뉴스가 있는데....\"

뜸을 들이는 폼이 무슨 공부를 잘 해서 상품권을 탔다는겐지?

시골학교라 학생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학과목당 지난 달보다 성적이 올라 간  학생들한테는 많게는

몇만원짜리와 적게는 오천원권까지 다양하게 상품권을 주는 일이 자주 있어서 이번에도 뭐 그런 일인가 싶었다.

반색을 하며 키 가 큰 아들을 올려다 보고 앉았는 엄마한테 아들은 너무나 담담하게 말을 했다.

\"저 여자친구하고 헤어졌어요. 며칠됐어요.\"

멍~~~

순간적으로 나는 잘못 들은 이야긴줄로만 알았다.

\"왜에???..싸웠어? 그래서 헤어졌어?\"

뜻 밖의 사실에 그저 어리둥절하기만했다.

아들이 얼마나 이쁘게 우정을 키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왤까?

궁금증이 걱정으로 커 가는데는 아주 잠깐이었다.

아들은 고 2가 되어서야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 전에는 다른 친구들이 여자친구 자랑을 하고 같이 놀러도 다니면 마냥 부러워서 왜 자기한테는

여자친구가 안 생기냐며 불만이었고 불안하기까지 하다고도 그랬었다.

 

자기한테  매력이 너무 없던가?

아니면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다른 이유가 있던가?

못생기거나 찌질이던가 그렇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고 2 때 다른 여학교의 동갑내기랑

친구가 되었다고 얼마나 신이나서 좋아하던 아들인데 갑자기 일년만에 작별이라니?

그 이유가 궁금하고  헤어졌다니까 되려 내가 불안했다.

\"싸우거나 다투진 않았다면서 왜 헤어졌는데?\"

급한 마음에 아들만 다그치니 아들이 조용하게   말한다.

\"이제 고 3이고 둘 다 공부해야 할 시기라 그냥 헤어지기로 했어요.

나중에 시험 마치고 잘 되서 만나자고....둘 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끝냈어요.\"

세상에나~~~

입시가 둘 사이를 갈라 놓았구나.

그렇게 이뻐하고 챙겨주더만 입시 앞에서는 불안했던가보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면서 도시락을 싸 가면서도 여자친구 밥까지 챙겨가던 녀석이었는데...

알면서도 그 아이 밥까지 챙겨줬었고 요란하지 않게 교제하는 걸 지켜만 봤었다.

아들이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라 혹시라도 헤어지고 맘 고생을 할까봐 은근히 신경쓰였는데

아직은 별 탈이 없는 눈치다. 속으로야 어떠하든 겉은 평상시 그 모습이다.

 

간 혹 놀토에 둘이서 영화도 보러가고 생일날 선물도 주고 받으며 재미있게 사귀더니 입시 앞에서는

둘 다 현실을 파악한 모양이다. 만나면서 시간 뺏기고 챙겨주면서 신경쓰이고....

우리집에도 놀러 왔던 그 여자아이는 특별히 이쁘단 느낌보다는 아주 착하게 생겼었다.

엄마아빠한테 선 뵈러(?) 그 아일 데려왔는데 우리 부부가 암말을 않코 있으니 아들이 물었다.

\"안 이뻐요?\"

\"......................착하게는 생겼더라.\"

\"에이~~제 눈에는 이쁜데 왜 다른 사람들은 이쁘다고 안하는지 모르겠네요...\"

\"엄마아빠의 이상형은 아니더라. 착하고 이쁘기까지 하면 더 좋을건데...ㅎㅎ\"

아들은 이쁘다고 칭찬을 듣지 못해서 영 서운한 모양이었고 우리 부부는 정말 거짓말은 못하겠더라.

좀 야윈편이었고 얼굴은 썩 이쁜 얼굴은 아니었고 무지하게 착하게는 생겼었다.

첫 인상이 크게 밝은 얼굴이 아니어서 그랬나~~

너무 조심스러워서 주눅이 들어 밝게 웃질 못했나??~~`

아무튼 아들은 그 아이랑 헤어졌고 기숙사로 돌아가서 열공을 하고 있는 눈치다.

첫사랑이지 않을까?

한번도 여자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가 사귄 여자친군데.

아들이 헤어졌다고 했을 때 내심 안심이 된건 사실이다. 고 3인데 여자친구 땜에 공부를 더 잘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걸 알기에 말리지는 않았지만 그만 둬 주기를 은근히 바랬었다.

우리 부부는 딸아이들 남자친구 이야기도 그렇고 아들의 여자친구 이야기도 그렇고 터 놓고 하라고 그런다.

쉬쉬하며 사귀다가 큰 일 내는 거 보다는 터 놓고 오가며 사귀고 숨기기 없기~~

애들은 만나서 어디어디 다녀왔고 뭘 했고..조잘조잘조잘...............................

물론 다 했다라고는 안 믿지만 수다를 떨며 자랑을 했고 우리 부부는 전적으로  믿어줬다.

입시전략의 정보를 나눠주고 다른 도움을 주고받는 친구는 드물기에 이성교제를 그만두라고 딱 잘라서

말리지는 못하고 지켜보면서 선물 산다고 용돈 거의 다 탕진하고 영화 보러가고 밥 사먹인다고

용돈 거들 날 때 저 아까운 돈을 세상에나....그러면서 속만 태우고 있었다.

누구나 다 하는 첫사랑인데 아들이라고 그냥 지나갈까 싶어서 아까워도 꾹꾹 눌러 참고

지켜본 결과는 안전빵이다.

스스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교제를 그만둔다니 얼마나 기특한지....

 

나보다 10 센티미터는 더 큰 아들을 안아주면서 잘했다고 등을 쓸어주었다.

아들도 긴 팔로 엄마를 안으며 잘 할거니까 지켜 봐 달란다.

근데 내가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정작 아들은 담담한데 엄마인 내가 가슴이 아려왔다.

녀석...얼마나 서운하고   안타까울까?

저 혼자 어디가서 울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씩씩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니 오히려 불안하다.

한 줄기 소나기라도 비켜 가는 듯이 그렇게 아들은 첫사랑을 접었단다.

한시간씩이나 핸드폰에 열이 날 때까지 재재거리던 조잘거림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미래를 살찌우기 위해 기숙사에서 조용히...열공하고 있단다.

결과야 어떠하든 그 노력과 하고자했던 집념만이라도 높이 사 줘야겠다.

결과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하는데까지 해 보고 그 나중은..................감사히 받는거다.

첫번째 예비 며느리감은 물 건너갔고 나중엔 또 어떤 여자친구가 생길까?

말수가 적고 진중한 아이라 여자친구랑 큰 수다는 못 떨거 같은데 어찌 여자친구를 사귀었을꼬?

집에서 보이는 모습하고 밖에서 또래랑 노는 모습이 다른가?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아들이 오늘 밤도 불 켜진 학교 도서관에서 책과의 전쟁을 하고 있겠지.

 

아들아~

지금은 사랑 할 때가 아니라 공부할 때니라.

두마리 토끼는 잡기가 어렵거든~

한마리부터 확실히 잡아 놓고 또 한마리를 잡으면 더 좋지~

남자로써의 매력이 넘쳐가고 있으니 걱정말고 11월에 웃으려면 지금 울자꾸나.

이 엄만 기숙사에 널 두고 그저 새벽에 기도하는 것 밖에 해 줄 것이 없구나.

건강하게 잘 있지?

이제 몇달 안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자.

아자아자아자자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