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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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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이 엄마의 겨울나기


BY 27kaksi 2010-01-27

지난해,

겨우 한달이지만, 이렇게 표현을 해야 할만큼  해가 바뀌고

이젠 영상의 기온으로 날도 풀렸다.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있던날 이었다.

그래도 무대의상이라고 흰 부라우스에 검정 스커트를 입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우리차 앞에 차가 풀려 있었다.

차를 밀었는데, 바닥에 얼음이 얼어 있었던 탓인지 갑자기 차가 밀리면서 바닥에 \'철썩\'엎어졌다.

시커먼 바닥에서 일어서자마자,

여자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하얀 코트를 입었던 나는

\"아빠! 내코트 어때?\" 하고 물었다.

\"으이그, 괜찮아\"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넘어지면서 오른팔을 짚었는지 팔이 부어 오르면서 통증도 있었다.

하여간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어떻게 악보를 들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아팠다.

나중에 옷을 올려보니 팔은 이미 퍼렇게 멍이들기 시작했고, 팔꿈치는 밤알 처럼 불거져 있었다.

아마도 넘어질 때, 팔꿈치를 땅에 부딪친 것 같았다. 무릎도 좀 아팠지만 원체 팔이 아프니 그쪽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팔은 이제까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엑스레이로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팔꿈치를 다쳤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오래 갈거 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팔꿈치가 부풀어서 스쳐도 아프고 잠을 잘때도 불편하고 아펐다.

그후로,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내린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고,

추운 탓에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거리마다 검은 먼지를 뒤집어 쓴채

산을 이루고, 걷기에도 힘들게 거리마다 빙판인 날들이,

아픈 팔 때문에 병원으로 물리치료를 다니는 나를 괴롭혔다.

시간이 걸리는 물리 치료에  주사 맞고 약먹고,...

나의 년말과 년초는 항생제의 향연이었다.

두꺼운 옷을 벗고 정형외과 뜨듯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막내 특유의 어리광스런 성격과 잘 넘어지고 아무대나 부딪치고 멍이 잘들고 하는 ...

샤워를 할 때마다 몸 어딘가에는 꼭 퍼런 멍 자국을 보게 된다.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다.

 

강한 한파는 따뜻한 차나 아늑한 실내를 찾게 되고, 그와 같이

주위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나의 징징거림은

많은 주위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다.

압박 붕대를 낀 팔을 만나는 사람들 마다 보여 주고, 넘어진 얘기를 하게되고...

컴퓨터 다루기도 팔이 저리고, 집안일도 힘이들고, 무슨일에도 집중 하기가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집안일도 설겆이도 도와 주던 남편도 날이 가면서 시들해지고, 관심을 갖던 아이들이나 주위의 사람들도 남의 아픔은 잊어 가게 마련이다. 좀 길어야지...

 

새삼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관리도 해야 하고 조심도 해야 하고 신경도 써야 한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필수적인 일이다.

 

젊은 나이에 혈압으로 쓰러지셨던 친정어머니는 몸왼쪽을 잘 못 쓰시고 3년의 투병 생활 끝에 소천 하셨다. 그때 난 초등학교를 다닐때여서 엄마는 내머리를 오른팔로 쓰다듬으며,

\"우리딸, 어쩌냐!\"를 입에 달고 사셨다.

난 그때 참 그 말이 싫었었다.

지금 생각 하면 엄마가 챙겨 주지 못하는 어린딸이 애처러워 하신말일터인데, 그말 뜻을 어른이 되어서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챙길 때야 알 수 있었다.

천성이 곱고 여성스런 분이셨다. 말도 조용하게 하시고, 솜씨도 있으신 여성스런 분이셨다.

아버지와의 나이차이가 띠동갑이셨는데도 아버지는 80이되게 사셨고, 고운 모습으로 영원히 남편과 자식에게 기억되기를 원하셨던지엄마는 60도 안되어 가셨다.

-엄마!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 있는데...내가 이렇게 징징대며 엄마를 기억하고 있어요. 보고싶은 엄마...-. 

 

공기가 안 좋았는지, 목감기가 또 와서 약을 먹으며,

참으로 겨울나기가 힘이 드는 징징이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는 유난히 많이 아팠었다.

 몸살이 나고,감기가 들었다가 나을 때가 되면 또 어디가 아프고, 태국에 다녀 와서는 지독한 감기 몸살에 여독에 한참이나 병원 신세를 졌었고, 손가락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글을 많이 쓰지 말랬다.

무슨 그렇게 글을 많이 쓴다고... 거의 컴으로 하면서...

그렇게 가을을 지내고 겨울을 내내 이렇게 지내고 있다.

 

만나자고 친구가 전화를 했길래 요즘 아프다는 얘기를 한참이나

듣고 있더니,

 친구가 말했다.

\"얘야! 늙느라고 그러는거야! 그렇게 자꾸만 아프면 팍 늙는다.

넌 젊어 보이니까 평생 안 늙을 줄 알았지?

조심해! 보약을 먹어 보던지...\"

전화를 끊고 나니 좀 우울해진다.

\'그래, 내가 늙나봐\'....

아직도 삭정이 나뭇가지가 흑백영화 같은 창밖의 산 모습이 좀흐리게 느껴진다. 눈물이 핑 돌았었나보다.

세월이 가는 것을 잡을 수는 없고,

 안 아프고 살 수는 없는 것 인것을....중병에 걸린 것도 아니면서

내가 왜 이리 궁상을 떠는거냐...

 

올 봄은 일찍 온다고 했는데,

그럼..밝은 봄꽃이 피면 마음도 밝아지겠지...

아무래도 시간을 내어 징징이 나 자신을 위로 하고 충전도 하기

위해 봄 맞이 여행을 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