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안할수 있으면 나도 안하고 싶다.
그런데 세상은 이혼이란것을 한 여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더군다나 나는 끈질기게 늘어지는 남편이었던자를 아주 매몰차게 그리고 강하게 떨쳐 버리려 하기 때문에 타인이 보는 시선은 더욱 굴절될수 밖에 없다.
이번 이혼소송으로 내가 잃은 것들이 무엇일까?
우선 내 스스로가 등겁질 안으로 숨어들어버렸다.
활동적이던 나에게 집안에서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냉장고 안이 텅텅비어서 더이상 먹을게 없을때 겨우 얼굴에 물을 묻히고 나간다. 그것도 꼭 필요한 것만 사가지고 얼른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또하나.
많은 사람을 잃었다.
나를 알던, 그리고 내가 알던 많은 사람들.
남편이었던자는 내가 알고 내가 일하던 일터까지 찾아다니며 내가 얼마나 악날한지를 역설했고 나는 변명하기조차 포기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항상 당당하고 모자른 것이 없을것 같던 내게 남편이었던 자가 떠들며 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스스로의 우월감에 그들은 만세를 부른다.
남들은 쉽게하는 이혼 정말 뻑적지근하게 어럽게, 그런데도 아직 마침표를 찍지못한 애매한 상태다.
얼마전 고등학교에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이 질문하는 것은 내 실력이나 이력이 아니라 주민등록상의 남편자리의 부재였다.
거짓말은 싫었다.
순간 그들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묘한 비웃음이 느껴졌다.
내가 아무리 잘나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에게는 그냥 이혼녀일 뿐이다.
도덕성이 강조되는 고등학교 선생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던 소리를 아주 교묘히 돌려 말하신다.
그래도 알아들을수 있을정도로.
아니 그냥 차리리 정면으로 말하면 그렇게 까지 비참하지는 않을것을 왜그리 교양있는척 유식한척 돌려 말하는 것일까?
그래 나. 이혼녀다.
그래도 비굴하지는 않다.
최소한 너희보다는 사람을 사람으로 볼줄 안다.
가진것없이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 하는 자에게 너네들이 그 냉소가 얼마가 큰 상처로 오는지 너네는 모른다. 그 만큼 당신들이 자라리 못하는 것이다.
당신들이 보내는 그 시선으로 나는 자란다. 너네보다 훨씬 큰 나무로...
이혼이란것을 부득이 하게 선택할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든 내 잘못을 딱 거기까지만이다.
세상의 시선이 따가울수록 나는 더욱 커다랗게 자랄것이다.